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소리에는 어떤 계절이 있다. 사긋사긋한 봄의 정령이 넘나드는 목소리도 있고, 시원한 여름 빗줄기 같은 목소리도 있다. 어떤 목소리를 가을 목소리라고 할까?

내가 아는 가수 중 가을 분위기를 많이 타는 가수는 양희은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때때로 묵직할 만큼 깊다. 깊으면서도 낭랑해서 맑기도 하고, 낭랑하면서도 은은해서 눈을 감고 듣기 제격이다. 특히 그녀의 ‘가을 아침’은 제목처럼 색색의 감미로운 가을 향기가 널리 퍼지는 곡이다.  

 

이 노래를 '아이유'가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아이유가 부른 ‘가을 아침’은 노래가 갑자기 귀여워져 ‘봄 아침’ 같은 곡이다. 자신이 불러 이렇게 좋은 옛날 곡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니... 고운 마음씨를 가진 아이유다. 

 

양희은도 고마운 마음으로 아이유 곡 ‘밤 편지’를 불렀다.

 

아이유의 ‘밤 편지’도 좋다. 두 사람의 목소리 특성이 조금 다르지만 양희은은 첼로가 둥둥 연주하는 느낌이라면.. 아이유는 섬세한 바이올린이 나긋나긋 연주하는 것 같다.

 

양희은 곡 중에서 가을 분위기뿐만 아니라 가사의 깊은 맛까지 느끼게 하는 곡이 있다. ‘한계령’이다. 정덕수의 시 '한계령에서'에서 부분만 가져와 하덕규가 가락을 붙였다. 가사와 가락과 목소리가 완벽하게 어울렸다고 해도 될까?

 

<한계령>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은 1984년 포크 밴드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먼저 불렀다. 1985년 양희은이 다시 부르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시인과 촌장'이 담백하게 부른 곡도 들어보자. 누가 부르던 역시 명곡이다. 

 

양희은 곡 중에서 내가 즐겨 불렀던 곡이 있다. '백구'다. ‘백구’는 양희은이 어린 시절 기르던 개 이름이다. 가사는 실제 이야기다. 양희은 동생이 어려서 쓴 글을 김민기가 다듬고 가락을 붙인 곡이라고 한다.  

 

양희은은 요새 <한겨레>에도 등장한다. '양희은의 어떤 날'을 통해서다. 그녀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래 그런지 무척 반갑다. 

연재리스트

글 보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1622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