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현 이이타테 마을의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이 암 투병 끝에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세가와 선생은 이이타테 마을에서 이장을 지냈고, 낙농업을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소로부터 40킬로미터 넘게 떨어졌던 이이타테 마을로 피난을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핵사고가 있던 날은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렸고, 비가 왔습니다. 바람은 핵발전소에서 이이타테 마을로 불었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우연히 도쿄전력 관리직 직원이 트위터에 남긴 글을 보았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바람의 방향이 이이타테로 향했고, 이이타테 마을의 방사능 피폭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글이었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이이타테 주민들에게 “피난을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주민들은 그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도쿄전력 직원의 글도 사라졌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피난을 가야 한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현과 이이타테 마을의 책임 있는 사람들은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의견을 물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문가들처럼 “걱정하지 말라. 이이타테는 안전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피난을 가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들은 피폭된 들판을 뛰어놀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정부는 피난을 권유했습니다. 이미 피폭이 진행된 뒤였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젖소들이 생산한 우유들을 전부 폐기 처분했습니다. 젖소들도 모두 살처분했습니다. 그 후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탈핵 전사가 되었습니다. 자녀들과 손주들은 방문하지 못하게 하였고, 전화로만 안부를 물었습니다.

후쿠시마를 취재하던 마지막 날 아침, 이이타테 마을의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의 자택에서 길지 않은 만남 끝에 남겼던 선생의 생전 모습. ©️장영식
후쿠시마를 취재하던 마지막 날 아침, 이이타테 마을의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의 자택에서 길지 않은 만남 끝에 남겼던 선생의 생전 모습. ©️장영식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부산 고리 핵발전소를 방문하였고, 삼척도 방문하면서 후쿠시마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을 만난 것은 2018년 12월 1일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취재 마지막 날 아침이었습니다. 도쿄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사진 작업과 취재를 하였던 도요다 나오미 선생의 안내와 안해룡 감독의 통역으로 선생과 짧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마침 도쿄로 돌아와서 귀국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많은 시간을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불행히도 선생과 사진도 함께 찍지 못했습니다. 곧 다시 만날 것으로 믿었었기 때문입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의 부인은 따뜻한 차와 곶감 한 접시를 주셨습니다. 제가 잠시 주춤하자, 사모님은 웃으면서 “이 곶감은 후쿠시마산이 아닙니다. 멀리서 친척들이 보낸 것입니다.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부인은 후쿠시마의 임시 피난처에 계시는 노인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도쿄 올림픽을 말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부끄럽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베가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의 집에서 창문 너머 들판 가득히 방사능에 피폭된 핵쓰레기들이 두꺼운 초록색 비닐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 부부와 헤어지면서 부부의 사진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운 여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이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닙니다. 어쩌면 본향의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베 정부의 거짓에 맞서 후쿠시마의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의 절규와 맑은 눈에 맺혔던 눈물을 기억합니다. 평생을 고향 땅에서 농부의 삶을 살았던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의 평화를 빕니다. 남은 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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