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몹시 타기에 추운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추운 겨울을 기다렸다. 너무 따뜻한 겨울로 인해 자연이 이상해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다림을 아는 듯 12월 초순부터 춥기 시작했다. 매서운 바람에 얼얼해진 뺨이 시원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추위가 반가웠다.

이렇게 추울 땐 러시아 음악이 생각난다. 비록 땅은 얼어붙었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서로 마음을 녹이는 애잔한 음악을 좋아한다. 그 음악이 '러시아 민요'고, '러시아 로망스'다.

11월에는 러시아 로망스 가수 '안나 게르만'을 소개했다. 안나 게르만에 뒤질까~~ 감성어린 목소리로 시를 읊듯 노래 하는 또 다른 가수가 있다. '엘레나 깜부로바(Elena Kamburova)'다.

1940년 스탈린스크에서 태어난  엘레나 깜부로바(러시아어로 Елена Антоновна Камбурова)는 가족들이 이주한 우크라이나에서 자랐다. 러시아 최고 명문 연극학교인 GITIS에서 연극과 예술을 공부한 가수이자 영화배우다. 솔로 앨범도 많이 냈지만, 백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 주제곡에서 그녀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애절하게 호소하듯... 잔잔하게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녀는 러시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그야말로 러시아 로망스의 여왕이다.

러시아 로망스에서 ‘Bard’라고 분류하는 곡이 있다. 1960년대 이후 소련의 젊은 시인들은 자신들이 겪는 억압과 슬픔을 시로 표현했다. 이런 저항 시에 통기타 반주를 넣어 만든 서정적인 곡을 'Bard'곡이라 한다. 가사가 주는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가락은 단순했다.

깜부로바는 'Bard'곡을 많이 불렀는데, 그 중 대표곡이 '가을비'다. 

 

'가을비'는 불라트 오쿠자바(Bulat Okudzhava)의 시에 이삭 쉬바르츠(Isaak Shvarts)가 음을 넣은 곡이다. 오쿠자바와 쉬바르츠는 어려서 소련 공산당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고 한다. 둘의 아픔이 만나 탄생한 ‘가을비’를 깜부로바가 애틋한 목소리로 부른다. 그 둘의 한을 어루만져주고 풀어주듯... 

가사는 이렇다. 

벽난로 속 따뜻한 불길은 타오르는데, 내 그림자는 차가운 벽에 기대어있네
이제 내 삶을 너희와 함께 하려하니, 가을비야 날 위해 조금만 울어주렴

나 홀로 이 세상을 방황하는 동안,  내 그림자는 차가운 벽에 기대어있네
너희 없이는 내게 평온도 없어라, 가을비야 날 위해 조금만 울어주렴

우리 모두는 운명의 손 안에 있고, 내 그림자는 차가운 벽에 기대어있네
피리는 사라졌지만 소리는 그대로네, 가을비야 날 위해 조금만 울러주렴

인생은 소중하지만 즐겁지만은 않네, 내 그림자는 차가운 벽에 기대어있네
인생은 봄부터 죽음의 겨울까지 짧은 길,  가을비야 날 위해 조금만 울어주렴

 

 '비 온 뒤' 다. 이 곡 역시 오쿠자바의 시에 쉬바르츠가 음을 넣었다.  

 

'사랑과 이별' 은 깜부로바 40세에 나온 곡이다. 이 곡 역시 세 사람의 영혼이 합해져서 나온 곡이다. 피아노 선율과 함께 흐르는 그녀 목소리가 애절하다. TV드라마에 삽입됐던 곡이라고 한다.

 

앨범 <Песни Булата Окуджавы> 모음곡이다. 앨범 이름 뜻도 모르고, 곡 이름도 모르지만 틀어놓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녀 노래는 영혼을 진정시킨다. 인간의 아픔과 슬픔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는 목소리다. 

 

그녀는 내년이면 81세지만 아직도 무대에 선다고 한다. 러시아 공훈예술가로 선정된 그녀는 평생 원 없이 노래를 부르고 산 가수가 아닐까 싶다. 2016년, 그녀가 76세에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영상이다. 브라보!! 브라보!! 엘레나 깜부로바여!!!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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