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해 가을부터 <한겨레>가 끈질기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하나하나 드러내자 사람들의 관심은 '한겨레'였다. 특히 87년 '6월 시민항쟁' 세대는 '한겨레'를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에겐 한겨레가 있었지.' 잠시 잊고 산 것이다. 부쩍 한겨레 주식을 사겠다는 이들이 늘었다. 한겨레 주식을 살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회사는 시민들에게 '한겨레' 주식을 사는 방법을 알리기로 했다. 한겨레 주주 모집 광고를 냈다. 

어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 한겨레 주주로 참여한 2000여 분 중 60여 분을 한겨레 본사에 모셔 환영행사 가졌다. 긴장 풀고 오랜만에 푹 잤다. 열흘 내내 감기 몸살로 고생했는데 그것까지 나았나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모처럼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을 맞는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감동의 글을 만났다. 이번에 주주로 참여한 분의 이야기다. 그래, 바로 이런 분들이 '한겨레'를 만들어준 분들이다. 자신의 결혼 자금을, 등록금을, 전세자금을, 돼지저금통을, 담배 살 돈과 술먹을 돈을 내놓은 분들. 한겨레를 향한 주주들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2017년 새내기 주주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곽기종(57세) 주주다. 세종시 '영광소켓(PE)'이란 회사의 대표다. 세종참여연대, 세종남성합창 등 취미생활에 간간이 시도 쓴다고 했다. '문학세대'에 등단했다.     

 

[원문보기] http://blog.daum.net/k800012/3770

전혀 배우지 못한 내가 인격을 수양하고 내 나름대로 퀼리티를 높였던 것은 음악과 독서에 집중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따라왔던 것이 37여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는 '신문보기'였다. 10대 후반부터 신문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 정도로 언론매체에 푹빠져 살았다. 겨울에 폭설이 쌓여 신문배달이 늦어질때면 직접 신문보급소를 찾을 정도였으니까"^^ 한마디로 세상살이 관심중독자처럼 신문기사에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된다.
 
그날도 조치원 YWCA강당에서 합창연습을 마치고 잠시 단원들과 사적인 여담을 나누고 있는데 Y총무께서 나를 찾더니 다짜고짜 한겨레신문이 창간하는데 신문주식을 살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시대적인 상황을 너무 알고 있는 터라 두말없이 "그러구 말구요. 세상을 바꾸는 참된 언론인들이 모여 만드는 신문사인데 당연히 국민주식에 동참하고 한겨레 주주가 되겠어요."라 말했다.
 
그러나 세상일이 내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갑자기 형님과 함께 경남 고성군에 있는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으로 가야하는 피지못할 사정이 생겨버렸다. 세 달 후 다시 조치원으로 원대복귀하고 곧바로 25,000원을 들고 총무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한겨레 주식이 마감되었다는 것이었다. 조선 동아 등 주요 언론 해직기자들로 똘똘 뭉쳐 신문을 꾸려가는 언론사였기때문에 진보성향을 가진 나로서 함께 동참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척 실망과 아쉬움이 컸다.
 
세월은 과녁을 향한 화살처럼 빠르다.
 
그나마 한겨레신문의 열혈독자로 남아 지금까지 한겨레는 손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늦게나마 다행인지 모르지만 그동안 한겨레 주주가 되어달라는 광고가 없었는데 지난해 12월부터 주주광고가 부쩍 눈에 띈다. 예전에도 한주당 5000원하는 주식이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때는 허드렛일로 근근히 살아 돈에 쪼들렸는데 현재는 생활에 있어 조급하고 궁핍함은 없지 않는가?


 가만 넋놓고 있으면 내가 아니다.
 
지난주 단골 농협을 찾았다. 조금도 망설임없이 한겨레 주식팀앞으로 계좌이체를 했다. 창구를 지키는 후배가 눈웃음을 보이며 말을 건낸다. 좋은일을 많이 하시네요. 뭘 새삼스럽게 기분을 띄어주냐. 술한잔 덜 먹으면 그만이지. 내가 죽을때까지 달달이 내돈 빠져나가게 해줘. 종신출금은 어렵다는 말에 그럼 일단 10년 단위로 해놔! 내가 과연 얼마나 살까? 한겨레신문을 생각하면 29년을 더 살아야 할 텐데?(웃음) 말풍선도 그렇고 항상 빚진 마음이었는데 농협문을 나서니 따뜻한 겨울햇살처럼 온몸이 홀가분하다.
 
한겨레측에서 너무 고맙다는 전화가 왔다. "아닙니다. 제가 여러모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부디 한겨레신문은 정파에 예속 당하지 말고 오직 국민에게 신뢰받는 바른 정론지가 되길 바랄뿐이다. 나는 빚지고 못사는 성격이다. 이제 한가지 해결해야 할 금전적, 정신적인 문제가 오롯이 남아있다.
 
(S형)
나는 절대 돈 싸들고 무덤가지 않아..!!

편집: 이동구 에디터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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