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폭염 주의보가 전화기를 울린다. 오전에 잠깐만 일하자 하고 밭에 왔지만 무성한 풀을 보고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12시가 다 됐다. 장마철 풀은 어제 뽑았는데 오늘 보면 언제냐다. 본래 농약 없이 농사짓자 다짐했었다. 더구나 아로니아 나무가 천근성이라 제초제는 무서워서도 쓸 수가 없다. 동네와도 멀리 떨어진 산속이라 산짐승 걱정으로 전기망을 구상했었다. 그런데 열매는 물론이고 잎도 떨떠름한 맛이라 멧돼지나 고라니도 관심이 없다. 맛이 그러니 그 흔한 병충해도 거의 없다. 덕분에 전기망 설치비와 농약 값이 절약되었다. 제일 문제가 풀이다. 고랑에 잡초 방지 매트를 깔아 큰 풀은 방지 했지만 지독한 풀은 틈만 있으면 비집고 나와 주인 행세다. 심지어 풀 방지 매트를 고정시킨 핀 구멍을 뚫고나와 한길씩 자란다. 그러니 수시로 풀과의 싸움이다.

묘소 부근이 잡목으로 완전 밀림이 되어 잡목이 묘지를 덮을 기세였다. 퇴직하고 묘소 관리를 하다 보니 묵밭이 묘소 옆에 있어 잡목을 제거하고 심을 나무를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첫째 묘소를 덮지 않을 나무가 무엇일까. 이 나이에 농사를 시작하기도 어려우니 손이 덜 가는 나무가 있을까. 집과 먼 산속이니 산짐승 피해가 적은 나무가 있을까. 어렵게 선택한 것이 신이 내린 과일이라는 아로니아였다. 일명 초크베리, 또는 왕의 열매, 킹스베리라고도 한다. 막상 몇 백 주를 심어 놓으니 풀 관리가 제일 문제다. 곧 수확을 앞두고 오늘도 땡볕에 풀 뽑기를 했다. 뜨거운 햇볕에 훅훅 거리는 지열에 완전 땀 목욕이다.

아로니아 농사짓는 입장에서 가정 힘든 것이 수확시기이다. 대개 7월 말에서 8월 초 가장 뜨겁고 더운 시기에 수확을 한다. 한나절 수확하고 운반하면 전화기 방전되듯 온몸이 방전 상태다. 온열질환이 이래서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아로니아가 좋다고 알려지자 농부들이 너도 나도 아로니아를 심었다.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나 영양제를 써서 쉽게 농사지은 이들이 싸구려 값에 인터넷에 올리니 열심히 농사지은 이들은 더위에 한숨까지 보태진다. 나는 산속 청정지역에서 농사지었다 해도 누가 알아주나. 소비자들이야 내용도 품질도 모르지만 우선 인터넷에 오른 싼값이 눈에 들어온다.

▲ 아로니아 (사진 출처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14a0912n1503)

소비자 입장에서는 탄닌 성분으로 약간 떫은맛이 있어 생과로 먹기에는 부담이 있다. 당도가 포도보다 높다는데 이 탄닌 성분 때문에 떫은맛으로 자꾸 손이 가지 않는 과일이 되었다. 아로니아는 다른 과일에 비해 건강에 좋은 성분이 몇 배에서 몇 십 배 많다고 한다. 장기 복용한 사람들이 매우 좋은 효과를 많이 보았다고 해마다 주문하는 이도 있다. 컬러 푸드라 해서 빨강 노랑 파랑 보라 등 색이 있는 과일이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포도, 블루베리, 감, 가지, 수박, 참외, 사과, 체리 등 많은 색소 과일이 있다. 그중 보라색 과일로는 포도와 불루베리, 오디가 많이 알려지고 친숙한 과일이다. 여기에 뒤늦게 아로니아가 추가되면서 몇 년도 되지 않았는데 보라색 과일로 선풍적 인기다. 떫은맛은 여러 가지 음료를 섞어 마시거나 음식으로 조리법이 개발되었다.

며칠 후부터는 수확하는 기쁨과 땡볕에 방전되는 고통을 또 기대해본다.

2016.7.29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윤여신 주주통신원  yyys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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