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다래식당에서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버섯찌개를 맛있게 먹고 가창교 옆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차도 한 잔 했다. 날도 좋아 가창 오리까지 같이 걸었다.

계곡 왼쪽이 최정산, 오른쪽이 비슬산이다. 최정산과 비슬산이 만나는 고개가 헐티재이고, 이 고개를 넘으면 청도 각북이다. 계곡 물을 담은 가창댐은 대구 수성구와 가창면에 맑은 물을 공급한다. 이 물 때문에 수성구로 이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가창댐 일대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자연이 잘 보존되고 있어 최고가는 전원주택지이다.

가을 색이 짙어가는 길을 걸으며 배목사가 40여 년 전 고등부시절 야유회 때 음료수 박스를 어깨에 지고 이 길을 걸었다 했다. 그 시절 비포장도로에 버스도 안 다녀 가창교에서 오리까지 걸어 올라가는데 자기가 음료수박스를 지고 갔다는 것이다. 십리가 좀 더 되는 길이다. 그 먼 길을 그 시절 나는 걸어 올라갔을 리 없다 했다.

 

그 길을 옛 얘기하며, 풍광 구경하며 털레털레 걸어 올랐다.

달빛, 물빛, 꽃빛을 담은 오리에 도착하니 느린 마을 하나가 있었다.

그 마을로 할머니 한분이 천천히 들어가고 계셨다.

감이 탐스럽게 달린 늙은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있었다. 까치밥을 바로 옆에 둔 저 집이 진짜 먹세권 주택, 최고 명당집이다.

 

동네 정자에 앉아 내 블로그에 있던 그 때 사진을 다운받아 보았다. 가창교에서 출발 전 찍은 사진, 오리에서 노는 사진, 빈 음료수 박스 지고 내려오는 사진 들이 있었다. 가창교에서 오리까지 음료수박스 지고 올라온 게 맞았다. 게다가 신기하게 사진 속 장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42년 전 같이 걸었던 친구와 다시 걸어올라 본 가창 오리 참 좋았다. 42년 뒤 또 같이 올라오자고 하며 내려왔는데 그 때는 차타고 올라올 수만 있어도 너무나 좋겠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psal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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