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잡기 제3권 성언(醒言)

국가간의 전쟁양상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군병과 무력을 이용한 전쟁이다. 하지만 현대전에서는 무력전쟁보다 정보전과 경제전 및 문화전이 더 일반적이다. 특히 보이는 전쟁보다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가의 근저가 무너지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근자에 들어 일본의 무도한 도발은 우리국가와 국민의 분노를 넘어 아시아민들은 물론 세계민들에게도 우려를 주고 있다. 사실 선린國(善隣國), 선한 이웃국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조상들께서 왜구라고 지칭했던 일본을 다시 분석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저들을 없애버리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므로 우리가 강해지고 커져야 할 기회이다.

참고로 고전번역서에 실린 청성잡기 제3권 성언(醒言)에 나온 이야기를 소개한다. 소시민이지만 이렇게도 대처할 수 있다는 좋은 예이다 즐겁게 읽기 바란다.

▲ 조명 연합군의 평양탈환도 사진 : Wikimedia

<고전번역서 청성잡기 제3권 성언(醒言)>

명(明)나라 장수 마귀(麻貴)가 소사(素沙)에서 왜적과 싸울 때의 일이다. 양군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한 왜병이 검을 휘두르며 기세등등하게 도전해 오자, 긴 창을 쥔 절강(浙江) 출신의 병사가 나가 대적하였으나 얼마 못 가 검에 찔려 쓰러졌다. 이를 지켜본 그의 아들 네 명이 연이어 나가 싸웠으나 모두 죽고 말았다. 검을 잡은 왜병이 더욱 앞으로 다가오자 조명(朝明) 연합군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마귀가 군중에 후한 상금을 내걸고 왜병에 대적할 자를 모집하였으나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이때 무명옷을 입은 조선 병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와서 마귀에게 읍(揖)하고는 맨손으로 그 왜병을 잡겠다고 자원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으나, 마귀는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우선 나가서 대적하게 하였다. 그 무명옷 병사가 나가서는 양손에 아무런 병기도 없이 검에 맞서 맨손으로 춤을 추기만 하니, 왜병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휘두르던 검을 멈추고 웃곤 하였다. 얼마 후에 검을 휘두르던 왜병이 갑자기 쓰러지자, 무명옷 병사는 그의 검을 주워들어 목을 베어 바쳤다. 이 광경을 본 왜군들은 크게 기가 꺾여 마침내 연합군이 승리하였다.

마귀는 무명옷을 입은 조선 병사의 공로를 인정하고 물었다.

“그대는 검술을 아느냐?”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왜병의 목을 벨 수 있었느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저는 어려서 앉은뱅이가 되어 혼자 방에만 있다 보니, 마음을 붙일 곳이 없어 바늘 한 쌍을 창문에 던지는 연습을 하면서 날마다 동이 틀 무렵에 시작하여 날이 어두워져서야 그만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던지는 족족 바늘이 빗나가 떨어지더니, 오랫동안 연습하자 바늘이 그대로 구멍에 들어가 8, 9척 안의 거리는 던지는 대로 명중하였습니다.

3년이 지나자 먼 데 있는 것이 가깝게 보이고 가는 구멍이 크게 보여, 바늘을 던졌다 하면 손가락이 마음과 일치되어 백발백중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기술이 완성되었으나 써먹을 데가 없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마침 저의 앉은뱅이 다리도 펴져 오늘에야 적에게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맨손으로 미친 듯이 춤을 추니, 왜병은 저를 비웃고 무시하여 검으로 베지 않았습니다. 저의 바늘이 자신의 눈알을 노릴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마귀가 이 말을 듣고 왜병의 머리를 살펴보니, 과연 그의 눈알에는 각각 바늘이 한 치쯤 박혀 있었다.

출처 : 고전번역서 청성잡기 제3권 성언(醒言)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