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야기 77]

노자의 도덕경에서 제가 좋아하는 글귀 중 으뜸은 상선약수입니다.

▲ 중화권에서는 노장사상이 민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山西省 면산(綿山)은 한식의 유래가 된 개자추가 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 죽은 곳이다. 도교의 이상향 대라선경을 개자추가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보았다는 도교 설화에 따라 이곳에 최대 규모의 도교사원인 대라궁을 지었다. 2016년 4월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의미입니다. 2,500여 년 전 지혜로 충만했던 사람들은 물 흐르듯이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 절벽에 지어진 대라궁 위로 가파르게 올라가면 삼청전이 있다. 2016년 4월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북극까지 이동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보다 실용적인 먹거리를 찾아서라고 합니다. 인류가 생존하기에 충분한 먹거리가 이 지구에서 생산되지만, 경쟁과 욕망이 지배하는 현실에선 전쟁 같은 투쟁과 굶주림이 우리 주변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먹고 사는데 두려움이 없을 정도의 경제력은 필요하지요. 제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과 만났던 대만 사람들 이야기를 재미 삼아 써보려고 합니다.

그 당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하면서 항상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이 바로 ‘상선약수’였습니다.

▲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의 고사 지음(知音)의 백아와 종자기 2016년 4월

물은 돈과도 같고 행복과도 같지요. 가장 소중하지만 넘치면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소중하다고 감춰두면 썩고 말지요. 또한, 움켜쥐면 쥘수록 다 빠져나가고, 악착같이 거두고자 하지만 돌아보면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사업이나 인생살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오르면 오른 만큼 반드시 내려와야 하고, 높이 올라가면 더 깊은 계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두 번 사기 치고 옥살이할 생각이 아니라면 멀리 보고 가야 하는데, 그 길에는 반드시 크고 작은 장애를 만나게 되고 선택의 갈림길도 나타납니다. 그럴 때마다 상선약수를 되뇌었습니다.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거슬러 오르지 않고 멈추지요. 기다리노라면 반드시 변화가 생깁니다. 그 기다림이 돌아가는 길을 찾아주고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게 해주니까요.

물은 형태를 고집하지도 변화를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릇의 크기가 바뀌고 모양이 달라져도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맞추지요.

사업을 하면서 만났던 대다수는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부자여서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룬 것보다 원하는 게 더 크면 영원히 가난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으니까요(행복=성취/욕망).

누구나 원하는 부자가 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수입보다 지출이 적으면 부자가 안 될 수가 없지요. 반대로 아무리 많이 벌어도 지출이 일원이라도 많으면 언젠가는 거지가 되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 누구나 먹고 살 가능성은 높지만 부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더군요. 물고기를 잡으러 물속에 뛰어들어 쉬지 않고 물질을 하노라면 한두 마리 잡을 수도 있겠고, 산속을 종일 뛰어다니다 보면 또 운 좋게 뭐 하나 얻어걸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요.

물고기를 쫓지 말고 다니는 길목을 지키라고 합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열심히 공부하면 1등 할 수 있다는 말 모르는 사람 있나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돈을 벌려면 돈을 쫓지 말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이익도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 돈을 쫓으면 경쟁과 적을 만들어 물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사람이 돈이고 기회이고 일의 성패라고 생각했지요.

▲ 면산 계곡에는 여러 곳에 고사에서 연유한 작품들이 있다. 2016년 4월

그래서 제가 현장에서 활동했던 시기의 경험은 사람과의 만남이 전부인 듯합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다음 회부터 대만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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