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는 유명한 능이 2개 있다. 세종대왕과 소현왕후를 합장한 英陵과 효종대왕과 인선왕후를 모신 寧陵이다. 英陵은 조선왕릉 최초의 합장릉이라 한다.

▲ 세종대왕 英陵과 효종대왕 寧陵 지도

남한에 있는 조선 왕릉 40기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만큼 조선 왕릉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가치 있는 유산으로, 가끔 한 번씩 찾아보기 좋은 곳이다.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대부분 능침은 가까이서 볼 수 없다. 30년 전만해도 능침까지 올라가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정자각 인근까지만 접근을 허용해서 멀리서만 바라볼 수 있다. 나는 난간석, 망주석, 석호, 석양, 석마, 문석인, 무석인 같이 능침을 지키는 석조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에서는 英陵의 능침 공간을 재현하여 전시한다는데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아쉽다.

▲ 세종대왕릉의 홍살문과 정자각

조선 왕실의 모든 능은 늘 소나무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그래서 능에는 항상 멋진 소나무들이 많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비각이 유난히 깔끔하다.

▲ 세종대왕 영릉과 비각

수라간과 수복방에 드리워진 소나무도 참으로 멋지다. 

▲ 왼쪽은 음식을 준비하는 수라간, 오른쪽은 능을 지키는 이들이 머물던 수복방

세종대왕 英陵을 나와 효종대왕 寧陵으로 가는 길을 '왕의 숲길'이라 부른다. 천천히 걸어서 15분정도 걸리는데 역시 소나무가 울창하다. 숙종, 영조, 정조 임금이 효종대왕 寧陵을 참배한 후 세종대왕 英陵에 참배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라 '왕의 숲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5월에서 10월까지만 개방한다. 호젓한 숲길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주 맘에 들 듯...

▲ 왕의 숲길

효종대왕 寧陵은 2개의 능으로 되어 있다. 정자각이 비켜나있어 인선왕후 능이 보인다. 寧陵은 인선왕후 능 뒤에 있어 멀리서도 보기 어렵다.

▲ 효종대왕 영릉의 향로, 어로와 정자각

寧陵을 나오면 바로 재실을 만날 수 있다. 세종대왕 英陵의 원 재실은 많이 소실되어 새로 지어서 그다지 매력이 없다. 조선 왕릉 재실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대부분 멸실되어 원형을 잃었다. 寧陵 재실은 그나마 원형이 잘 보존된 재실이라 한다.

▲ 효종대왕 영릉 재실

이곳을 지나치지 말라고.. 꼭 와서 보고 가라고... 멀리서 나를 부르는 문이 보인다. 옆문으로 들어간 순간 탄성이 나왔다. 굉장히 아담한 한옥이다. 재실이라 그런지 꾸밈없이 소박하다. 쪽문도 귀엽다. 마당에 큰 그늘을 드리워주고 있는 노목도 멋지다. 재실보다 더 오래 살았을 것만 같다.

▲ 효종대왕 영릉 재실 노목
▲ 쪽문

쪽문으로 들어가면 큰 회양목을 만난다. 회양목은 보통 키가 작은데 이 회양목은 4m는 족히 되어 보인다. 이 나무도 재실과 함께 300년을 살았다 한다. 생물학적, 역사적 가치가 매우 커서 천연기념물 제495호로 지정되었다.

▲ 회양목

정문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 문으로 안채가 들여다보인다. 정말 예쁘다. 이런 문이 있는 한옥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골치 아픈 일이 될까?

▲ 효종대왕 영릉 재실 입구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재실이 보물 제1532호다. 역시... 사람 눈은 비슷한가 보다. 재실 대문 앞에는 재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죽다 살아난 노목 하나가 하늘을 향해 한껏 손을 뻗어 승리의 브이 자를 그리고 있다.

▲ 효종대왕 영릉 재실 앞 노목

재실을 구경하고 영릉길을 따라 출구로 나갔다. 각종 야생화가 피어 있다. 가을 향기를 품은 길이다. 언제 봐도 꽃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 참취

寧陵 앞에는 '참취' 군락지가 있다. 참취는 전국 산지 어디서나 자라는 다년생 국화과 풀이다. 식물 이름에 ‘취’가 들어간 풀은 대부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취나물 중 맛과 향이 가장 으뜸이라 ‘참’자가 붙었다. 봄에 어린 순이냐 연한 잎을 쌈으로도 먹고 데쳐서도 먹는다. 8~10월에 피는 하얀 꽃도 예뻐 관상용으로 심는다. 내 눈에는 가을 들국화 중 가장 예뻐 보인다. 꿀도 많아 밀원용으로도 키우는 알토란 식물이다. 

