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나 스스로에게 부치는 글 ~

 오늘도 아침에 끄적인,  <명시감상> 세번째 글 올립니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며,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시를 사랑하는  마음'(=시심)으로 감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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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 >  - 신경림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ㅡㅡㅡㅡㅡㅡ
오늘은 대표시 '농무(農舞)' 의 시인 신경림의 '갈대'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갈대 하면 저는 '갈대의 순정'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박일남의 "사나이 우는 가슴을  그 누가 알~랴" 라는 노래를 사실 잘 부르지는 않지만, 지금은 작고하신 선배 교사 한분이 한잔하면, 노래방에서 꼭 이 노래를 애창하시곤 해서 각인되었다고나 할까요?

 이 시에서도 갈대는, 시인의 마음을 실어서 표현하는 대상으로 나옵니다. 아마도 '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명명한 이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여리여리한 약한 존재'를 갈대에 빗대는 것은 동서양과 시대를 넘어 공통의 비유인 것 같네요.

1연에서,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라는 문장은 시인의 마음 상태를 대변하는 말로서, 말 못할 내면의 고통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2연을 보면,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 여기서, 우리는 불면의 밤을 보내는 시인의 현재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3연의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비로소 '조용한 울음'이 자신의 전 존재를 흔드는 '뿌리깊은 슬픔'이란 것을 자각합니다. 이 슬픔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는 이 시에서는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만, 이제 마지막 연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유추는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4연은,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시인은 이제야  '삶 자체가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인식을 얻습니다. 세상의 온갖 풍상(風霜)과 비루함, 오해와 배신과 음모와 계략의 오물, 진흙투성이 속에서 세월과 함께 견디며, 쓴 소주를 혼자 마시며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 삶  자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고 한 싯구와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일지도 모르겠지요?

이제, 푸쉬킨의 '삶' 전문을 끝으로 오늘의 명시 감상을 마무리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혹시 말 못할 힘든 일로 마음속 눈물을 삼키는 경우가 생긴다면, '갈대'나 '삶'이란 시를 암송해 보며 엄혹한 겨울 추위를 잘 견디어내서 2~3개월 뒤에 맞이할 꽃피는 새봄을 맞이합시다.~♡)

< 삶 >
      - 푸쉬킨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보고 사는 것이니
현재는 언제나 슬픔이 존재하는 것.

모든 것은 하염없이 사라지나니,
지나가버린 것은 또한 그리움이 될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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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주주통신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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