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근혜 주연, 최순실 연출의 막장 드라마 때문이다.

그것이 드라마였으면 좋으련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다. 그래서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걸렸다.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대학가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중고등학생들도 들고 있어났다. 전국적으로 온 시민이 자리를 박차고 박근혜의 하야를 외친다.

그런데 이상하다. 교회가 조용하다. 특히 개신교와 개신교의 대형교회들이 조용하다.  왜 그럴까? 교회가 죽은 걸까? 가톨릭과 지방의 중소 교회에서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는데 대형 교회들은 요지부동이다. 청와대에서 주최하는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열심히 얼굴을 내밀면서 막상 세상의 소금역할을 해야 할 때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철학은 종교의 시녀이다'라는 말은 단순히 학문적 관계를 서술한 말은 아니다. 이 세상의 기원은 종교에서 출발한다. 종교가 썩었을 때 세상은 타락의 극치를 달린다.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세상에는 정의가 사라지고 불의와 악행이 판을 친다. 나라가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혼돈의 정국에서 한국교회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 14일 인천 답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인천교구 시국미사(사진 출처 : 한겨레 신문)

교회가 소금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그 여파는 세상과 사회에 그대로 반영된다. 지금 세상과 사회는 썩은 냄새가 풀풀 나는데 교회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가? 도대체 교회 지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대형교회 목사들은 자기 교회의 성장에만 관심 있을 뿐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걸까?

박근혜 정권은 이미 숨통이 조여 가고 있다. 태블릿 피시 발견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산소통으로 연명하고 있는 신세다. 이는 단순히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이룩한(?) 정치 경제적 퇴행성이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고,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국민을 개돼지 취급했기 때문이며, 국가를 자신의 사익추구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소통으로 연명하는 박근혜 정권의 숨통을 끊으려면 이제 교회가 나서야 한다. 온 국민이 일어서고 있는데 교회가 침묵을 지켜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가톨릭은 이미 앞장을 섰다. 개신교도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 한국 개신교회의 분발과 자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잘못된 정권의 마지막 숨통은 종교계가 나서서 끊어야 한다. 세상에도 선과 악을 다루는 사법부와 검찰 경찰이 있지만, 선과 악을 다루는 근원과 종착점은 종교적 영역이다. 그래서 종교계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악행을 일삼은 정권의 마지막 숨통을 끊을 수 있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아니 진작 선봉에 섰어야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 나서야 한다. 과거 살벌한 박정희의 유신 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듯이 분연히 떨치고 나서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살리는 길이고, 교회를 살리는 길이다.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로 정권을 연명하려고 작정한 박근혜를 퇴진시키려면 그 길 밖에 없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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