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부친 생일 축하하는 아들의 글

왼쪽부터 아내 먼주구릉, 아버지 김종국, 그리고 나
왼쪽부터 아내 먼주구릉, 아버지 김종국, 그리고 나

아버지 전상서.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1936년 9월23일(음력) 태어난 김종국님, 86살을 맞는 동안 숱한 사연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면서 글을 올리는 마음은 설레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합니다. 그나마 올 생신에 부모님 모시고 고구마 케이크를 올리며 네팔 출신 며느리의 축하 노래도 들려 드릴 수 있어서, 더없이 영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8남매 자식들이 번갈이 하듯, 때로는 모두 모여 축하의 시간을 보냈지만 오롯이 저희 부부와 함께 했던 시간은 처음이어서 정말 특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버님 전상서’,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기도 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서글픔 가득 담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담담히 아버지, 어머니 안부를 묻고는 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0원, 20원하던 우표 붙여가며 규격 봉투와 규격 편지지에 아련히 맺혀오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시절 아버님 전상서, 부모님 전상서, 썼던 글들이 훗날 시의 길을 밝힌 길잡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눈물로 편지 쓰던 밤, 고향의 별빛이 제 앞날을 밝혀준 것 같아서입니다.

아버지, 이제 제 나이도 반세기 넘어 일곱 살, 머리도 희끗해졌습니다. 아내도 곧 반세기를 채웁니다. 더 늦기 전에, 아버님 전상서를 쓰는 이 밤, 생신 케이크를 함께 자르던 그 짧은 순간이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듯합니다.철부지 어린 시절엔 엄한 가르침이 두렵기도 했지만, 살면서 어느 순간 아버지의 뜻이 늘 옳았던 것을 기억하게 했고, 그래서 흐트러짐 없이 저를 지키는 법을 알게 했습니다. 그 가르침의 기억들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아버지 86살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두 살 많은 어머니와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이 ‘어린 아들’의 일상을 살펴봐 주십시오.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고백하지 못한 말씀을 오늘 드리고자 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끝으로 제가 지은 축시 ‘아버지’를 올립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항상
그래 항상

 아버지는 그래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그래 항상
 아버지는 그래

 

 아버지는 항상 힘이 넘치시고
 세월이 흐른 후 알게 되는
세월이 흐른 후 알게 된
사람으로 사는 길을 일러주었지
아버지는 동무와 싸우고 오는 날이면
항상 나를 나무랐고
내 잘못 없음을 아시면서도
먼저 나를 채근하고
후일 동무를 타이르셨지

그런 아버지가 불혹을 넘기신 후
긴 침묵으로
 팔남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하루 이틀 사흘처럼 보고 보며 살아오셨지
그래서 우리 팔남매는
지금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하루 이틀 사흘처럼
서로 바라보며 살아올 수 있었지

고맙습니다
 아버지 항상 건강하세요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처럼
길고 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아가세요.

 

■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글은 2021년 11월 12일 <한겨레>에 실린 글입니다. 
* 원문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19024.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형효 주주통신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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