학명 선사의 선시 몽중유

바야흐로 총선이 한창이다. 검찰독재권력이라는  용어는 이제 온 국민에게 회자되는 용어가 되었다.  이 단어는 과거에 익숙했던 어떤 단어를 소환하게 한다. 바로 '군부 독재'라는 단어이다.  군부 독재와 맞서 싸우던 시민과 학생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이루었건만 검사 출신의 권력자로 인해 하루아침에 30여 년 전의 군부독재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역사적 퇴행이란 것은 참으로 인정하기 싫은 단어지만 오늘날 무도하고 무지한 권력자에 의해 무참히 자행되고 있다. 

권력자의 꿈이란 본디 부질없는 것이다.  유신독재로 영구집권을 꿈꾸었던 박정희의 말로가 그를 말해준다. 검찰과 언론을 양 손아귀에 쥐고 권력을 남용하는 현재의 권력자는 길어야 5년의 권력을 향유하기 위해 백세시대의 기나긴 생애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다. 무간지옥의  어두운 미래가 예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꿈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바로 지금 권력자의 모습이다. 현재의 권력자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권력을 누리는 데 급급하여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한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 14세처럼 국가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이 곧 법이고 정의라는 착각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 아니, 그런 착각 속에 빠져도 괜찮다고 여기는지 모른다.  검찰 권력을 쥐고 있으니 자신은 사법 정의를 짓밞아도 된다고 여긴다. 검찰총장을 거친 대한민국 최초의 검찰대통령으로 행세하며 역대급 독재자로서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

권력자는 자신의 배우자와 관련된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지키고 옹호하는 데 급급하기만 하다. 보수 언론조차 문제 삼는 배우자의 의혹에 권력자는 기꺼이 자신의 눈을 감고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다.  대통령으로서의 역량이나 안목은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손대는 것마다 모두 '꽝'이다. 외교와 과학이 그렇고, 정치와 경제가 그렇고, 역사와 문화가 그렇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민주주의의 기초 질서가 무너지고, 그가 손을 댈 때마다 어디에선가  민주주의의 근본이 허물어진다. 민생은 흔들리고 외교는 엉망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에는 아예 눈과 귀를 닫는다.  이 정도면 가히 '꽝 손'이요, '꽝 입'이며, '꽝 눈'과 '꽝 귀'가 아닐 수 없다. 아니다.  그 입과 손과 눈은 그의 무지한 머리와 공허한 가슴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손과 입과 눈을 탓할 수만은 없다.

출처 : 한겨레신문(한겨레 tv)
출처 : 한겨레신문(한겨레 tv)

처음에는 무지와 무능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거기에 무도함이 더해졌다. 그 무도함은 날이 갈수록 더욱 노골적으로 아무 부끄러움 없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악재로 현재의 악재를 가리고, 그 새로운 악재는 또 다른 악재의 등장으로 잊혀가는 악재의 일상화가 뻔뻔하게 자행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그랬고,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이 그러했고,  허술한 준비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그랬으며,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사건이 그러했고, 해병대 채상병 순직과 관련하여 주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이 그러했다.  권력자의 실정과 그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 되었다.  이는  윤석열 정권하에서 한국 정치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문제는 권력자의 무도함이 아무 제어도 받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럴수록 민생은  파탄 나고, 외교와 남북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점이다. 경제적 파탄과 정치사회적 파국이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실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가는 그렇게 말했다. 여지껏 국민에게 선보인 국정운영의 난맥상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총선이 끝난후에는 본격적인 파란과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윤석열 정권을 그대로 두면  대한민국은 파탄과 파국을 넘어 파멸로 치닫게 될 거라고. 이를 윤석열 정권이 초래한(혹은 초래하게 될)  '3파 시대 '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하기까지 하다. 현재의 대의와 시대정신은 윤석열 정권의 조기 종식에 있다고 한 조국혁신당의 제일성에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몇 번의 정권 교체로 인해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고 예견하고 있다.  지금의 권력자가 임기를 마치면 그가 어떤 길을 갈지 훤히 보인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으로 인해 전두환이나 노태우가 갔던 길을 가지 않을까 싶다.  만년을 외롭고 쓸쓸하게 온 국민의 냉대를 받으며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아는 일을 그들 부부만 모른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허망한 꿈속에서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탓이다.

그리하여 권력자를 심판하는 이번 4.10 총선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진보야당의 의석이 200석을 넘어야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을 대통령의 거부권 없이 관철시킬 수 있을 터인데 과연 200석을 넘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느 지인의 말마따나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고는 진보야당의 200석은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천지개벽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제 하늘의 뜻을 어기고 민심을 받들지 않는 정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 땅의 돌멩이들이 들고 일어섰다.  돌멩이들은 검찰독재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침묵하던 시민들과 중도층 유권자들이 돌무더기처럼  일어나 민주주의를 파탄 내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무너트릴 작정으로 모여들고 있다. 바로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거세게 불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신바람 나는 행진이다. 조국혁신당의 신바람 나는 지지율 상승으로 시민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있으나 비례의석수의 한계로 인해 그 바람이 어디까지 불지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은 과연 기울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4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시민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신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4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시민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신문)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져 얻은 공양미 3백석으로 아비의 눈을 뜨게 했다지만 총선에서 현대판 심청이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지난 몇 년간 온갖 고초와 부당한 박해를 받은 조국이 과연 총선판에서 심청이 역할을 하게 될까. 심청이가 몸을 팔아  공양미 3백석을 얻었듯이 조국이 온몸으로 견뎌온 고난의 결과물로 잉태한  조국혁신당의 바람으로 진보야당이 의석수 200석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가히 기적이요, 천지개벽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으로 눈먼 아비의 눈을 뜨게 했듯이 조국혁신당의 바람으로 진보야당이 총 의석수 300석 중에 200석을 얻어 권력자와 배우자를  그들의 어리석은 꿈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을까. 

권력자와 배우자에게 들려줄 시가 있다. 바로 조선 말엽부터 식민지 시기까지 활동한 승려 학명의 선시 몽중유이다.

   몽중유(夢中遊)    

妄道始終 分兩頭      망도시종분양두
冬經春到 似年流      동경춘도사년류
試看長天 何二相      시간장천하이상
浮生自作 夢中遊      부생자작몽중유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나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듯 하지만

보라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덧없는 인생이 스스로 지은 꿈속에서 놀고 있네      - 학명 선사( 鶴鳴 禪師)

부질없는 꿈을 꾸고 있는 권력자와 배우자가 하루빨리 그 꿈에서 벗어나길 바라 마지않는다. 그들이 꿈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번 총선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허망하고 어리석은 꿈을 깰   수 있도록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편집 : 심창식 편집장

심창식 편집장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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