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촛불집회에 갔을 때다. 집회가 끝나고 행진을 할 때 우리는 광화문에서 헌재방향으로 이동했다.

광화문을 막 지나는데 한 3~40명 무리가 모여 ‘이재명!! 이재명!!’을 외치고 있었다. 아직 헌재 판결도 나지 않았고, 혹시나 탄핵인용이 안되면 어쩌나 맘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마당에... 벌써 선거운동 시작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참았는데 하필이면 우리 있는 쪽으로 이동해 왔다. 바로 내 옆을 지나가면서 또 “이재명!! 이재명!!”을 외쳤다. 순간 참을 수 없었다.

“여기서 이재명 이재명 외치지 마세요!” 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재명 시장 지지자들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누군가 “외치면 왜 안 되는데요?” “여기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광장이에요” 했다.

그 중 4~5명 남자들이 살짝 나를 에워싸듯 바짝 다가왔다. 나는 그 남자들 한가운데 있게 되었다. 여럿이 동시에 말을 거니 긴장이 되었지만 지지 않고 말했다. “여기가 지금 이재명 외치라고 모인 자리입니까? 이재명은 딴 곳에 가서 외치세요.”

이재명 시장 지지자들과 같은 말을 2~3회 주고받았다. 어디선가 “프락치 아냐?” 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가 막혀 큰 소리로 “박근혜 탄핵!!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그러자 내 뒤에 따라오면서 말싸움을 주시하던 사람들이 “박근혜 탄핵!!! 박근혜 탄핵!!”을 따라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탄핵’을 외치니 이재명 시장 지지자들은 아무 말 없이 종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중에 남편이 이재명 시장을 봤다고 했다. 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보지 못했는데 이재명 시장이 나를 흘끗 쳐다보면서 종각 쪽으로 갔다는 거다. 그때 알았으면 이재명 시장에게 한마디 하는 건데... 아쉬웠다.

이재명 시장과 나는 동문이다. 그냥 동문을 넘어서 같은 조건으로 대학에 들어간  동문이다. 나는 문리대 78학번, 이재명 시장은 법대 82학번. 이재명 시장이 아주 어렵게 살았다는 것을 안다. 그가 헤쳐 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틋한 감정이 생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처지로 힘들게 학교를 다닌 동문이라는 것에 마음이 움직여 이재명 시장이 정말 잘 되길 바랐다. 하지만 그 날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아니 영영 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첫째, 상식적으로 그 자리는 ‘이재명’을 연호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아무리 급해도 눌 자리에 다릴 뻗어야 하는 거다. 연호하고 싶었어도 참았어야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이재명 시장은 ‘이재명’을 연호하는 사람들을 말렸어야 했다.

둘째, ‘이재명’을 연호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사람을 위압적으로 둘러싸고 ‘프락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재명 시장 지지자이고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는 거다.

셋째, ‘박근혜 탄핵’ 구호에 방향을 틀어 이동하면서 한 사람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거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이재명’이란 이름은 애틋한 단어에서 못난 단어가 되었다.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은 감정에 기반을 둔 이성의 결정이다. 앞으로 내가 ‘이재명’이란 사람을 다시 선호할 수 있을까?

3월 4일 경험을 사소하다 생각하고 지나쳤었는데 안수찬 기자의 '문빠 덤벼라'를 보았을 때 그때 그 말 '프락치 아냐?'가 생각났다. ’문빠와 프락치’, ‘안수찬 기자와 이재명 지지자', '한겨레와 이재명 시장’ 똑같은 관계로 걸려있다.  

안수찬 기자 발언이 술 취한 자의 실수일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에 <한겨레 집단>이 대중에 갖고 있던 생각이 나온 거라 여긴다. <한겨레 집단> 모두에게 같은 화살을 보낸다. 기자의 잘잘못을 넘어서 <한겨레>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갖는다. 그날 성숙하지 못한 이재명 지지자들 때문에 이재명 시장이 원하는 한 표를 주지 않았던 나처럼... 대중도 그렇다.

이재명 시장 지지자는 자신들의 행동을 반대하는 개인에게 '막말'을 했지만 안수찬 기자는 대중 전체를 상대로 '막말'을 했다. 더 심각하다. <한겨레>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 지금은 <한겨레>에 대한 분노가 좀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겨레>가 사과문을 낸 당시에도 대중의 분노는 줄어들지 않았었다.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사과만 있었지 징계 등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제 할 일을 착실히 한다면 대중들이 조용히 잊어 줄까? 그럴 수도 있을 거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번에 해결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던 대중의 분노를 보았다. 촛불집회에서 그 거대한 힘을 보았다. <한겨레>에 대한 대중의 분노, 물론 그 정도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또 다른 한 번의 헛발질로도 폭발할 수 있음을 <한겨레>는 알았으면 좋겠다. 부디 또 다른 헛발질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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