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어도 맛있어 보이는 먹방과 쿡방은 왜 그리 많은가. 요리 전문가가 질 좋은 식재료 오만 가지 넣고 지지고 볶는다. 곁에 있던 미남 연예인이 살가운 표정으로 집어 주고 따라 주고 저어 주고 맛보면서 조곤조곤 말 붙이니, 죽어 가던 입맛도 살려놓고말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빚은 걸까? 건강 정보 프로그램도 일정 부분 방송을 장악했다. 듣다 보면 약초 아닌 풀이 없고, 특효제 아닌 열매가 없다. 이름을 따라 부르기도 야릇한 것을 어디서 구해서, 용처와 용법을 어찌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지….

이른바 ‘건강 기능 식품’ 광고는 하늘을 찌른다. 광고마다 내로라하는 가수 배우 탤런트가 등장한다. 눈 영양제, 간 영양제, 뇌 영양제, 무릎 관절 영양제, 전립선 영양제, 혈당 영양제, 피로 회복 영양제, 암 환자 영양제, 임산부 영양제, 영유아 영양제, 어린이 영양제, 키 성장 영양제, 기억력 개선 영양제, 스트레스 영양제, 남자 정력 영양제, 속눈썹 영양제 등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종합비타민은 필수비타민 A, B, C, D, E 등 5가지 항목을 반드시 포함한다. 이와 유사한 멀티비타민은 복합비타민 또는 혼합비타민을 말하는데 2종 이상을 포함한다니 그 복잡한 속내를 어찌 알 수 있으랴. 게다가 수험생 영양제와 별도로 ‘○○동 수험생 영양제 추천 6가지’도 있다. 특정 지역의 특정 계층을 위한 영양제가 따로 있다니 참으로 신묘하다. ○○동 사람들은 특별히 다른 인간일까? ○○동 사람들만 그 영양제를 사 먹일까? ○○동 사람들만 그 영양제를 사 먹일 수 있을까? 이를 복용하도록 꼬시는 광고 모델들은 저마다 앞서가는 연예인이다. 그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갑갑하다. 몹시 궁금하다.

어느 블러그에서 ‘영양제’만 인용해 보자.
유산균, 종합영양제, 다이어트약, 오메가3, 비타민, 운동보충제, 갱년기 완화, 면역력 강화, 미용•피부 관리, 눈 건강, 간 건강, 뇌 기능 개선제, 그리고 끝으로 여러 영양제 관련 팁 8가지를 올려놓았다. ‘관련 팁’ 가운데 일례로 아침 식전에 유산균, 아침 식후에 루테인•밀크씨슬•종합비타민•엽산•철분, 점심 식후에 비타민 C•녹차 카테킨•그린 커피빈, 저녁 식후에 비타민 D•오메가3•마그네슘•콜라겐, 자기 전에 여성 유산균을 먹으라고 권장하고 있다. 유구무언이다.

반려동물의 허위 광고 또한 마찬가지다. 눈물이 날 정도로 볼썽사납다. 영양제를 먹이기만 해도 백내장이 치료되고, 지독한 치석과 입 냄새를 완벽 제거하고, 강아지 기관지 치료비 200만 원을 3초 만에 벌 수 있고, 귓병•피부병•관절염•천식•눈물자국•슬개골 탈구….

나는 트로트가 뭔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입에 달린 말이 뽕짝이다. 나한테 뽕짝을 전수한 분은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는 잡기장에 연필로 노랫말을 적어 두셨다가 라디오를 들고 다니면서 부르셨다. 부엌에서 밥을 지으실 때도, 아궁이를 지피실 때도, 장독대 옆에서 설거지를 하실 때도, 샘가에 앉아 빨래를 하실 때도 따라 부르셨다. 그런 어머니를 동네에서는 총이 좋다느니, 구성지다니 하면서 추기는 바람에 더 그러셨는지는 모른다. 박치에 음치 소릴 듣는 내가 오죽하겠느냐마는, 덩달아 흥얼거리다가 이미자도 고복수도 알게 됐다.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아내도 특정 유튜브를 애청한다. 잠들어서까지 리모컨을 움켜쥘 정도다.

어느 방송 할 것 없다. 아이도 어른도 간드러진다. 유려한 눈짓 손짓 궁둥잇짓 춤사위는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다. 시도 때도 없다. 허구한날 한밤중까지 재방 삼방도 모자라, 몇 년 묵은 프로까지 대방출하고 있다. 건강 기능 식품 광고도 따라붙는다. 그래서 더 어지럽다. 영양제라도 거들떠보면 나아질까? 아무튼 몸이 허해서 더 그럴 거다.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웃던 프로들이 제법 많았다. 그렇다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은 털끝만치도 없는데.... 언제부턴지 방송을 잘 보지 않는 이유다. 확실히 내가 이상해졌다.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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