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정세현과 시베리아횡단열차 평화 대장정 8일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l승인2018.05.18l수정2018.05.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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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

(중략)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이 양반 머리가 좀 돌았구만

그래 난 머리가 돌았다 돌아도 한참 돌았다

머리가 돌지 않고 역사를 사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이 머리가 말짱한 것들아

평양 가는 표를 팔지 않겠음 그만두라고

(후략)

 

문익환 목사가 1989년에 쓴 ‘잠꼬대 아닌 잠꼬대’란 시입니다. 지금도 서울역에서 평양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 뒤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은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도로를 연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동해선과 경의선이 연결되면 서울역에서 평양역까지는 물론 유럽까지 기차 여행이 가능해집니다. 서울에서 경의선을 타고 중국횡단열차를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바꿔타면 유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동해선이 이어지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갈 수 있습니다.

29년전 문익환 목사가 쓴 시가 잠꼬대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휴전선에 막힌 한반도 남쪽에서 외국 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 합니다. 대륙으로 통하는 길이 끊인 한반도 남쪽은 섬 신세입니다. 남과 북이 철도, 도로로 이어지면 한반도 남쪽은 ‘섬 아닌 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중국 작가 루신은 ‘희망은 길이다’고 했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막히고 끊어진 길을 이으면 한반도는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대전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남북 분단 뒤 북방은 불온의 땅이 됐습니다. 북방이 막히면서 우리는 길이 막히고 상상력도 막혔습니다. ‘희망은 길’이란 루신의 글을 조금 바꾸면, 우리에게 길은 희망입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까지 4000km가 넘는 8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길(희망)을 찾는 북방기행입니다.

▲ 사진: 2012년 시베리아 평화 대장정 기념 사진

여행은 어디를 가냐가 중요하지만, 누구와 가느냐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여름 북방기행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함께 합니다. 정 전 장관은 외교학을 전공한 정치학 박사이자 두 정부(김대중~노무현)에서 연임한 최초의 통일부 장관입니다.

그는 1971년 이후 이명박 정부 때까지 열린 606회의 남북회담 중 99회의 회담에 회담 대표, 회담운영 책임자로 관여했고, 226건의 남북합의서 중 67건에 협상 실무자, 최종 책임자로 참여했습니다. 현장경험과 이론을 두루 갖춘 최고의 남북관계 전문가인 정 전 장관은 우리가 바이칼, 시베리아, 그리고 DMZ로 가야하는 이유를 알려줄 것입니다. 8월 바이칼행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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