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은 평생 교회의 종지기와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습니다. 선생은 생전에 글쓰기의 원고료와 동화집 등의 저작권료가 입금되는 통장이 있었음에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사후에 열어 본 통장에는 상당한 돈이 있었습니다. 선생은 유언에서 그가 남긴 돈으로 북한 어린이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했습니다.

권정생 선생은 평생 자신이 직접 지은 작은 집에서 살았습니다. 글을 쓰고 잠을 잤던 방은 사람 하나 누우면 될 정도였습니다. 선생이 죽을 때, 자신의 시신을 산에 버려서 들짐승과 날짐승들의 먹이로 하라고 했지만, 후학들은 차마 그 유언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선생은 자신이 죽고 난 후의 몸을 자연의 법칙에 맡기고자 했던 것입니다.

권정생 선생은 원고료와 저작권료가 입금된 통장으로 북한 어린이들과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날을 보내며 선생이 남긴 유언의 의미를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장영식
권정생 선생은 원고료와 저작권료가 입금된 통장으로 북한 어린이들과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날을 보내며 선생이 남긴 유언의 의미를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장영식

지난 5월 5일은 제99회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감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제3세계 민중들에게서 코로나19 백신은 남의 일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부자인 나라들이 자국 중심의 백신 독점으로 제3세계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재난의 가장 큰 희생자들은 어린이와 노인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미얀마 군부가 어린이들도 학살했다는 소식은 참담합니다. 어린이들을 학살하는 미얀마 군부와 함께 자국 중심의 감염병 백신 독점은 폭력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오래전부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는 감염병 백신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린이날을 보내며 권정생 선생이 가난과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내며 이 세상 모든 아픔을 감싸 안았던 "몽실 언니" 개정판을 내면서 남긴 글을 소개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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