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 세상 꼭 이룰 것입니다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앞.  아픈 민중들을 끌어안고 있는 인자하신 백기완 선생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앞.  아픈 민중들을 끌어안고 있는 인자하신 백기완 선생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장산곶 매 백기완 선생님 영전에

                                          -김 광 철

 

박정희, 전두환의 총칼과 매질에도

장산곶 매의 부리를 뽑아낼 순 없었지

4.19에 뛰어들어 이승만을 끌어내고

한일협정반대 투쟁으로 민족정기를 지켜내고자 싸우며

총칼로 뺏은 박정희, 전두환 군부 권력의 매질에 몸은 만신창이 되어도

묏비나리 춤꾼의 춤사위 너머로 울려퍼지는 영혼의 숨결 틀어막을 순 없었지

길거리로 쫒겨난 노동자들의 어깨를 감싸안고

집 잃은 철거민들을 부등켜 안으며

서럽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 보듬던 분

유신독재 철폐

이명박 퇴진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 처단...

최루탄 연기 자욱한 종로 거리를 뚜벅뚜벅 걸으시니

수만 학생, 시민들 모여들어 그 뒤를 따르네

태산같은 바위로 우뚝 길 막아서서

모든 민주 학생, 노동자, 시민의 바람막이가 된다

가엾은 세월호 아이들 살려내라 절규하고

수천만 촛불이 광화문에 타오를 때

박근혜와 못된 재벌 야단치던 사자후는 민중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김진숙 힘내라“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이렇게 훌훌 떠나시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눈깔을 똑바로 뜨고 앞으로' 영상에 비치는 정의를 향한 영원한 노 투사 백 선생님의 모습
'눈깔을 똑바로 뜨고 앞으로' 영상에 비치는 정의를 향한 영원한 노 투사 백 선생님의 모습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기완 선생의 빈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기완 선생의 빈소

스스로 새끼를 꼬아 가방끈 만들어 이루어내신

노나메기 세상에 대한 혜안과 가르침

피끓는 시와 이야기와 겨레말과 글들은

화석이 되어 영원히 남을 것이고

‘묏비나리,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미

민주, 노동, 통일 겨레의 애국가가 되었습니다

함석헌, 장준하, 문익환에 이어 백기완 선생까지

겨레의 큰 스승들은 가고 안 계십니다

이 어른들이 사셨던 북녘땅

눈 감으면 삼삼하게 떠 올랐을 고향 산하를 어찌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노나메기 세상은 아직도 멀었음을 압니다

그 과제들을 겨레에게 남기고

모란 공원 전태일 열사 곁으로 가시나

그곳에 누우셔도

노동 해방 세상에 대한 열망은 중단됨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곳에 묻혀계시다

구월산 줄기 뻗어내린 장산곶 언덕 발치에 옮겨 누우실 날을

팔천만 겨레는 반드시 이루어 낼 것입니다

그날이 올 때 선생님은 벌떡 일어나 검정 두루마기 휘날리며

노동해방 세상 만세, 통일 세상 만세, 민주 세상 만세를 목청껏 외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시겠지요

선생님 영전에 국화꽃 한 송이 올리며 심란한 마음을 추스릅니다

선생님, 그 동안 고생 많으셨고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여 모두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설파하시고 그 길을 가기 위하여 민중들과 함께 온 몸을 바치신 겨레의 지도자 백기완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여 모두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설파하시고 그 길을 가기 위하여 민중들과 함께 온 몸을 바치신 겨레의 지도자 백기완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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