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십계명 중에 우리에게 비교적 낯익은 계명이 하나 있다면 "네 이웃의 아내나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일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이미지 시대에서는 남의 아내와 소유를 탐하는 것 외에도 남의 좋은 이미지를 탐하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마약이나 도박으로 본인의 이미지를 망치기도 하고 패가망신하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또한 이미지 관리와 홍보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기업 이미지는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형성한다 해도 분식회계라든지 경영자의 비리가 드러나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도 바로 그 이미지입니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우에도 이미지를 중시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기업 이미지가 경쟁력을 좌우하듯이 국가 이미지도 국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여기에 목숨을 걸고 국가 이미지를 사수하려는 국가가 있습니다.

▲ ▲ 부녀자들까지 동원된 일본의 전쟁준비 모습. 일제 식민지 말기 일본은 침략 전쟁에서 많은 한국여인들을 희생시켰으나 종전 65년이 되도록 진정성 담긴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 프레시안 자료사진

바로 우리와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잘못을 회개하거나 반성하려 하기보다는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는 나라 일본. 과거에는 이웃 나라의 영토와 소유를 탐하고 이웃 나라의 여인을 탐하더니 지금은 이웃 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탐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은 서구 열강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기 위한 행위였다며 일그러진 역사의 얼굴에 회색 분칠을 하고 추한 역사의 몸에 고운 때때옷을 입히는데 온갖 공을 다 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행태는 기업으로 치면 분식회계를 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기업이 매출과 이익을 부풀려 공시하여 투자자를 미혹시키고 손해를 입히는 것처럼 일본은 과거를 미화시켜 전 세계를 현혹시키고 우리 국민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국가 이미지를 거짓 포장하는데 들이는 그 노력과 예산이면 한·일간의 걸림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벌써 해결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일본이 약은 듯, 약지 못한 면모를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  얼굴을 회색으로 분칠한 가부키 가면이 마치 역사를 미화하려는 일본을 상징하는 듯하다.

다른 한편으로 현실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일 양국은 서로의 장점을 취하고 상생할 여지가 많은 보완적 관계에 있습니다.

"시간이 고통과 싸움을 해결 해 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변하기 때문이다" 라고 한 파스칼의 말마따나 한·일간의 앙금을 해소하기에는 국교 정상화 이후 50년의 세월도 아직은 부족한 듯 보이지만, 얼마 전에 한겨레 주관으로 열린 제6회 아시아미래 포럼에서의 표어처럼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소중한 이웃이 되어 '새로운 균형, 새로운 아시아' 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갈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오기를 염원해봅니다.

 

▲ <뉴욕 타임스>에 실린 ‘일본군 위안부’ 전면광고(가수 김장훈씨와 홍보전문가 서경덕(성신여대) 교수가 ‘독도’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전면광고를 <뉴욕 타임스>에 실었다. 2012년 3월 29일 한겨레신문)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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