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에 가장 성공적인 나라로 대만이 오르내렸지요. 대만은 2003년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중국, 홍콩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내면서 방역 당국이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으로 전염병 대응 매뉴얼이 잘 작동이 된다고 합니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는 사실 운도 작용하였습니다. 대만은 친중 보수성향인 국민당과 독립 개혁성향인 민진당이 선거마다 치열하게 대결합니다. 중국 정부의 방해에도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당선되면서 비록 독립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양안(중국과 대만)관계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가난하던 시절에 대만 사업가들이 중국으로 몰려가 공장을 세우며 중국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고,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해외여행 자유화를 하면서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은 곳은 대만의 관광업계였습니다. 그러다 한국에서의 사드보복처럼 차이잉원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중국은 단체 여행을 줄입니다. 그런데도 2020년 차이잉원 총통이 연임에 성공하자 단체관광뿐만 아니라 개별관광까지 금지했고, 대만 정부는 취업차 들어와 있는 중국인들을 모두 출국시킵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19가 터지자 코로나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고, 매뉴얼에 따라 외국인 입국제한을 비교적 강하게 하였습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대만 본토 확진자는 0을 기록하였지요. 그러다 지난 5월 중화항공 외국인 승무원발 코로나가 갑자기 퍼지면서 하루 몇 백 명씩 신규확진자가 발생하였고 다들 맨붕에 빠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통계가 발표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신규확진자 300명 矯正回歸(교정회귀) 150명과 같은 발표였지요. 설명도 모호했습니다. 검진을 받고 양성판정을 뒤늦게 받아 추가된 숫자라는 의미인데, 예상 밖으로 많은 숫자에 꼼수를 부린 듯합니다. 기억에는 일일 500여 명 확진에 교정회귀 200여 명으로 하루 700여 명 가까이 나온 날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백 명 단위로 나오자 방역 3단계를 시행하며 즉시 학교를 폐쇄하고 외국인 입국금지를 실시했으며 운동시설과 식음료시설의 실내영업을 모두 금지하였습니다. 공원은 폐쇄하지 않았지만 사람이 모일만한 시설이나 기구 둘레는 노란 테이프를 두르고 금지 안내를 걸었습니다.

지난 한 주간 30명 전후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두 달여 만인 7월 13일부터 2단계로 하향조정하였습니다. 학교와 실내영업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이고, 골프장은 어느 곳은 3인 이하만 어느 곳은 4인까지 가능한데 한 명은 카트를 못 타고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카트를 비닐로 격리 4인만 탈 수 있게 막았다. 캐디가 운전하므로 4인일 경우 한 명은 걸어서 이동
카트를 비닐로 격리 4인만 탈 수 있게 막았다. 캐디가 운전하므로 4인일 경우 한 명은 걸어서 이동

 

중국에 있으면서 또 대만에 와 있으면서 정부 시책을 잘 따르고 규칙을 준수하는 그들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2008년 북경올림픽 전과 후로 나뉩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예전에 외국인이 중국에 가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화장실이었습니다. 냄새는 어찌 참아도 문이 없는 화장실에 들어가 허리춤 내리고 볼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왼쪽에는 길게 오픈된 하수구 같은 곳에 서서 소변을 보고 오른쪽엔 출입문이 없는 칸마다 검은 머리통이 보이면 사용 중, 머리통이 없으면 내가 들어가야 할 곳!

처음 하루 이틀은 머뭇거려도 3~4일 지나면 여자들도 다들 들어가더군요.

선전(深圳 ) 같은 대도시에서도 웃통 벗고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 심심치 않게 경험했고, 버스 안에다 가래침 뱉는 인간들도 꽤 많았습니다.

북경올림픽 전에 대대적인 계도가 방송을 통해 이어졌고 여러 가지 처벌규칙도 나왔습니다. 어느 순간 공안들이 시가지를 돌며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 버리면 붙잡아도 막무가내더군요. “잡아가! 잡아가! 공짜 밥 좀 먹어보자!”며 덤비는데 참 난처해 보이더군요. 어떤 여자는 어린 공안에게 내가 언제 침을 뱉었냐며 자기가 뱉은 침을 발로 문지르며 증거 있냐고 큰소리치는 광경도 보았습니다.

그러다 일거에 해결한 방법이 벌금이었습니다. 액수는 기억이 안 나는데, 황금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민족, 돈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구류는 아무런 영향을 못 주지만 벌금은 즉각 반응하게 하더군요.

싱가포르가 가장 깨끗한 도시가 된 이유로 담배꽁초 하나만 버려도 엄청난 벌금을 물린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대만은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성향이 강하지만 이곳도 벌금이 큰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5월에 갑작스러운 확산으로 3단계를 시행하며 실내 모임을 금했지요. 노인들 집에서 평소처럼 마작하다가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화장실로 들어가 숨는 사람, 담벼락 화분 뒤에 허연 머리를 묻고 있는 사람을 클로즈업하며 각기 벌금 6만 위엔(원화 240만 원), 어느 회사에서는 신입 선발된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며 입사 설명회를 하고 있는데 모임 위반이라며 월급도 받기 전에 범칙금 일 인당 6만 위엔 이라는 보도를 하더군요.

범칙금이 집행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언론에서 상세하게 위반사항을 널리 알리니 모두가 잘 지킵니다.

현재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차이잉원 총통도 사과했습니다. 그렇지만 인구 2,200여만 명의 대만에서 하루 700여 명의 확진자가 두 달 만에 30명 아래로 떨어졌고, 머지않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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