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외국인 입국 금지가 내려지기 전에 대만에 도착하였습니다. 당시 14일 자가격리가 막 시행되었지요. 초창기라 저는 구호 식품도 받지 못하고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공항에서 받은 검사용지에 매일 체온을 적었고, 아침이면 보건소 직원이 확인 전화를 하였습니다. 한 번은 경찰과 함께 방문하여 신원 확인을 하고 가더군요. 일각이 여삼추, 참으로 지루했습니다. 7~8일을 힘겹게 견디고 열흘이 넘어가니 조금 수월해지더군요.
일 년 반이 지나도록 초유의 코로나 사태는 진전이 없고, 내가 사는 인근 도시로 구매한 왕복 항공권은 비행기 결항으로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결국 타이베이 가까이에 있는 국제공항에서 다행스럽게도 인천으로 운행하는 항공편이 있기에 7월 23일로 예약을 했습니다.
최근에 유행하는 델타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내국인도 귀국하려면 현지에서 탑승 3일 전 검사한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허용한다고 하였습니다.
매년 20여 차례의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는 대만이 그동안 1년 넘게 태풍도 안 지나갔습니다. 대만 기상관찰이래 최악의 가뭄을 기록하다가 올해 5월경 제한급수 시작 바로 전부터 비가 내려 모두 해갈이 되었습니다.
샤워할 때마다 태풍이라도 오라던 기원에 응답이 없더니, 날 받으니 등창 난다고. 귀국 비행기를 예약하고 났더니 하필 대만 남동쪽에서 발생한 태풍이 아주 서서히 대만 북쪽을 향해 이동하고 23일 오후 2시에서 24일 오후 2시까지 영향을 줄 거라고 예보합니다.
제가 탈 비행기는 23일 오후 3시 30분. 혹시 태풍으로 이륙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 늦게 21일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22일 영문 결과서를 받아 23일 아침 고속철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확진자가 1일 30명 아래로 떨어지며 조금은 완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3단계를 시행하며 방역과 제한이 많다 보니 고속철이나 공항으로 가는 전철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태풍 경로가 북쪽으로 치우치며 하늘이 맑아졌다가 금세 어두컴컴해지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2~30분 후엔 또 말짱해집니다. 안심할 만하면 또 갑자기 쏟아지길 여러 차례 반복하더군요.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세지 않아 이륙 걱정은 안 들었습니다.
1년 반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방역 당국의 세심한 배려를 받아 무사히 격리장소로 이동하여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도착한 다음 날 지역 보건소에 가서 다시 PCR 검사를 받았고(무료),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매일 오전과 오후 다운받은 앱으로 체온을 기입하고 질문사항에 답을 해서 발송합니다.
매일 안전 안내 문자와 더불어 관할 안전관리과에서 자가격리지 이탈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손해배상 등의 협박 문구가 날아드나 이젠 반가운 친구처럼 대합니다. 거기다 비상식품도 묵직하게 한 박스 배달해주고, 담당자가 직접 집으로 방문까지 해주니 고맙기만 합니다.
대만에서의 격리가 지루했다면 한국에서는 딸이 고생해준 덕분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양지에 있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여기는 우리나라!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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