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겨레>에서 민중음악가 윤민석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한겨레 기사 : “삶으로 내 노래 책임지고 싶었으나…더는 못 버티겠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19615.html

▲ 윤민석씨는 지난 30년 동안 각종 시위와 투쟁 현장에서 불리는 노래를 만들어 음원을 무료로 공개해왔다. 그는 최근 무상으로 사용해왔던 친구의 사무실이 임대료 상승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을 계기로 “30년 민중음악 창작 인생을 당분간 접겠다”고 밝혔다. 윤씨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폐업을 결심한 배경과 심경을 밝히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글 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

윤민석씨가 음악작업실을 닫는다는 기사다. 오랜만에 언론과 대중 앞에 나선 것 같다. 2012년 윤민석씨는 아내의 암치료를 위해 대중에게 도움을 호소한 적이 있다. 그는 그 때 이렇게 말했다.

"누가 1억만 빌려주세요. 헛소리나 빈말 아니고요. 욕해도 좋고 비웃어도 좋아요. 아내 좀 살려 보게요. 뭐든 다 해 보게요. 병이 깊으니 결국 돈과 시간과의 싸움이네요."

오마이뉴스를 비롯하여 언론들이 이를 보도해주었고, 이글을 접한 네티즌들을 "우린 당신에게 빚이 있어요. 당신 곡으로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어요. 당신은 그에 대한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가 당신에게 진 빚을 갚을 때입니다" 라며 돈을 보냈다. 1억5천만 원이라는 큰 돈이 모였다. 윤민석씨는 너무 많은 분들이 돈을 보내줘서 일일이 다 갚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만 보내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의 아내는 기적처럼 회복하여 퇴원했다. 

그 때 나는 이곡이 생각났다. 김진경 시에 곡을 붙인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다. 운동권 곡이 가사가 이렇게 애절하고 곡조가 이렇게 서글퍼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곡이다. 그의 곡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그의 호소에 대한 시민의 응답이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의 가사 그 모습 그대로의 ‘우리’ 같아서 더 찡하니 생각났을 거다.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벗이여 어서 오게나 고통만이 아름다운 밤에
지금은 우리가 상처로 서로를 확인하는 때
지금은 흐르는 피로 하나 되는 때
벗이여 어서 오게나 이제 밤은 너무도 깊었는데
벗이여 어서 오게나 고통에 패인 주름살 그대로
우리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안락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서로의 상처에 입 맞추느니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그것이 이 어둠 건너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

https://www.youtube.com/watch?v=ZKgz6LeMNlY

그는 이곡에 대해 이렇게 썼다.

"20여 년 전, 제가 무시무시한 사건에 연루되어 3년이라는 긴 징역살이를 견디는 동안... 아는 이들조차 제 죄행(?)에 등을 돌리고 조롱할 때..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불러 모아 '구속된 음악인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 끔찍했던 고립감을 덜어주고 위로해주셨던 문호근 선배님이 만들어 주신 테입에 수록되었던 노래..

만든 지는 벌써 25년이나 된 오래된 노래이고 이 테입을 만들어 주셨던 문호근 선배님도 아버지이신 문익환 목사님 곁으로 가고 없지만..

선배님이 제게 주셨던 그 마음으로 다시 다듬어 '즐겁게 의연하게 담대하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싸우는 사랑하는 내 귀한 벗들에게 드립니다..."

 

그는 노무현대통령 탄핵 사건 때도 이런 곡을 만들었다.

너흰 아니야 : https://www.youtube.com/watch?v=VE_zzi57M-E&t=28s

‘격문’은 신랄하게 적폐세력을 응징하자고 외쳤다. 이제 봐도 지금 이야기다. 

격문 : https://www.youtube.com/watch?v=IMKoNVZTmbg
(가사 일부 : 조선일보 서정주 박정희까지 일본 놈의 충성스런 앞잡이일 때 동상 걸린 손가락을 잘라 내가며 해방을 위해 싸웠던 건 백성들이다 ~~~~)

또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위해 광장에 나선 시민들을 위해 이런 노래도 만들어주었다.

헌법 제 1조 : https://www.youtube.com/watch?v=GUi3L7F8KDQ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곡도 만들었다.

잊지 않을게 :https://www.youtube.com/watch?v=XBklM9btp5k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 https://www.youtube.com/watch?v=pt8uiRFbtiU

얼마 전에는 박근혜의 하야를 촉구하는 하야가도 만들었다.

하야가 : https://www.youtube.com/watch?v=Ze23fQVHhbc
(후렴 :하야 하야 하야 하야하여라! 박근혜는 당장 하야하여라! 하옥 하옥 하옥 하옥시켜라! 박근혜를 하옥시켜라! ~~)

그의 노래대로 박근혜는 하옥되었는데 그는 여전히 사는 것이 고단하다. 한겨레 기사 끝에 그가 장비를 쌓아둘 공간은 구했다고 나온다. 작업실이 아니라 창고를 빌린 거다. 신곡 만들기를 접은 거다.

기사를 보면서 ‘고결한 영혼’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는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가진 재능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고 정의로운 노래를 만들어 우리가 힘들고 서러울 때 위로를 주었고 힘을 주었다. 지구라는 푸른 별에 나온 값을 한 거다. 지금 그가 힘들고 서럽다. 우리도 다시 한 번 우리 값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의 노래 가사 “지금은 우리가 상처로 서로를 확인하는 때~~~~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그것이 이 어둠 건너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 같이 함께 부활했으면 좋겠다.

윤민석 후원계좌 : 국민은행 043-01-0692-706 윤정환(본명)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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