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인생 절반은 ‘한겨레’였다.” 임종을 지켜본 사위 배재명 주주는 1일 고인이 된 김형순 한겨레 창간주주를 한마디로 이렇게 소개했다. 김형순 주주는 임종 전 사위 배재명씨에게 그가 가지고 있던 한겨레 주식과 문화공간 온 협동조합 조합원 자격을 넘겨주어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의 가슴을 더욱 뭉클하게 했다. 사위 배재명씨는 “아버님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저와 정치나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의견이 거의 같아 마음도 잘 맞았다”며 아버님의 유언대로 자신이 한겨레 주주로서 또한 문화공간 온 조합원으로서 역할하겠다고 다짐했다.

▲ 작년 8월 췌장암 진단 후 가족과 제주도 여행(아내, 큰딸, 작은딸, 큰사위, 작은사위, 손주들과 함께)
▲ 큰 딸 은선씨와 제주도 여행

나이 일흔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영정 사진 앞에서 조문객들은 “한없이 착하고 남을 위해 산 사람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라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해 7월 췌장암 진단 후 투병해오다 약 1년 만에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었다. 김형순 주주는 철도차량 제작, 방위, 플랜트 사업체인 현대로템에서 정년퇴직 후 약 10년 전부터 경기도 안산에서 택시를 몰았다.

오랫동안 한겨레 사랑을 실천해온 주주독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한겨레신문발전연대의 임성호 대표는 “김형순 주주는 20년째 매달 열리는 모임은 물론 한겨레신문이 주최하는 주주총회와 각종 모임에 적극 참여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한겨레 사랑이 대단한 만큼 한겨레에 쓴소리도 많이 했지만 누구보다 한겨레 알리기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그 추운 2016년 겨울 박근혜 탄핵 광화문 집회에도 한번도 안 빠지고 사위와 함께 나왔단다.

▲ 작년 9월 항암치료 받으면서 집 근처 공원에서 큰딸,작은딸,손주들과 함께
▲ 작은딸 손주 백일 때

큰 딸 김은선씨는 “아빠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은‘한겨레 모임 다녀올게’였다”라며 그의 남다른 한겨레 사랑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아빠는 늘 남과 나누고 사는 것을 실천하셨어요. 우리 자식들에게도 늘 그걸 강조하셨죠. 6인실이던 병원에서도 언제나 먹을 것이 있으면 다른 환자나 가족분들, 간호사와 의사에게도 나눠주셨다”고 말했다. 김형순 주주는 슬하에 아들(영선)과 두 딸(은선과 은민)이 있다. 평소 ‘한겨레는 항상 초심을 잃지 마라’던 말은 이제 한겨레에 남기는 유언이 되었다.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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