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러시아 로망스 가수 '엘레나 깜부로바(Elena Kamburova)'를 소개했다. 그녀는 ‘불라트 오쿠자바(Bulat Okudzhava)’의 시에 ‘이삭 쉬바르츠(Isaak Shvarts)’가 음을 넣은 곡을 많이 불렀다.

러시아의 3대 음유시인이라고 하는 ‘불라트 오쿠자바’는 1924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소련 공산당에 의해 처형되었고, 아르메니아인 어머니도 18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부모의 불행을 보며 자란 그는 소련 공산당 독재에 대한 저항의식을 갖게 된다.

1950년 트빌리시 주립대학을 졸업한 후 잠시 교사로 재직하다가 1956년 모스크바로 이주하면서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시를 쓰고 작곡을 하고 통기타 반주로 노래부르기 시작한다.

막 모스크바로 이주한 직후인  1957년, 그가  작사, 작곡하고 부른 ‘하늘색 풍선’은 그의 대표곡이다.

 

이 곡은 '안나 깜부로바'도 불렀다. 소녀가 잡으려 했던  하늘색 풍선은, 아가씨가 되서도... 한 남자의 아내가 되서도 잡을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둔 노파가 되어서야 그녀 곁으로 온다는 하늘색 풍선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참 서글픈 '시'다. 

 

그런데 이곡이 ‘Dorogi(길)‘와 상당히 비슷하다. ’Dorogi‘는 몰도바 바이올린주자 ’세르게이 트로파노프‘가 함께했던 3인조 집시밴드 ’젤렘‘의 곡이다. '젤렘'은 1996년 데뷔했으니 ’Dorogi‘가 '하늘색 풍선'보다 훨씬 뒤에 나온 곡이다. 아마도 두 곡 다 러시아에서 전해지는 집시음악에서 선율을 따오지 않았나 싶다. ’Dorogi‘도 양념으로 소개한다. 

 

억압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민중을 위로하는 가사가 담긴 그의 노래는 1970년대 말까지 정식 앨범으로 나오지 못했고, 1980년이 되어서야 공식 출판하게 된다. 1997년 파리에서 사망하였고 모스크바에 묻혔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를 추모하는 동상이 있다.

​블라트 오쿠자바의 무덤 ​(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
​블라트 오쿠자바의 무덤 ​(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

아르바트는 예술가 거리다. 화가, 작가, 음악가들이 모여서 그들의 예술을 이야기하는 거리로 구 소련의 대도시 대부분에 있다. 모스크바에 살았던 오쿠자바도 모스크바 아르바트를 사랑했던 것 같다. 그가 지은 시 ‘아르바트의 노래’에 단순한 멜로디를 넣어 그는 ‘아, 아르바트여, 나의 아르바트여’라며 노래 부른다.

 

그가 부른 노래 모음이다성량이 풍부하지도 않고, 음색이 아름답지도 독특하지도 않다. 그저 시를 읊조리듯 부른다. 시로 만든 가사가 주는 의미가 워낙 크다보니 뜻을 새기며 노래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뜻을 알아듣지 못한다. 아쉽다.

 

잔잔한 애환이 스며들어 있어 편안한 오쿠자바 곡은 잠이 오지 않을 때 들으면 잠이 스르륵 온다. 마치 수면제처럼 중독되어 듣고 또 듣게 된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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