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유연한 대미전략

▲ 한겨레에서 펌

북미대결이 치열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중시 여기는 문재인정부에게 이는 치명적 악재다. 치열한 북미대결 정세가 문재인정부에 대한 트럼프정부의 개입, 간섭력을 최고조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에서 이 보다 더 결정적인 악조건은 없다.

북미대결 정세 하에서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가 구사하는 지배지휘체계에 포박될 수 밖에 없다. 평창올림픽 관련된 것을 예로 들 수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에 대해 트럼프정부가 탐탁치 않아 해 할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는 방해공작까지도 가할 수가 있다. 예컨대, 트럼프정부가 유엔의 ‘휴전 결의안’ 등 국제여론에 밀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다. 평창올림픽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개선에서 이 보다 더 좋은 계기는 없다. 이를 모르지 않을 트럼프다. 때문에 트럼프정부는 설령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환경으로 되지 못하게 수많은 조건들을 곳곳에 부비트랩처럼 매달아놓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해도 피해갈 수 없는, 일종의 팔자다. 문재인이 이른바, ‘트럼프 가랑이 밑을 박박 기는’ 이유다.

문재인정부가 갖는 또 하나의 팔자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그것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건 생래적이다. 문재인정부가 분단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지배지휘력에 포박되어 있으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조국통일을 도모해나가는 것. 이는 미국이 만들어 운용해가고 있는 분단체제 하에서 한국의 개혁정치세력이 살아가는 존재방식이고 머리에 이고 있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치열한 북미대결 하에서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와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인가? 아니다. 있다. 유연하고 지혜로운 전략을 짜면 가능하다.

‘남북 간 핫라인 개설’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7일 강조한 방안이다. 이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7주년 기념 행사위원회'가 김대중도서관에서 개최하는 '2018년 한반도 정세 전망과 우리의 대응전략' 학술회의 기조연설문에서 그렇게 말했으며 연동해 대북특사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이 정상회담의 적기라고도 했다. 일리가 있다. 남북 간 핫라인의 최종착점인 셈이다.

남북 간 핫라인 개설을 위해 문재인정부가 벌일 수 있는 사업들은 적지가 않다. 인도사업과 문화사업 분야에서 만들어내면 된다. 단, 비정치적인 것들이어야 한다. 미국 때문이다. 미국의 개입, 간섭력이 미치는 영역이 아니어야하는 것이다.

비정치적인 이벤트로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설 명절 이산가족상봉이다. 이는 특히, 이번 설이 올림픽 기간과 겹친다는 것을 염두하면 그 여느 때 보다 중요한 사업이다. 핫라인 개설을 위해 민간교류사업들도 중요하다. 규모가 작고 의미가 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시도들 모두 핫라인 개설에 제대로 복무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핫라인 개설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대북특사다. 이 의원이 강조하듯 대북특사사업은 평창올림픽 북 참가를 명분으로 삼으면 된다. 그 명분에 많은 국민들이 환호를 보낼 것이다.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대북특사사업에 대해 미국은 당연하게도 탐탁치 않게 여길 것이기는 하지만 개입, 간섭력까지 작동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이 설령 북미관계 돌파를 위해 근본문제에 천착하고 있기는 하지만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작은 규모의 민간교류사업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의 설 명절 이산가족상봉 이벤트 등을 벌여나가고 이에 기초해 대북특사를 보내는 그 전반의 공정을 유연하고 세련되게 그리고 치밀하게 준비해나간다면 그 결과일 남북핫라인 개설은 이처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다. 핫라인이 갖는 의미는 설명할 것도 없이 크고 깊다. 핫라인은 우선, 치열한 북미대결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혹은 특별한 기획에 의해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여러 형태의 군사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일어났던 서해교전들이 주는 교훈이다. 핫라인이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이후 머지않아 개선될 수밖에 없는 북미관계 환경에서 우리민족끼리를 본격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기본태세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기고 있는 가랑이 밑에서 빠져 나올 준비를 해야한다. 세련되고 유연한 전략을 구사해야할 때다. 급변하는 정세를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바라보고 촛불혁명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무한한 저력을 믿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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