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계획

4, 작전계획

허사겸(許士謙)은 최여집(崔汝集), 조자근(趙子根)을 불러 말하되 이 통문(通文)을 가지고 군외(郡外)을 돌아오시오. 내가 미리 각리(各里)에 돌아다니면서 비밀리(秘密裏)에 약속(約束)하였으니 이것만 갖다 전(傳)하면 곧 알게 될 것이요, 내일오전(來日午前) 사시(巳時)에 석장리(石場里) 모래밭으로 모이되, 좌우산천(左右山川)에 숨어 있다가 나팔소리가 나가든 일제히 모래밭으로 모이라하시오. 또 20인의 장정(壯丁)을 불러 말하되 군등(君等)은 내일 새벽에 두 패로 나누어 한 패는 동부(東部) 가용리(加用里) 노두방면(方面)에 서고 또 한 패는 서부(西部) 망리(望里)방면(方面)에 서 있으되 나오는 사람은 그대로 나오게 하고 들어가는 사람은 상하(上下)을 막론하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소서. 여러 사람은 “예”하고 나갔다.

마치 지난날 최강 첨사가 왜적을 무찌를 때를 연상케 하는 계획과도 같았다. 산 속에 숨어 있던 것들이... 허사겸(許士謙)은 주민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한 횡포가 이어질 것인가? 어떻게 하여 이상돈(李相惇)의 착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고심 하였다. 법을 빙자하여 권력을 휘두르는 모리배들의 처단을 나라에서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당시의 사정으로 전혀 가망이 없는 일이라 판단하여 대안이 없었다.

허사겸(許士謙)이 죽음을 각오하고 마을별로 동지를 규합한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면서 이상돈(李相惇)과 직접적인 감정이 있는 사람들과 당장 곤장형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여 마을마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로 거사 작전이 계획되었다. 허사겸(許士謙)은 삼두리 박의중(朴義仲)과 대신리 최도일(崔道日)과 최여집(崔汝集), 장죄리 문사순(文士順) 등과 함께 통문을 작성하고 각 마을에 연락하여 동조자들을 규합한다. 거사 전까지 가리포 입, 출인 통제는 동부는 노두목에서 서부는 망석리에서 나오는 사람은 그대로 두고 가리포로 들어갈 사람은 못 들어가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것은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허사겸(許士謙)은 미리 각 마을에 비밀리 조직을 구성하고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순식간에 가리포진을 점령할 수 있도록 작전계획을 세웠다.

通文(통문)

우통문사(右通文事)는 본진(本鎭) 첨사(僉使) 이상돈(李相墩)은 인간(人間)이 아니고 극악(極惡)한 야수(野獸)이다. 이 야수(野獸)를 제거(除去)치 아니하고 그대로 방치(放置)하면 우리 가리포 국민은 재산(財産)과 생명(生命), 처자(妻子)를 안보(安保)할 수 없을 것이니 대중(大衆)은 일어나라 이 야수(野獸)을 잡아 월경(越境)을 시키고 이 야수(野獸)에게 아부(阿附)하여 야수(野獸)의 조아(爪牙)가 되는 사속(吏屬)들과 협잡배(挾雜輩)를 일석징치(一夕懲治)코저 하오니 재산(財産)을 빼앗긴 사람 정조(貞操)를 빼앗긴 사람 맞아서 병신(病身)이 된 사람은 일제(一齊)히 일어나 11월 18일 석장리 모래밭에 모이라.

계미(癸未)11월 17일 허(許) 조(祚) 최여집(崔汝集) 최도일(崔道日), 내외면(內外面) 각리(各里) 국민전(國民前) 이라 하였다. 이때 임시조직체(臨時組織體)로 말하면 최도일(崔道日)은 총참모(總參謀)이요. 최여집(崔汝集)은 선봉(先鋒)이요.

문사순(文士順), 박의중(朴義仲)은 후형(後衡)이요. 최여안(崔汝安)은 원문(願問)이요. 조자근(趙子根)은 연락(連絡)이니 그의 본소(本所)는 독다리에 있다.(지금의 화흥리와 대구미 사이에 있는 다리). 허사겸은 통문을 돌리기 전에 혼자서 비밀리에 각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마을의 어른들에게 알려 놓은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통문의 말미에 국민전(國民前)이라고 한 것은 수신인이 전 군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첨사 이상돈만이 아니라 아부하는 사람은 물론 협잡배들까지도 한꺼번에 처리할 계획을 세웠고 첨사 이상돈을 인간이 아니고 극악무도한 야수란 표현을 썼다,

가리포주민의 재산과 생명, 처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중이 일어나라, 이상돈(李相惇)을 잡아 완도에서 추방하고 이상돈(李相惇)에게 아부하고 이상돈(李相惇)의 손과 발이 되어 있는 관속들과 협잡배를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재산을 빼앗긴 사람, 맞아 병신 된 사람, 정조를 빼앗긴 부녀자들까지 11월 18일 석장리 모래밭에 모여라, 이처럼 사람이 아닌 야수를 몰아내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모두 동참해야한다 라고 호소하는 통문이 각 마을에 비밀리에 전달되었다.

특히 부녀자들까지도 욕보인 점에 대해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총참모에 최도일(崔道日)이 선봉에 최여집(崔汝集), 문사순(文士順)과 박의중(朴義仲)은 후형을 맡으며 최여안(崔汝安)은 원문으로, 연락책으로 조자근(趙子根)이 서로 직을 맞아 일사불란하게 전개된다.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거사에 임하게 되는데, 만일 일이 잘못되면 생명을 잃어야하는 중죄인이 될 수도 있었으나 오직 핍박을 당하는 국민들을 위하여 허사겸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거사의 맨 앞에 나선 것이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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