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인의 친구가 미국인과 결혼하여 아들 둘을 낳아 기르며 그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편의 어머니는 아시안인데 일본인으로 생각했답니다. 고아원에 있다가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남편이 최근에 DNA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며 보내준 자료입니다. 친구는 자기 남편이 한국인이라며 친구에게 보냈고, 지인도 깜짝 놀랄 일이라며 제게 보내줬습니다.

‘한반도에 최초로 정착한 종족은 석기 시대 러시아 동쪽 아무르강 유역의 수렵-채집 인종과 유전자가 유사하다. 이들은 청동기 시대 중국 남쪽 또는 베트남 지역에서 이주한 농경인과 결합한다.
10세기에 통일된 정치 문화를 유지하다가 2차 대전 후 북조선에는 공산주의, 남한에는 민주주의 체제가 들어선다.
비록 남북한이 정치적으로는 갈라져 있지만 유전요인으로는 서로 같다.’

이 가정의 두 아들은 25% 정도는 한국인 혈통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답니다. 넷플릭스(Netflix)에 들어가 한국 영화와 연속극을 섭렵하기 시작했지요. 요즘과 같은 비대면 시대에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호기심으로 본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완전히 빠졌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지창욱이란 연기자에 매료되어 밤낮으로 지창욱 이야기만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남편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온 입양자임을 몰랐을까?
60~70년대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때문에 일부러 아들에게도 정확하게 말하진 않았을까?
아들도 전혀 관심이 없다가 나이 들고 아이들 키우면서 혈연에 대한 궁금증 혹은 확인이 필요해 DNA 검사를 의뢰하지 않았을까? 몇 가지 가설이 있지만, 상상으로 그칩니다.

저는 우리 조상이 중국인과는 다른 혈통과 문화를 가졌다고 주장합니다. 대조선이 중국을 넘어 인도까지 지배했다거나 우리 역사가 8,500년 혹은 일만 년에 가깝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정착한 우리 조상은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항상 궁금증을 가지고 자료를 뒤적이고는 했습니다.

현생 인류가 출현하기 전 원시 시대에 유럽 중심의 네안데르탈인과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인류에게서 1~4%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종족 간의 혼혈이 이루어진 증거이지요.

따뜻한 아프리카 어디에서 기원한 현생 인류는 왜 이동했을까?

가장 큰 문제는 먹거리였을 것입니다. 열매나 물고기를 먹던 인류는 장기 보관이 안 되는 먹거리에 항상 바삐 움직여야 했고, 종족이 조금만 불어나도 식량의 부족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느 날, 마른 나무가 바람에 부딪혀 마찰을 통해 산불이 번졌고, 불에 타죽은 산짐승을 맛본 그들은 과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조금만 먹어도 오래 배가 부른 짐승을 사냥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임을 알았겠지요. 그리고 추운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고기를 오래 보관하기에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불씨를 가지고 북으로 올라갔습니다.

알타이산맥을 넘었던 이들은 아무르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였고, 한 무리는 다시 우수리강을 따라 남으로 이동합니다. 겨울철 수렵도 중요하지만, 여름철 채집을 통해 먹을 수 있는 풍부한 먹거리, 거기에다 한겨울 혹한보다 햇볕 따뜻한 남쪽 땅이 발걸음을 옮기게 했습니다.

알타이 산맥 남쪽, 천산 북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카나스 호.  (대만 이야기 40)
알타이 산맥 남쪽, 천산 북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카나스 호.  (대만 이야기 40)

우수리강을 지나 계속 남하하여 요하지역에 집단 정착을 합니다. 약 5,500년 전부터 홍산문화를 이룬 이들은 특히 옥을 잘 다루었고, 모계사회였으며 수렵채집을 위주로 생활합니다. 이들이 우리 조상의 주류라고 봅니다. 유전인자 속에 들어있는 수렵인의 혈통은 오늘날 한국 양궁으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한반도에도 25만 년에서 30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있지만, 당시의 유전자를 채취할 수 없어 현재 우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 조상은 알타이산맥 남쪽의 유목민이나 중원의 앙소문명을 이룬 중화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인간 게놈이 해독되면서 우리는 조상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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