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공휴일 한낮이면 서울풍물시장이 있는 신설동 일대와 동묘, 청계천 인근은 보행로와 찻길 가녘까지, 구제의류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물건들, 심지어 이쑤시개와 바늘쌈에서 중량 수 십 킬로그램은 족히 됨직한 전동 장비까지, 오만 가지 물건이 발 디딜 틈 없이 펼쳐진 난전(亂廛)과 그 틈을 헤집고 다니며 물건을 고르고 눈요기하는 사람들로 가히 북새통을 이룬다.나 역시 지난 수 년 동안 두어 달에 한번은 어김없이 그곳을 찾아 북새통에 몸을 섞곤 한다.통칭 벼룩시장이라 불리는 장소의 번잡함과 무질서와 소란스러움, 그곳에서 느끼는 생존의
사월의 어느 주말, 함께 활동하는 지인들과 북한산 숨은벽 능선을 올랐다. 왼쪽으로 인수봉, 오른편 위쪽으로 백운대 정상을 바라보며 오르는 암릉은 꽤나 스릴 있는, 제법 난도 높은 코스다.전날 밤 시답잖은 문제에 심사가 꽂혀 고상고상 잠을 설친 데다 몸살 기운까지 겹쳐 두통에 삭신도 쑤시고... 등산은 아무래도 무리한 행보였다.그러나 화산과 마그마의 활동이 있었던 태초의 시간,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폭발력에 의해 분출된 마그마가 서서히 식고 굳으며 풍화를 거쳐 빚어낸 기암괴석을 대할 때 느끼는 아득한 시공간에 대한 경외감, 거기에
일상생활 속 자주 쓰는 말 중에 ‘갑질’이 있다.갑(甲)이라는 한자에 접미사 ‘질’을 붙여,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무례하고 권위적으로 구는 행태를 일컫는다.육십갑자의 10간(干) 12지(支)중 천간(天干)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자로 단지 기호의 순서일 뿐인 갑과 을이 언제부터인가 신분의 우열, 상하를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흔한 경우로 계약서와 같은 서류는 갑은 고용인 을은 피고용인, 갑은 집주인 을은 세입자로 표기한다. 몇 년 전 ‘갑질’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세상을 뜨겁게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