▲ 벌개미취와 호랑나비

'벌개미취'는 참취와 마찬가지로 다년생 국화과 풀이다. '취'자가 붙었으니 어린 순은 삶아 나물로 먹는다. 취나물 중 꽃이 개미처럼 떼지어 피는 것을 ‘개미취’라 부르고, 그 중 벌판에서 자란다 해서 ‘벌개미취’라 이름 지었다. 보통 6~10월에 연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이번에 만난 벌개미취는 흰색이다. 전국 산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강인한 식물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를 내기 위해 절개한 비탈진 곳에 벌개미취가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이 개미떼처럼 피는 것처럼 뿌리도 왕성하게 뻗어나가 토양고정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절개지나 척박지 등에 심어 토사유출을 막는다고 한다. 정말 훌륭한 일을 숨어서 하는 식물이다.

▲ 좀작살나무 꽃과 열매(꽃 출처 : http://blog.daum.net/ihogyun/2764008)

‘좀작살나무’는 산속에서 자란다. 6~8월에 분홍 꽃이 피고 9~10월에 열매가 열린다. 줄기가 작살처럼 세 갈래로 갈라져 ‘작살나무’라 이름 지어진 나무 중에 줄기가 덜 작살을 닮아 ‘좀’이라는 말이 붙었지 않나 싶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두 나무는 잎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두 나무 잎은 긴 타원형이지만 작살나무 잎은 가장자리 전체가 톱니모양이고, 좀작살나무는 상부만 톱니다.

▲ 왼쪽부터 좀작살나무 열매, 누리장나무 열매, 작살나무 열매(누리장나무 열매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parkhyosam/7089689/ 작살나무 열매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ihogyun/2768099)

작살나무 열매는 성글게 열리고 색이 좀 더 진한 자줏빛이다. 좀작살나무는 영롱한 구슬 같은 연자줏빛 열매를 송골송골 포도송이처럼 맺는다. 내가 본 가장 예쁜 열매는 사파이어 빛을 내는 흑진주 누리장나무 열매지만 좀작살나무 열매도 누리장에 뒤지지 않는다. 열매가 예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것 같다.

▲ 꼬리풀

‘꼬리풀’은 다년생 풀로 8~9월에 꽃이 핀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 흔히 자라는 풀이다. 긴 꽃대에 작은 꽃이 꽃차례를 이루며 무리를 이뤄 모여 핀다.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한다. 내가 만난 꼬리풀 꽃은 연자주색이지만 하얀색이 피는 흰꼬리풀도 있고 파란색, 분홍색 꽃도 있다 한다.

▲ 물봉선과 노랑물봉선(노랑물봉선 사진출처 : http://blog.daum.net/ihogyun/2766820)

‘물봉선’은 손톱에 물들이는 봉선화(봉숭아)와 같은 봉선화과 식물이다. 봉선화는 뜰에 자라는 반면 물봉선은 산골 개울가에서 자란다. 해서 ‘물’자가 붙었다. 노란 꽃을 가진 ‘노랑물봉선’도 산골 개울가에서 자란다. 물봉선 꽃은 8~9월에 피고 자주색이다. 물봉선도 봉선화같이 물이 잘 들어 염료용으로 심기도 하고, 자주색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여주에는 파사성, 신륵사, 영릉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여주 유물을 전시하는 여주박물관. 도자문화를 보여주는 반달미술관(여주세계생활도자관), 불교문화재를 전시하는 목아박물관 등... 코로나19가 물러나면 한 번 더 방문해야겠다. 

* 좀작살나무 꽃과 작살나무 열매, 노랑물봉선은 야생화 전문가이신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http://blog.daum.net/ihogyun)에서 가져왔다. 누리장나무 열매는 박효삼 주주통신원 블로그(http://blog.daum.net/parkhyosam/)에서 가져왔다. 아낌없이 자료를 내주는 두 분께 감사를 보낸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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