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석학의 종합토론

▲ 리처드 윌킨슨 등 8명 석학의 종합 토론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지난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아시아미래포럼(대전환 :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 둘째 날에는 분야별 6개 세션을 오전 오후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그 중 세션2에는 “불평등, 삶의 질 그리고 복지국가”라는 주제로 발제자 3인이 발표를 진행하였다.

- 발제 1 이현주의 성공한 국가와 불행한 국민 : 한국, 삶의 질이 중요하다.

- 발제 2 김연명의 혁신적 포용국가, 불평등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 발제 3 케이트 피킷의 건강 불평등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최근 우리 사회가 ‘삶의 질과 복지국가’라는 개념에 목말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국제원조를 받던 빈곤한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 전례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매년 상위권을 놓치지 않은 높은 학업 성취도를 이룬 나라, 보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면모를 보여주는 나라로 인식되는 등 국가는 성공하였다고 하나 국민은 불행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데(OECD 통계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한국인의 자살률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과연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여기에서 질문이 시작되었다.

국민 총소득 3만 달러 진입(2017년 29,745 달러)으로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가계 몫으로 돌아가는 규모는 늘지 않고 있다. 낙수효과가 사라졌고,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어떤 복지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분야별 주제 발표와 종합 토론이 진행되었다.

첫 발제자인 이현주 보사연 소득보장정책 연구실장은 국가 경제의 성장과 국민 삶의 질에서 명암이 드러나는 이유를 국민에게 지워진 보건의료 및 교육비 부담에서 찾았다. 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보건의료를 위한 가구 지출 비율은 GDP 중 2.7%(2015년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북유럽 주요국의 비율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사회적 위기에 개인이 대처하게 하는 잘못된 구조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로 빈곤층의 기초 생활 보장을 위하여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임금 격차를 줄여가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하며, 저소득층의 소득을 잠식하는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평등 해소’의 대안으로 ‘포용국가’를 제시하였다. 포용적 복지국가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복지체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기회와 틀을 구축하여야 한다. 체계적이고 근본적 혁신 없이는 많은 국민들의 ’낮은 삶의 질’과 ‘높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경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 급격한 고령화 문제, 4차 혁명 문제 등 다양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남유럽 국가’들의 복지정책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 전망을 하면서, 포용적 복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사회경제 정책 체계를 꾸준히 구축해 가야 할 것임을 역설하였다.

세 번째 발제자는 영국 요크대 공공보건역학 케이트 피켓 교수였다. ‘건강 불평등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주로 유럽국가의 지역별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런던 주거민의 지역에 따른 수명의 차이, 유럽 13개국의 영유아 사망률과 유아, 신생아, 출산 전후 사망률 등을 차례로 검토해 보았고, ‘가디언지’에 보도된 기사를 소개하면서 ‘런던의 부촌과 빈민가 지역별 기대 수명 차이의 증가는 불평등 심화의 증거’라고 발표하였다.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즉 ‘사회적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경제성장과 평등문제를 양자택일하라고 강요하는 일각의 흐름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또한 교육, 고용, 산업구조, 조세정책을 비롯한 경기 순환 관리 등 많은 문제를 사회정의, 그리고 사회분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지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종합 토론 과정에서는 리처드 윌킨슨 교수, 케이트 피켓 교수를 포함해 8명의 패널들의 상호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경제는 성장했다고 하는데, 왜 국민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였다. 대책으로 의료, 주거, 간병 등의 사회서비스 확충이 필요하고, 소득보장의 문제, 누진세 강화 등 사회적, 국가적, 제도적 장치를 보강해 가야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이재준 주주통신원  izs41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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