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모든 걸 빨아들이고 모든 걸 뿜어낸다. 그만큼 정치는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정치는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뭇 생명체에도, 나아가 햇빛, 바람, 구름, 바위를 비롯해 생태계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 위기 시대! 훌륭한 정치인이자 위대한 정치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기후 위기 시대! 석탄, 석유 화석연료에 의존하거나 원자력에너지를 맹신하는 지도자는 필요 없다. 아니, 위험하다. 불행하게도 RE100도 모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 나라가 우리나라다. RE100은 기후 정의를 넘어서서 국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상품이 아니라면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시대! 정치인이라면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원전 폐쇄로 나아가야 한다. 북서유럽은 오래전부터 그 길을 걷고 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 이후,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유럽 최초 원전 제로 국가가 되었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 이후, 2023년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원전을 폐쇄한 나라가 이탈리아와 독일이다. 그런 청사진도 보수 정치세력이 집권했을 때 결정했다. 다만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지난해부터 이탈리아와 독일 모두, 보수정치권에서 원전 재가동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집권 후, 재생에너지 비율을 축소하고 원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원전 밀집도에서 단위 면적 당 세계 최고인 불안정 국가인데도 원전을 더 짓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 깨끗한 에너지’를 기치로 원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체르노빌처럼 원전 사고가 초래할 끔찍한 재난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생태계에 미칠 재앙을 생각한다면 원전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은 짧은 생각으로 매우 위험하다. 멀리 보고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나아가 독일처럼 ‘소비 행위’에 ‘죄의식’을 갖게 하는 생태교육을 권장해야 한다. 위대한 정치가뿐만 아니라 훌륭한 정치인이라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출처 :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겨레신문 2018년 4월 27일)(사진 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2일 낮 평양시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 아래)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출처 :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겨레신문 2018년 4월 27일)(사진 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2일 낮 평양시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 아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2018년 4월 27일)

우리나라 역사상 김대중 대통령은 위대한 정치가임에 이견이 없다.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6·15 남북공동선언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념의 굴레에 갇힌 제주 4·3 특별법도 선포한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만드는 데 초석을 다진 것도 그분의 재임 기간 업적이다. 훌륭한 정치인으로 노회찬 의원도 들 수 있다. 노회찬 의원은 정치·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전투하듯이 의정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주류 기성정치를 ‘50년 묵은 시꺼메진 불판’에 비유했다. ‘시꺼메진 불판을 갈아치워야’ 국민의 삶이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의정 활동의 현장인 국회를 "지배 계급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사생결단의 격전을 치르는 전투장"으로 인식했다.

사민주의 대중 정치인 노회찬 의원(출처 : 하성환)
사민주의 대중 정치인 노회찬 의원(출처 : 하성환)

거대권력과 공룡 자본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노회찬 의원은 언제나 품격 있는 정치인의 언어를 잃지 않았다. 호주제 폐지,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삼성 X 파일 사건과 떡값 검사 명단 폭로, 친일 재산환수법 통과, 한글날 국경일 제정 등은 모두 노회찬 의원이 주도한 의정 활동들이다. 100년이 지나도 만나기 힘든 훌륭한 정치인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피감기관으로부터 사적 이익을 취하며 곶감 빼먹듯이 빼먹은 국회의원들도 있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가족 소유 기업활동과 관련된 법안들을 셀프 발의하고, 입법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 이른바 정치꾼도 못 되는 정치업자들, 바로 정상배들이다. 문제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문제의 그 후보들이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여전히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시민교육이 절실한 이유이다. 입시교육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시민교육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북서유럽처럼 학교 교육을 통해 시민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학습하도록 교육과정개혁이 절실하다.

우리나라가 위대한 정치가, 훌륭한 정치인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단연코 역사 정의와 교육 정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정상배들이 정치인인 양, 지역 주민들을 기만하는 현상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교육이 절실하다.

좋은 정치인을 길러내고 정치꾼, 정치업자, 정상배들을 솎아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하루빨리 시민교육이 북서유럽처럼 학교 교육의 중심 체계로 자리 잡아 우리 사회가 시민의 품격을 간직한 공동체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하성환 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