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둘째 날 상영작, 강유가람 감독 ‘우리는 매일매일’

 

2021 옥천여성영화제’ 둘째 날에는 지속적으로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제작해온 강유가람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이 상영됐다. 

강유가람 감독
강유가람 감독

‘우리는 매일매일’은 강유가람 감독이 직접 화자로 등장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영 페미니스트’들의 현재를 찾아가 직접 대화를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이제는 어느덧 중년이 된 ‘키라’, ‘짜투리’, ‘흐른’, ‘어라’, ‘오매’ 등 5인의 뜨거웠던 학생 시절을 돌아보며 페미니즘 운동의 세대 간 연결 지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들의 일상의 삶을 조명하면서 여성들의 연대와 지지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 상영을 끝마치고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시간에서 강유가람 감독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성 공격)가 만연한 현재, 별점테러 등의 우여곡절 겪으면서도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제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학생활을 하면서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잘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그 시기의 대학문화가 많이 나오는데, 저에게는 그 시기 대학문화는 페미니스트 활동과 성정치 문화였음에도 주류 미디어에서는 이것들을 보여주지 않더라고요. 2014년부터 기획을 했는데 주변의 만류로 확신이 없어 미뤘다가 2017년에 다시 제작하게 됐습니다.”


강유가람 감독은 90년대 말 대학가 중심으로 페미니즘 운동에 나섰던 ‘영페미니스트’와 2021년 현재 여성혐오에 맞서서 분투하고 있는 ‘영영페미니스트’ 사이의 연결고리 부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왜 이렇게까지 서로가 서로의 활동에 대해 몰랐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서로에게 알 기회가 없어서가 아닐까란 생각도 했고, 어떻게 보면 여성들은 계속 처음 시작하는 느낌을 받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여성들에게 삶의 방식, 운동의 방식을 쌓아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제도권 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교육 부재 때문이 아닐까 싶어 관련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객들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젠더 갈등과 여성혐오 속에서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적 고민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상황이 계속 나아지지 않는 것 같지만 영화 속에도 담겼듯이 길게 보면 낙태죄가 폐지되고 호주제도 폐지됐습니다. 이전세대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너무 조바심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퇴행도 있고, 백래시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여성운동가가 아니더라도, 매일 전투와 같이 살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영위하는 삶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강유가람 감독은 ‘우리는 매일매일’이라는 영화제목을 문장으로 완성시켜달라는 질문에 “우리는 매일매일 질문한다”라고 답했다.

“저는 페미니스트가 모든 상황이나 사회의 부분들을 다르게 보는 데에서 시작 되는 거 같습니다. 당연한 것을 다르게 본다는 것은 어떤 상황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질문한다’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던졌던 질문들이 토대가 돼서 다른 기획이 나올 수 있고 투쟁이 나올 수 있고 성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은 영화 관람과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반추해보는 시간이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의 배경인 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20여년이 시간이 흐른 동안 우리 사회가 이만큼 변화한 것을 보면 영화 제목처럼 우리는 매일매일 이만큼씩 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농촌사회에서도 과거에는 여성의 언어로 잘못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해를 못하셨는데, 지금은 모두가 조심하실 정도니까요. 젊은 친구들이 스스로 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보고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연화 씨)

“서울에 살다가 귀농을 해서 내려와 보니 여성농업인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잘못됐다 이야기를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도 있고요. 이것은 단지 옥천뿐만 아니라 이것이 전체 농촌의 현실이고 여성농업인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다음 작품을 하신다면 농촌사회에서 여성 농업인으로써의 삶을 조명한 영화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백효숙 씨)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문보기 : http://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755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안형기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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