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도와 함께 한 평생

‘환도장’ 홍석현 한국전통도검제작소 대표
‘환도장’ 홍석현 한국전통도검제작소 대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돌을 이용해 칼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구석기시대 후기이다. 이후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청동이나 철로 된 금속제 무기로 바뀌어 왔다.

칼은 도(刀)와 검(劍)으로 분류되는데 도(刀)는 날이 한쪽에만 있고 검은 양쪽에 날이 서 있다.조선 시대에 칼자루가 짧은 외날의 칼을 대부분 환도라고 불렀다. 외날 도검으로는 운검, 패도, 패검, 장도(주로 단도) 등으로 나뉘었다. 환도의 제작은 국가에서 직접 관리했다..

홍석현 장인의 작품
홍석현 장인의 작품 - 각종 환도 (대검 등)

경기도무형문화재 제62호 홍석현 환도장은 충북 청주의 무심천가에서 태어나 개울 건너 뚝방쪽의 대장간 앞을 자주 지나게 된다. 대장간에서 들려오는 망치 소리와 함께 솥, 낫 등을 보며 자란 환경적 배경으로 1968년 초등학교 졸업 후 나전칠기 공방 미미공예사에 공예가로 입문하게 된다. 1980년 초 어느 날 칼집에 옻칠을 하면서 전통도검과 인연을 쌓게 된다. 1980년대 중반 부천 민속공예사를 설립하여 전통도검을 전문적으로 만들게 되었는데 이때 도검장 홍의윤 씨의 도움이 컸다.

각종 환도  - 홍석현 장인  작품
각종 환도들
각종 환도들

故 유적선 선생을 만나면서 ‘사인검’ 제작 기술인 ‘박음상감’ 기법을 알게 된다. 故 전용하 선생으로부터 전통도검에 대한 풍부한 상식을 얻게 된다. 1990년대엔 故 임명길 선생님을 공방으로 초빙하여 환도 제작에 필수적인 숫돌 연마기능, 쇠불림 기능, 날붙이 기능, 담금질, 풀림, 뜨임 기능 등을 사사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환도를 제작하는 작업장
환도를 제작하는 작업장

1998년도에는 사철을 녹여 「옥강」이란 최고의 쇠를 구해 전통 보검을 제작하는 반열에 설 수 있었다.

그동안 곽재우 장군의 검, 이순신 장군의 검, 무열왕릉의 환두대도 등을 만들었다. 2002년 4월 13일 KBS TV 역사 스페셜에 「고대사 미스터리, 무덤 속의 칼 – 환두대도」 제작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그가 만든 검 중 최고의 도검은 단연 철종 표준영정에 나와 있는 어검인 을자장도(乙字粧刀)다. 을자장도는 특유의 S자 형상으로서 손잡이 끝과 칼집의 끝에는 모두 은빛 백동을 이용한 금구장식이며 어도의 외장은 대모(거북 등껍질)을 사용하였다.

홍석현 장인은 조선시대 철종 어진에  그려진 그림 속 도검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홍석현 장인은 조선시대 철종 어진에 그려진 그림 속 도검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그동안 홍석현 환도장이 제작한 환도는 수백 점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충무공 쌍룡검, 대환도, 철종어도, 곽재우 장군도, 삼정도(대통령 하사품), 칠성검, 예도 등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한다 해도 손색이 없을 명도라 할 수 있다.  

홍석현 환도장의 작품들
홍석현 환도장의 작품들

대한민국 최고의 환도를 창출하는 '전통도검연구제작소' 입구는 허름한 가옥들 한 가운데 있다. 홍석현 환도장은 토요일 오후인데도 제작소 공방에 나와 무딘 쇳덩이에 예리한 정신이 스며든 칼날을 갈고 있었다. 그의 시커멓게 그을린 억센 손으로 만들어준 커피가 그렇게 맛이 좋은 줄 몰랐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이칠용 주주통신원  kcaa08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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