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화성-15형 혹은 2017년 11월 29일이 갖는 전략적 의미

 

▲ 2013년 4월 21일 KBS뉴스 캡춰

 "미국에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조선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 개회사에서 그렇게 언급했다. 누구보다도, 미국의 정치가들과 전문가들이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이야기다.

북이 주장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한 것에 의하면 북핵은 애초, 미국의 핵 위협을 막아내고자 시작된 것이었다. 북의 핵미사일능력 고도화를 저지하고자 미국은 20여 년 간 수많은 시도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북은 급기야 11월 29일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를 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2017년 11월 29일을 북미대결사에서 사변적인 날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11월 29일은 북한을 반세기 넘게 핵위협으로 고립,압살하려 했던 미국의 면전에 북이 핵 위협을 차려놓은 날이다.

북핵이 미 본토를 사거리 안으로 집어넣었다는 것은 단순히 북한이 미국에게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을 뛰어넘는, 세계정치구도 변화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세포위원장 대회' 개회사에서 잘 밝혀주고 있다. “우리 핵무력의 급속한 발전은 세계 정치구도와 전략적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무력이 영향력을 끼쳐 세계정치구도의 변화를 초래하게 될 전략적 환경 변화는 매우 많다. 그 중에서 손에 잡힐만한 것으로 이후 북핵을 둘러싼 대결구도 내용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가장 발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 연구소는 21일 발간한 '2018 국제정세전망'에서 북한이 내년 화성-15형 미사일을 정각으로 발사한 뒤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과 군축 회담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어 "이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덧붙였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출중한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되어있는 연구기관이다. 국책연구기관이라 북미대결전 관련 정보 또한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연구소의 관측과 전망에 일정 신뢰가 가는 이유다.

연구소의 관측과 전망은 이후 북미 간에 비핵화 회담이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확정해준다. 대신에 핵군축 회담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전략적 환경의 커다란 변화다. 물론, 새삼스러운 것일 수는 없다. 북한이 비핵화회담은 없다면서 대신 핵군축 회담을 강조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2013년 4월 21일에도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과 군축 회담은 할 수 있지만 비핵화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적이 있었다.

북미 간 핵군축은 2009년 5월 독일 프라하에서 당시 미대통령이었던 버럭 오바마가 주창한 세계비핵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 되어있다는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북미 간 핵군축에서 미국은 당장에는 북한의 비확산을 당면 목표로 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비확산문제는 매우 사활적인 문제다. 북한의 완성된 핵무력 그리고 이후 체계적으로 보여주게 될 핵전력 강화가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은 물론 동북아패권전략을 과녁으로 겨누고 있는 조건에서 북한에 의한 핵 확산문제까지 겹치게 된다면 미국의 세계패권은 유지는커녕 급속도로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종에 경착륙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패권 쇠락과 관련해 미국에 필요한 것은 북의 핵확산을 막아내는 데에서 보장되는 연착륙인 셈이다.

결국, 이후 북미 간에는 북의 비핵화문제는 사라지고 말 것이며 대신 그 자리를 메꾸게 되는 것은 핵군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게 될 비확산이 있을 뿐인 것이다. 주관적인 전망이 아니다. 북이 핵무력 완성으로 획득하고 있는 북핵의 객관적인 지위와 의의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더 나아가 현 시기 북미대결전 전반의 발전 추이를 과학적으로 읽게 된다면 누구할 것 없이 선뜻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후 북핵 전망이다. 북한의 ICBM 화성-15형이 2017년 11월 29일 북미대결전에 매우 자연스러운 형태로 강제해내고 있는 사변의 실체가 이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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