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문인협회 송년회 및 출판기념회

아픈 포항에서 서로를 보듬다

---경상북도문인협회 송년회 및 출판기념회

 

2017년 12월 9일(토) 오전 11시, 사)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의 송년회 및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경상북도 내 지역지회는 20개에 달하며, 600여 명의 회원 중 약 200여 명의 회원들이 포항으로 몰려왔다.

▲ 장소가 협소해서 모두 사진에 참석하기 어려웠다.

해마다 이 행사는 주로 호텔에서 이뤄졌는데 올해는 특별히 포항송도활어회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초대장을 받고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포항 지진 여파로 인한 수산물 유통 어려움을 생각하며 오히려 기뻤다.

현재 경북문협회장은 진용숙(63) 시인이다. 나와는 동갑으로 15년 간 문우로 지냈지만 각별한 친분은 없었다. 이 분의 성격은 정중동해서 어떤 일에도 나서는 법 없이 그저 매사 수긍하며 잔잔하다. 반면 나의 성격은 비와 같다. 평소엔 가랑비 같고, 중요한 오류 앞에선 소낙비처럼 세차다. 부당한 일에는 연배들에게도 들이대며 호통을 친다. 이러다보니 반골성향의 나와는 취향부터가 달랐다.

▲ 진용숙 회장님

사람도 가까이서 봐야 잘 보인다. 도저히 내가 따를 수 없는 성품이 진회장에게 있다. 경상북도는 유난히 넓어서 각 지부마다의 행사참여로 한밤중까지의 운전은 예사롭다. 특히 대구에서 포항으로 오는 자동차전용도로는 컨테이너를 비롯한 대형트럭들이 굉음을 뿌리며 캄캄한 도로를 점령한다. 그 무시무시한 도로에 밤운전을 하며, 도내 빠짐없는 행사참여는 장년의 여자에게 제법 큰 모험이며 과로다. 군소리라고는 “좀 많이 무섭더라” 슬쩍 웃음에서 그친다.

나 같으면 지부에 연락해 숙소를 잡으라는 둥 갑질부터 할 지 모른다. 제34호『경북문단』편집교정을 하는 출판사(경주 뿌리출판사)에 밤 11시에 도착한 진회장을 보며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경북북부의 어느 지부행사장에 들렸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일을 마치고 자신의 집인 포항으로 가면 자정을 훌쩍 넘길 것이다. 바로 가지 않고, 굳이 경주까지 들른 그 정성, 나는 절대로 그럴만한 인품이 못된다. 내가 보기엔 미련스러울 정도로 착하다.

세상엔 주어진 일에 꿋꿋한 참을성으로 단체를 이끄는 사람이 꼭 필요하고, 나처럼 변화를 꽤하는 진보성향 사람도 더러는 필요할 것이다. 불평불만은 삭히고 늘 빙긋 웃으면서, 주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런 사람이 내겐 낯설고도 귀하다.

▲ 조주환 시인님의 특강

축사에 이어 “나의 문학적 일생”이라는 제목의 원로문인 초청특강이 이어졌다. 전형적인 선비의 향기를 품은 조주환 시인님, 안동 지레예술촌 김원길 시인님, 좌익척결의 이념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신 제갈태일님 순서였다.

▲ 김원길 시인님의 특강
▲ 제갈태일님의 특강

 

올해 경북문협 공로상에는 권영효(안동), 김성희(영천), 성정애(포항), 황길영(예천)님이 받았다.

▲ 경북문협 공로상 수상자들

특별상 부문에는 장하숙(영주), 경북문학상에는 김주완(칠곡), 한영수(경산)님이 영광을 안았다.

▲ 경북문협 문학상 수상자들
▲ 문학상 수상자 김주완 시인님의 소감

작가상 부문에는 박진성(청송), 이옥금(상주)님, 작품상 수상에는 김민정(부산), 황영선(경주)님이 수상의 영예를 받았다.

▲ 경북문협 작품상 수상자들
▲ 경북문협 작가상 수상자들

경북문단 신인상은 김향순(안동), 이연숙(영천), 최태경(안동)에서 당선되었다.

▲ 경북문협 신인상 수상자들

김성희(영천) 시인의 시낭송 “물소리(김주완 시)”는 순식간에 행사장을 장악할 만큼 대단했다. 훌륭한 시낭송은 한 편의 음악처럼 아름답게 심장에 스민다.

▲ 김성희 시인님의 시낭송

이 외에도 한은정 외 1명(경산)의 시극 “엄마도 여자다”가 새롭게 선을 보였는데 시와 노래와 대사가 잘 어우러져 지루함을 없앴다. 앞으로도 이 같은 형태의 시극은 발전할 것 같다. 김교희님의 시낭송에 이어 박기윤님의 기타공연과 시노래가 분위기를 돋우었다.

▲ 시극 "엄마도 여자다"

 

▲ 김찬자 사무국장님
▲ 정성껏 다과 준비

포항의 문인들이 사진으로 보여준 지진의 상태를 보았다. 책이나 장식물, 집기들, 그릇 등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누군가 커다란 망치로 집안을 구석구석 깨고 부신 듯 엉망진창이었다. SNS를 통한 안부에 별 일 없다던 회원의 사진을 보며 마음이 쓰렸다.

▲ 포항의 바다는 변함 없이 푸르다

자연 앞에서 참으로 나약한 인간이다. 이렇듯 두려운 우주의 섭리, 이 지구별에서 요행처럼 지구인 모두의 안전을 바래본다. 비록 허망할 지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소망하는 예술을 하기에...

 

편집: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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