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이것저것 과일 나무를 심었다. 봄철에 이 과일 나무에 여러 가지 접목을 해 보았다.

‘자두나무에 앵두가 열렸어요’ 라는 글로 ‘한겨레:온’ 에도 1, 2, 3신을 올렸다. 자두나무에 살구가 열고, 살구나무에 자두가 열고, 자두나무에 살구도 앵두도 열었다. 사과나무에도 배나무에도 품종이 다른 사과, 배가 열렸다. 이것저것, 여기저기 여러 과일이 열려 금년에는 과일 맛을 좀 보려나했다. 어느 해에는 꽃샘추위로 꽃이 동해나 냉해를 입어 과일이 못 맺히기도 하고, 어느 해에는 여러 벌레로 크기도 전에 떨어져 버렸다.

과수원 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농약 없이 농사짓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란다. 농약을 한두 차례로 끝나는 게 아니란다. 2월부터 11월까지 몇 차례나 하는지 아느냐 한다. 여기서 동계 방제를 배웠다. 말 그대로 겨울철에 농약을 잘 해야 한단다. 올해는 나도 동계방제를 해보자 했다. 추위에 차일피일 미루다 3월 중순에야 일반 농약이 아닌 천연농약을 구해서 동계방제를 했다. 과일이 크면서 농약의 효력을 실감했다. 동계방제의 효과가 뚜렷했다. 농약에 익숙지 않아 농도를 약하게 했더니 잎 오갈병이 약간 걸렸지만 열매는 보기 좋게 잘 자란다. 자두, 살구 앵두, 배, 사과 등이 귀엽게 자란다. 일찍 익는 살구는 맛을 봤다. 살구나무에서 열린 살구와, 자두나무에서 열린 살구다. 자두나무에 열린 살구가 오히려 더 알차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좀 늦은 살구부터 늦게 익는 자두에 병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상하고 벌레가 구멍을 뚫는다. '농약 않고 먹나봐라' 하던 지인의 말을 다시 실감한다. 올해도 농사는 망쳤다. 팔 것도 아니고 내 식구가 먹을 것인데 벌써 10년 가까이 농약 없이 병충해를 이겨 보려했다.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천연농약을 해봐야지 생각한다.

▲ 7월초에 찍은 아로니아 열매(가운데 노란점이 최근에 많이 퍼진 갈색날개매미충의 유충)

어디 과일뿐이랴. 채소도 마찬가지다. 농약 없는 채소가 있을까. 친환경농업, 유기농업 하는 분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농약이나 비료는 물론 일반 퇴비도 마음대로 못하고 각종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을 받는다. 너무나 어려워 이런 농업을 하는 농가는 극소수일 뿐이다. 저농약을 하거나 친환경 농약을 일부에서 시도하거나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농가에 적극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 갈색날개매미충 유충, 붉은색으로 변하는 잎은 낙엽병(이 병이 번지면 8~9월이 되면 잎이 모두 떨어진다. 농약을 하지 않은 탓이다.)

농약도 문제지만 요즈음은 그에 못지않게 공해물질이 더 큰 문제다. 공장지대나 도심 옥상에서 기르는 채소, 특히 잎채소에는 얼마나 많은 공해물질이 축적될까. 도로가의 차량 분진이나 매연, 타이어가 마모된 미세먼지는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미세먼지 문제는 사람 건강과 직결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과일이나 채소에 쌓이는 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깨끗이 씻으면 된다지만 그게 씻는다고 해결될까. 큰 도로가 아닌 차량 통행이 적은 주택가 좁은 골목에 있는 빈터에서 채소를 가꾸어 본적이 있다. 열매채소는 따서 물에 씻지만 잎채소는 물에 비벼 씻기가 어렵다. 배추 잎과 잎 사이 밑 부분에는 새까만 분진이 끼어있다. 좁은 골목이 이럴 진데 공장지대나 큰 도로가의 잎채소는 어떨까. 원산지도 문제지만 국내산이라도 우리 소비자가 골라먹기가 쉽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다.

▲ 튼실하게 익어가는 아로니아 열매(8월 10일 경 수확 예정)

지난해 아로니아 농사 이야기를 기사로 올린 적이 있다. 산속 청정지역이라 공해나 도로에서 발생하는 분진과는 거리가 멀다. 주변에 인가도 없고 남의 논밭도 없는 산속이다. 제일 큰 문제인 풀은 제초 매트를 씌워 해결했다. 깨끗한 과일을 생산하고자 하니 병벌레가 달려든다. 몇 년 전부터 급속히 번지는 갈색날개매미충과 낙엽병이 농약을 유혹한다. 그렇지만 버텨본다. 인터넷이나 시중에 싸구려로 나오는 아로니아는 일단 품질이나 농약, 영양제등을 의심해 봐야한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소비자는 일단 값부터 계산한다. 나도 남들처럼 농약에 비료에 같이 갈수도 없고 병충해를 어쩔거나.

▲ 아로니아 밭 옆에 열린 산딸기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윤여신 주주통신원  yyys9999@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