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2021년 2월 28일자로 전원 해고됐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대학본부 로비에서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신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문화제에서 연대하는 예술인들의 노래에 맞춰 "진짜 사장이 나와라"라고 몸짓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모습. ©️장영식
신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문화제에서 연대하는 예술인들의 노래에 맞춰 "진짜 사장이 나와라"라고 몸짓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모습. ©️장영식

모든 것이 ‘코로나19’가 이유입니다. 코로나로 학교 경영이 어렵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대면 강의보다 비대면 강의가 많았지만,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은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21년 교직원들의 임금은 인상됐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용역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고, 집단 해고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현상에도 국가와 사회는 방관합니다.

'엄마'를 노래하는 예술인들의 노래와 연극에 눈물을 훔치는 엄마의 모습. 그이는 '청소 노동자'입니다. ©️장영식
'엄마'를 노래하는 예술인들의 노래와 연극에 눈물을 훔치는 엄마의 모습. 그이는 '청소 노동자'입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과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길을 걸을 때, LG트윈타워 해고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그이는 자신이 평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깜짝 놀랐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당한 지시에도 시간 외 노동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침묵했었습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알면서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 외 수당’이란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과 '웃음'에 함께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힘이요 미학입니다. ©️장영식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과 '웃음'에 함께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힘이요 미학입니다. ©️장영식

신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도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청소 노동자 윤경숙 씨는 신라대학교 총장에게 “총장님, 우리가 살고 싶다고 다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큰소리로 외칠 때 총장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라며 “총장님, 지금이라도 우리가 모인 이 자리에 나오셔서 단체 해고는 무효라고 실수한 거라고 우리 노동자들에게 사과해 주십시오. 우리 노동자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나오셔서 웃으면서 다시 손잡고 함께 가자고 말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학이라고 하면 ‘학문의 전당’이었고, ‘진리 탐구의 마당’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은 학문도 진리도 사라졌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벗이어야 할 대학 사회는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믿을 것은 ‘단결’과 ‘투쟁’뿐입니다. 노동자들의 단결이 학문이 되었고, 투쟁이 진리가 되었습니다.

야만의 사회에 맞선 사회적 약자들의 단결이 학문이 되었고, 투쟁이 진리가 되었습니다. ©️장영식
야만의 사회에 맞선 사회적 약자들의 단결이 학문이 되었고, 투쟁이 진리가 되었습니다. ©️장영식

신라대학교 측은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신라대학교는 산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높은 언덕 위에 여러 동의 건물들이 있었습니다. 대학의 건물들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대학 측이 청소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경영 효율을 말하는 것은 참담하고 비겁한 짓입니다. 이 비겁한 일에 굴종하고, 침묵하고 있는 교직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대학인은 자본의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인들이 청소 노동자들의 눈물과 희생 위에 자신의 배부름을 추구하는 일은 지성이 아니라 야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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