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미래포럼] 불평등, 치유 가능하다

북유럽 해법,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8.11.05l수정2018.11.0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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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열린 강연 중 <불평등, 치유 가능하다>는 '캐시 조 마틴' 보스턴대 교수(정치학)가 연사로 나와 북유럽의 불평등 극복 해법을 소개했다.

한국은 소득에서 두 가지 큰 불평등이 존재한다. 하나는 자본소득 불평등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소득 불평등이다.

이미 심각하게 기울어진 자본소득은 어떠한 노동소득으로도 그 기울어짐을 극복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수천 년 역사에서 인정한 기울어짐이다. 문제는 이 자본소득의 기울어진 각도가 점점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피케티 교수는 누진세 강화와 글로벌부유세 신설 등 국가정책의 강력한 추진에서 그 해법이 있다고 한다. 한국같이 조세저항이 센 곳에서는 누진세를 조금 올리기도 힘든데... 쉽지 않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불평등인 노동소득 불평등은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에서 오는 불평등이다. 노동계층의 분화에서 오는 불평등은 대학진학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특히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자본소득에 따라 크게 좌우되므로, 부분적으로는 자본소득 불평등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한국 상황에서 마틴교수의 강연을 듣고 나니, 그녀가 제시한 ‘북유럽국가의 협력 정치를 통한 불평등 치유’는 우리와 상관없는 아마득히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마틴 교수는 보스톤대 유럽연구센터 소장이다. 그만큼 유럽을 많이 연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덴마크와 영국의 1700~1920년 문학작품 속 단어를 비교하여 재미있는 결과를 찾아낸다. 작품 속에서 덴마크는 기술, 능력, 사회를 강조한다. 영국은 자선과 개인주의를 강조한다. 이는 덴마크는 기술과 능력이 사회를 건설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한 반면, 영국은 개인(자본)이 사회를 이끄는 동력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영향으로 덴마크는 일찍 공공교육, 직업훈련에 투자한 반면, 영국은 교육을 상류층과 중산층의 자기개발로 여겨 소홀했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높은 사회경제적 평등은 일찍 시작된 공공교육과 훈련의 결과라고 본다.

북유럽 국가들은 일인당 높은 국내 총생산, 낮은 불평등, 낮은 실업률, 기업 우호적 환경, 낮은 재정적자, 강력한 사회 결속력을 갖추고 있다. 마틴 교수는 이는 강력하고 높은 공공지출을 통한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에 기반하고 있으며, 사회적 투자는 '국가 주도하의 노사협의체 협력'을 통하여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마틴 교수가 말하는 사회적 투자란 무엇인가?

국민에게 공공지출로 교육, 직업훈련 등 능력배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주거, 의료도 제공하는 것이다. 능력이 배양된 국민들이 주거, 의료가 안정된 삶을 유지하게 되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기 아동능력 개발을 위한 아동에 대한 투자를 가장 중요시하며, 가정과 직장생활의 양립을 위헤 여성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고령자에게도 투자한다. ‘마우리지오 페라라’는 이와 같은 사회적 투자는 높은 고용률(20~64세)과 낮은 빈곤율로 나타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결과를 통해 마틴 교수는 ‘평등’은 재분배 보다는 전 국민의 노동시장 참여와 향상된 능력으로 받는 임금상승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마틴 교수는 사회적 투자를 원활히 하기 위해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들 지지를 받은 ‘노사정 연대’는 협력을 통하여 사회투자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대표성을 갖는 노동계와 고용주의 상호 신뢰가 선행되었기에 이루어졌다고 본다. 즉 노사정의 상호 신뢰와 노사정을 믿는 국민들의 지지가 사회적 투자를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국민을 능력을 갖춘 고임금 노동자로 만들어 준 것이다.

마틴 교수는 국가나 노동자뿐만 아니라 고용주도 불평등에 관심을 갖는다고 이야기 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지만 또한 노동자와 평화로운 관계를 맺기 바라고,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고, 노동자의 기술과 생산성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 있기를 원하므로 장기적 실업을 원치 않고 소외 구직자에게 투자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보았다. 이런 상생을 중요시 하는 고용주들과 강력한 노동집단 그리고 공정한 정부의 연대는 사회적 지출을 증대시킴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치유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북유럽의 공정한 정부도 부럽고,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만으로 이윤을 챙기려하지 않는 고용주도 부럽고, 강력한 노동집단도 부럽다. 가장 부러운 것은 ‘노사정 연대’다. 마틴 교수는 “한국도 북유럽 모델을 따라할 수 있지만, 노사가 자신의 집단적 이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체제(institution)를 구축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조언한다. 맞다. 우리는 이윤에 몰입하는 고용주 집단도 문제이지만, 세 집단 중 대표성을 갖는 노동자 집단, 즉 노동조합이 취약하다는데 제일 큰 문제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보는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다. 조합원만의 개별이익집단으로 보기도 하고 전체노동자 권익집단으로 보기도 한다. 귀족노조라고 비아냥도 하고 정규직·비정규직으로 편 가르기도 한다. 두 노총은 협력하기도 바쁜 판에 견제하기 더 바쁜 듯 보인다. 더군다나 노조조직률은 수년간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2000만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600만 명이 넘고 비정규직 노조조직률은 훨씬 더 형편없다. 대표성을 갖는 노동집단이 없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걸까?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에서 140개 국가경쟁력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경쟁력에 비해 '노사관계 경쟁력' 순위가 현저히 낮다. 거의 꼴등인 124위다.

이런 상황에서 북유럽과 같은 '노사정의 강력한 체제'는 불가능하다, 노동조합의 개혁과 획기적 발전이 우선된 후에야, , 사회적 투자도 가능하고 임금 재분배도 가능하다. 작년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도 하르트무트 자이페르트 한스뵈클러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조 참여가 핵심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노조를 생각하다보니 2015년 노동절을 기념해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한 내용이 생각난다.

“내가 만약 내 가족을 위해 안정적인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직장을 찾고 있다면 나는 노조에 가입할 것입니다. 내가 만약 나를 지지해 줄 누군가를 원한다면 나는 노조에 가입할 것입니다.~~~ 중략 ~~~ 여러분은 우리가 흩어질 때보다 함께 할 때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곳까지도 서로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동절을 기념하는 이유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왜 이렇게 강조했을까? 미국에서 노조가 쇠퇴할 때 중산층도 쇠퇴하면서, 불평등은 심화되고, 국가경제도 침체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국 노동자들도 노조가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힘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노조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오바마 연설 관련기사 : 뉴스프로. https://thenewspro.org/2015/09/10/%eb%b2%84%eb%9d%bd-%ec%98%a4%eb%b0%94%eb%a7%88-%eb%85%b8%eb%8f%99%ec%9e%90%ec%99%80-%eb%85%b8%ec%a1%b0-%ec%a4%91%ec%82%b0%ec%b8%b5%ec%9d%98-%ea%b0%80%ec%b9%98-%ec%97%ad%ec%84%a4/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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