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양상우 대표이사의 한겨레 창간 30돌 기념사

이동구 에디터l승인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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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우 여러분, 창간 30돌을 맞는 가슴 벅찬 아침입니다.

30년 전 창간 선배들의 환희에 찬 마음을,

우리도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한겨레가 서른살이 되었습니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충직한 농부처럼

민주와 진보의 밭을 성실히 일궈왔습니다.

우리들은 모진 시련에도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풍파에 지쳐 쓰러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겨레 동지 여러분,

무척 바쁘고 경황이 없었지만,

저는 창간 30돌을 앞두고,

한겨레 사사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창간 10년의 역사를 담은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 

20년의 기록을 담은 <희망으로 가는 길>,

그리고, 서른살 한겨레의 자기성찰을 담아낸 <진실의 창,평화의 벗>…


한겨레 창간이라는 빛나는 역사를 만든,

창간의 주역들은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실까,

송건호, 리영희 선생님이 살아계시다면

우리에게 어떤 당부를 하실까,

사사를 뒤적이며 잠시 상념에 잠겼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것은 ‘선배들과 같은 주인의식,

두려움 없는 도전과 희생 정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어제 퇴직 선배님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열었던 자축연에서

창간 당시 부사장을 지내셨던 영원한 한겨레인 임재경 선생님은 

큰 소리로 참석자 모두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창간 선배들도 때를 잘 만난 것이다. 국민이 시민이 한겨레신문의 탄생을 있게 한 것이다. 창간 세대의 선배든 지금의 후배든 무엇을 잘했다고 얘기하지 말고 겸허해 지라.

창간 정신에 머무르지 마라.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항상 깨어, 시대의 과제를 한겨레의 정신으로 곧추 세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든 셋의 연세에도 거의 모든 한겨레 행사의 관객석을 찾아 지켜보시는 노선배였기에 더욱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험난한 암흑의 시대에

피땀 흘려 창간의 신화를 만든 주역들이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떤 말씀을 하실지,

여러분들도 가늠해 보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30년 뒤 한겨레의 미래를 일궈가고 있을 후배들이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며 떠올리게 될지 

깊이 생각해보는 오늘이 되길 바랍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인 한겨레는,

한국사회와 언론 발전에 이바지해왔습니다.

역사적 책임을 잊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 우뚝 섰습니다.


지난 2016년 가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민낯을

최초로 드러낸 언론은 다름 아닌 한겨레였습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책임을 잊지 않고

자기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30년이란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만

여전히 부여잡아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매체와 경영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격변’이란 한마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하지만,

우리가 늘 되새겨야 할 정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적 모든 가치의 온전한 실현”

“민중의 생존권 확보와 그 생활수준 향상”

“분단의식의 극복과 민족통일의 지향”

창간 발의 선언문에 담긴 

민주 민중 민족 3민의 가치로 집약되는 

우리의 지향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런 창간 정신을 바탕으로

진실의 파수꾼의 소명을 다하며,

평화의 굳건한 벗이 되어야 한다는 화두를 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겨레의 노동자이자 주인인 우리는 오늘,

창간의 주역들과 

주머니를 털어 한겨레신문사를 세워준 주주와 독자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와 이 분들에 대한 보답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과제입니다.


한겨레를 이끌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과 준비도 

늦었더라도 충실히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외면하고 지금의 우리만 생각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절망의 위험을 무릅쓰는 일입니다.

시도해본다는 것은 실패의 위험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없이 가려는 일입니다.

서른살 한겨레의 원동력은 도전에 있습니다.

서른살에 어울리는 태도는 

자학이나 나태, 절망과 포기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굳건한 확신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주인된 노동자로서의 확고한 자부심입니다.

구성원 하나하나 권리로서의 주인의식이 아닌 

의무로서의 주인의식으로 굳게 무장할수록 

우리 모두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한겨레가 서른살을 맞이 하는 오늘,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한 선배들,

그리고 이상을 위해 청춘을 던진 동지들을 기억합니다.

‘한겨레와 한겨레인은 무엇을 해도 옳다’는 자기최면에서 벗어나,

‘혁신과 도전의 역사’를 쓸 정의로운 후배들께도 경의를 표합니다.


욕망이 가치를 누르고

루머가 진실을 덮으며 

과거가 미래를 가두는 일 없이,

한겨레와 한겨레 가족이 힘차고 정의롭게 전진하기를 소망합니다.


격변의 시대에 격랑을 함께 헤쳐 나갈

냉정함과 창조적 상상력을,

말과 의지를 넘어선 물리적 힘을,

한겨레와 한겨레 동료들이 갖춰나가기를 기원합니다.


한겨레를 낳고 길러준 주주독자와 창간 선배들에 대한 책임감과

한겨레 임직원다운 주인의식에 더해,

우리 모두 가슴에 희망을 가득 담기를 소망합니다.


30살의 한겨레 함께 축하를 나눕시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18년 5월15일 창간 30돌 아침

대표이사 양상우 드림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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