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다음 날 아침 공원에서 만난 토끼.
설 다음 날 아침 공원에서 만난 토끼.

계묘년 토끼해가 밝았습니다. 토끼는 꾀가 많고 영리한 동물로 묘사됩니다. 토끼의 달은 음력 2월로 농부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봄이고, 토끼의 時인 묘시는 아침 5시에서 7시이니 농부가 일을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올 한 해는 준비하고 씨를 뿌리는 해입니다.

토끼가 들어간 대표적인 사자성어로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있지요.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고서야 베개를 높이고 편안하게 잠을 잔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승승장구할 때는 영원할 것 같고, 고통이 길어지면 절망에서 다시는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권력이나 사업, 건강 모두 잘 나갈 때 또 다른 대비를 해야 편안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합니다.

교토삼굴의 지혜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올해도 열심히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한 해로 삼고자 합니다.

코스모스를 대만에서는 그동안 못 본 듯합니다. 올해 이곳 용캉 공원에서 만난 키 작은 코스모스(뒤 편).
코스모스를 대만에서는 그동안 못 본 듯합니다. 올해 이곳 용캉 공원에서 만난 키 작은 코스모스(뒤 편).

20여 년 전 사업상 자주 만났던 한 지인과 연락 없이 수년을 지냈습니다. 그 지인이 2~3년 전인가 고속철로 제가 사는 타이난 지역을 지나며 연락을 주었습니다. 아들과 딸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자기는 은퇴하였다며 여행 중이라고.

코로나 상황으로 또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에 연락이 잦습니다. 그러더니 골프를 배우겠다며 도와달라고 합니다. 이미 6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에 배우면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칠까? 라는 생각에 중고 골프채 알아봐 줄까 하고 아는 매장을 소개했습니다. 매장에 가더니 유명 브랜드 세트로 거금을 들여 신제품을 구매하였습니다. 기왕에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거 돈을 투자해야 더 열심히 할 거라고 합니다.

아직 연습도 며칠 안 하고 벌써 5월에 친구들과 일본 홋카이도로 골프 치러 가자고 하네요. 60대 후반 골프 초보자의 열정에 저도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그래 앞으로 20년 즐겁게 살면 그 또한 새로운 인생 아닌가? 골프를 매개로 다시 연락이 잦아진 그 친구의 변화를 지켜보렵니다.

거류증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대학교 어학원에서 1년 가까이 중국어를 배우면서 느낀 건 새로운 한자나 어휘도 반복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기억의 한계도 깨닫게 되고, 그 부정확함도 자주 인지합니다.

나이 들수록 옳다고 주장하거나 확신을 가졌던 믿음, 말과 행동 뒤돌아보니 부끄러움이 더 큽니다. 인간의 기억과 행동은 절대 장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잘못 입력된 기억은 바꿀 수 없는가 봅니다.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 중 어학원 원장(가운데)으로부터 선물을 받다. (아마도 제가 학교 구성원 중 최고 연장자일 듯)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 중 어학원 원장(가운데)으로부터 선물을 받다. (아마도 제가 학교 구성원 중 최고 연장자일 듯)

후회는 핑계를 대거나 남 탓을 할 때 생깁니다. 2023년 후회 없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겠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의 씨라도.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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