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에 핀 수선화(필자)
  뜨락에 핀 수선화(필자)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가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줄 알았다

심장 속에 타다 남은 연기로 피어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나선 나그네

가슴은 굽어 머리가 땅을 향하고

등은 새우등처럼 휘어진 채

밤을 낮 삼아 허우적거리며 걸어간다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줄 알았다

찌르라기 풀벌레 종일토록 노래하는 것도

매운 연기에 게슴츠레

실눈 뜨고 바라보는 외로움으로

이른 아침 풀잎에 매달린 투명한 이슬 통과하여

나에게 너를 비추어 나를 바라보는 일상이 된다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줄 알았다

까맣게 붙인 속 눈썹이

까치 날개가 되어 떨어지면

슬픈 눈물방울 그렁그렁 치마를 적시고

육신의 정맥을 타고 가지런히 흘러내린다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줄 알았다

고추밭 키재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요즈음 닭들은 새벽에만 울지 않는다

사람이 밤낮 구별못해 불야성 이루니

초저녁 한밤중 분별 못한 너도 지금은 무죄로다

 

소쩍새는

어느 때나 노래한다

밤에만 우는 소쩍새를 찾았을 때

밤은 벌써 낮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등 굽은 새우가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어

쟁기를 바늘 삼아 후미진 공간을 꿰매간다

  은천골 산수유(필자)
  은천골 산수유(필자)

편집 :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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