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망스

11월 마지막 주가 되면 그렇게 맘을 먹지 않으려 해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 바람에 힘없이 뒹구는 낙엽을 보면 괜히 센티해져서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늦가을... 착잡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곡이 있습니다. 안나 게르만(Anna German)의 ‘나 홀로 길을 가네’입니다. 평생 나 홀로 길을 가야한다면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요? 그 아마득한 심정을 이렇게 잘 드러낸 곡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 홀로 길을 가네’ 가사는 러시아 서정시인 레르몬토프(Lermontov 1814~1841)의 시입니다. 레르몬토프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외조모 밑에서 살다가, 성인이 되기 전 아버지마저 여의었습니다. 외로움에 치어 살던 그는 16세에 서사시를 쓸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러시아 전제정치에 반대하여 코카서스에 세 차례나 유배됩니다. 이후 독설과 파르륵하는 성정 때문에 학우였던 친구와 결투하다 27세에 요절하고 맙니다. 

아래 그의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다 잊고 잠들고 싶을 뿐" 그가 얼마나 외로움에 사무쳤는지 느껴집니다. '삶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고 가버린 날에도 아쉬움이 없네' 라고 하니 삶에 애착이 하나도 없었나 봅니다. 죽어도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결투도 하지 않았나 싶네요.

 

나홀로 길을 가네

 

 나홀로 길을 가네
안개로 덮인 자갈길에
별은 어렴풋이 빛나고
광야의 밤은 적막하여
신의 음성까지 들릴 듯하네
별들은 조용조용 말을 걸고
나는 혼자 길을 나섰다네 

하늘 모든 것이 장엄하고 경이롭구나
대지는 맑고 푸른 빛에 잠들어 있는데
나는 왜 이토록 아프고 괴로울까?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삶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고
가버린 날에도 아쉬움이 없네
그저 자유와 평화만을 구하고 싶고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다 잊고 잠들고 싶을 뿐

 

안나 게르만(Anna German)은 1936년 우즈베키스탄 공화국에서 태어났습니다. 27세에 우연한 기회를 얻어 가수가 됩니다. 1964년 1집 앨범 [Na tamten brzeg]을 내면서 폴란드, 소련, 이태리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이 사고로 십년 넘게 투병하다가 1982년 46세 나이에 생을 마칩니다. 

안나의 묘비(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안나의 묘비(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그녀가 부르는 러시아 로망스는 Russian Folk Song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곡을 말하지요. 서정적인 가사와 단조 계열의 차분한 가락의 러시아 로망스는 사랑, 이별, 슬픔, 자연, 인생의 의미 등 삶의 낭만과 애환을 표현합니다. 러시아 로망스는 18세기 말 러시아 귀족의 음악으로 사랑받지만 러시아 혁명 이후 부르주와 노래라고 핍박을 받게 되지요. 그래도 러시아인의 영혼과 감성을 표현하기에 러시아 로망스만한 곡이 없기에 러시아 민중 속에 파고들어 꾸준히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감성과 비슷하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그녀 곡 몇 개 소개합니다.

가을의 노래

쇼팽에게 보내는 편지

카츄샤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과 김지현 소프라노가 함께하는  '나 홀로 길을 가네'도 있습니다. 

 

첼로와 기타의 선율로 이어지는 '나 홀로 길을 가네'도 있네요. 

 

한국 첼리스트 박경숙과 러시아 피아니스트 Nina Kogan이 연주하는 곡은 어떤가요?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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