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폭우 속에 오이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엉망이지만 이것도 귀하기만하다

며칠 만에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갔다. 장마라곤 하지만 거의 매일 비가 내리는데 어쩜 장난질 하는 개구쟁이라도 된 듯 꼭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가면 그 시간에만 비가 내리곤 하여 나갔다가 쫓겨 올라오곤 하였다.

그러다보니 요즘 오이덩굴이나 수세미 여주 등을 보살펴 주는데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하고 화분들을 보살펴주기도 하고, 덩굴로 이루어진 녹색커튼들을 살펴보기도 하였다.

우선 토마토들의 곁가지가 어지간히 자라서 4~5마디까지 자라가지고 키만 훌쩍 자라서 더 이상 자라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가위를 들고 가서 필요 없는 가지들을 잘라 중간중간 꽂아 두었다. 이제 제법 시간이 지나면 이것들도 그냥 저절로 토마토로 자라 가을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오이와 호박 덩굴이 제법 자랐는데, 오이덩굴은 늙은 잎파리들을 잘라주어야 깨끗해 보이지 자꾸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잎새가 허옇게 된 것이나 낙엽이 지는 잎새들을 그냥 두면 보기도 싫지만 잘못하면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그것보다 백색가루병이 발생하여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차근차근 정리를 해주고 보니 그 알량한 줄기 사이에 오이가 달려있다. 꼬부랑 할머니 오이 하나, 등 꼬부랑 오이 하나, 끝부분만 덜렁한 못난이 두 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우 반듯하기는 하지만 배가 잘록한 오이 한개, 이렇게 5개나 되지만 먹을 오이부분으로는 겨우 세 개 정도나 될까? 두개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였다. 옥상에서도 머리만 커다란 가분수 오이 두 개가 더 있었다. 역시 제대로 자란 것은 아니고 겨우 오이 모습만 한 것들이다. 여태 오이를 심어 가꾸어 보았지만 전체적으로 이렇게 꼬부라지고 못난이만 열리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여간 속이 상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요즘 가뭄과 홍수 때문에 채소 값이 천정부지라는 말과 함께 상추가 금추가 되어서 ‘비싼 삽겹살을 상추에 싸 먹는 게 아니라, 상추를 삼겹살에 싸서 먹는다’고 할 정도라니, 이 꼬부랑 오이나마 집에서 기른 것이니 버릴 수도 없고 먹기는 하여야 할까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올해 오이도 방울토마토도 이상하리 만큼 잘 자라지도 않고 또 열리지도 않고 있어서 짜증이 난다.

무엇 때문일까? '다른 해보다 퇴비를 물에 녹인 거름물을 더 자주 주어서 관리를 하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잘 자라지도 않고, 오그라들듯 하는가 하면 열매가 열리면 이 모양이니 영양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아내는 투덜댄다.

무엇 때문일까?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니 '금년에 다른 해보다 다른 것은 커피찌꺼기를 뿌려 준 것밖에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커피찌꺼기가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그런 것도 같아서 조금은 실망스럽다.

처음에 커피 찌꺼기를 가져다 뿌려 주고 나서 보니까 날아다니는 벌레들은 커피 냄새를 피하여 다른 것으로 옮겨 간다는 것을 발견하였기에 커피 찌꺼기를 자주 뿌려줄 심산이었는데, ‘이제 어쩌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못난이 오이들을 모아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서 '못난이 오이들의 수다' 라는 재미난 이름이라도 붙여 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치웠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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