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교사 5명이 지난주에 서울의 6개 학교 교정을 돌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교정과 연못, 교재원 등에서 자라는 수목과 들풀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대개 12시경 마치고 점심을 먹는다. 굳이 거리 두기 4단계 때문만은 아니지만, 일이 있어 두 분은 먼저 가신다. 남은 셋이 날마다 반주 삼아 막걸리를 한 잔씩 곁들였다.

 

그날의 메뉴는 동태탕이었다. 쥔장은 동태만 넣으면 퍽퍽해서 맛이 없으니 알탕을 섞으라고 권했다. 그러마 하고 기다리니 커다란 냄비를 들고 오신다. 언뜻 보니 알과 두부, 그리고 동태가 제법 푸짐하다. 냄비가 한 차례 넘쳤나 보다. 슬쩍 끓였으니 한소끔 더 끓여서 먹으란다.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우린 입맛을 다시며 막걸리를 한 잔씩 냈다. 그때 쥔장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한 말씀 하신다.
“미안해요. 미나리랑 대파가 들어가야 국물이 시원한데, 시장에 동이 났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돈 주고 살래도 야채가 없어요. 날이 워낙 가물어서 밭작물이 몽땅 타버렸대요. 오늘은 그냥 드세요.”

그제서야 국자로 휘저어 보니 채소라고는 콩나물 한 모숨이 전부였다.

“아니, 우리가 언제 미나리 달라고 했나? 이거 동태탕 맞잖아!”

걸쭉한 이수엽 선생이 한마디 한다.

서정덕 선생이 웃으며 이를 되받는다.

“맞아, 우리가 대파 못 먹어서 무슨 걸신들린 사람들도 아니고....”

나도 거들었다.

“동태탕에 알탕이면 동알탕? 맛만 좋구먼.”

우리는 그날 시끌벅적거리면서 막걸리를 한 병 추가했다.

 

지난 7월 30일, 송정역 근처 어느 탕집에서 내온 동태탕. 가뭄 탓에 밭작물이 귀해진 때문인지 탕 속에 콩나물 말고 다른 채소는 보이지 않는다.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박춘근 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