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F에서 ‘김윤수 선생 3주기 추모-현실주의(리얼리즘) 미학 정신 展’이 열렸다. 두시영 주주통신원이 회장으로 있는 (사)민족미술인협회가 주최했다.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연다.

1936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김윤수 선생은 2018년 11월 29일 82세로 별세했다. 김윤수 선생은 ‘민중미술운동의 대부’라고 불린다. 그의 묘비명에는 ‘민족미학과 민중예술운동의 선구자 김윤수’라고 쓰여 있다.

김윤수 선생은 1966년 미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 1968년부터 대학 강단에 섰다. 1973년부터 1975년까지 박정희 유신정권을 반대하는 운동에 참가한다. 1975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되었다가 1976년 강제해직된다. 1978년 <한국인권운동협의회> 결성에 참여한다. 1980년 3월 영남대 부교수로 복직했으나 신군부 반대운동에 참여한 대가로 전두환 정권에 의해 5개월 만에 강제해직된다. 4년 후인 1984년 복직된다. 1986년 6월항쟁에, 1987년에는 한겨레신문 창간발기인으로 참여한다. 사망하기 직전인 2018년 11월 21일 박정희 유신헌법 긴급조치 위반은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는다.

끊임없는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민주화 투쟁을 이어간 것만으로 김윤수 선생이 ‘민중미술운동의 대부’라는 호칭을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 1968년 <한국미학회> 창립회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1981년에는 서울미술관 설립에 참여하고 초대 관장도 맡았다. 1985년 <민족미술인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1988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초대 공동의장을 맡았다. 2000년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했다.

김윤수 선생이 한국 예술계에 끊임없이 요구한 것은 우리네 정서’, '우리 현실의 모순과 소외', ‘우리 세대가 추구해야할 가치’ 등을 우리의 언어와 우리의 색으로 민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미술을 따르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만의 것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재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 예술계는 응답했고 그는 한국민족예술인을 모아 지휘했다. 예술인들이 민중미술운동의 대부라는 호칭을 붙여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3주기 추모전 전시 현장
3주기 추모전 전시 현장
3주기 추모전 전시 현장
3주기 추모전 전시 현장

김윤수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전시회는 올해로 3년째다. 1주기 추모전은 2019년 11월 29일~12월 5일까지 가나아트에서 열렸으며 작가 53명이 참여했다. 2주기 추모전은 2020년 11월 25일~12월 1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1층 그랜드관에서 열렸다. 작가 94명이 참여했다. 

이번 3주기 추모전은 고 김윤수 선생의 현실주의(리얼리즘) 미학을 고취하고 그 정신을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했듯이 개성이 뚜렷한 작가 97명의 작품은 다양한 볼거리와 메시지를 전해준다. 

3주기 추모전 개막식에서 
3주기 추모전 개막식에서 

(사)민족미술인협회은 출품한 작품을 몇 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고 밝혔다.  

1. 선생 형상을 빌려 선생의 현실주의(리얼리즘) 정신을 비유와 예리한 문구로 환기하는 작품 
2. 서정적 자연주의 형식을 취하여 찾아가야 할 생태 조건을 이야기하는 작품
3. 국가 폭력과 노동의 소외 등 사회 구조 속 현상을 드러낸 작품
4. 지구촌 코로나19 범유행에 따른 지구위기의 신호를 구체적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 이다

위 주제별 참여 작품 중 내 눈에 띄는 여남은 작품만 골라 소개한다.

박건 작가의 '철가방-김윤수의 시대정신 2021'이다. 철가방 속의 글은 김윤수선생이 1984년,<시대정신> 전시회가 열릴 때  쓴 글이다.  그는  "모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고 있는 온갖 현상, 사고방식, 제도 , 체제에 맞서 민족사를 주도하는 깨어있는 정신이야말로 시대정신이다 "라고 했다. 

철가방-김윤수의 시대정신 2021 / 58 ×34×6.5cm / 철가방속에 공산품, 필사 2018-2021
철가방-김윤수의 시대정신 2021 / 58 ×34×6.5cm / 철가방속에 공산품, 필사 2018-2021

이승곤 작가의 작품  '김윤수 선생'. 작가는 "부정한 권력의 탄압과 배제 속에서도 우리 현실을 직시하고 삶의 진실을 추구한 참스승 "이라고 썼다. 

김윤수 선생 / 45.5×30.5cm / 종이에 수채 / 2021
김윤수 선생 / 45.5×30.5cm / 종이에 수채 / 2021

박재동 작가가 그린 '담배 좋아하시는 김윤수 선생'. 

담배를 좋아하시는 김윤수 선생 / 45.5×38.0cm / 캔버스에 아크릴 / 2021
담배를 좋아하시는 김윤수 선생 / 45.5×38.0cm / 캔버스에 아크릴 / 2021

박신영 작가의 '머지않아' 다.  달걀껍질로 형상화한 북극곰이 마치 조각조각 부셔지는 지구의 모습 같다. 

'머지 않아 / 21×45cm / 합판에 달걀껍데기, 천연 옷칠  / 2021
'머지 않아 / 21×45cm / 합판에 달걀껍데기, 천연 옷칠 / 2021

이문희 작가의 '당신께 든 햇살'이다.  작가는 "노인요양사와  사회복지사 직업을 거치며 만나온 삶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 중략--- 머지않은 미래의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 될 '노인' 그저 늙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키워낸 분들이기에 존경의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표현하였습니다"라고 말한다. 

당신께 든 햇살 / 75× 55cm / 연필화 / 2019-2020
당신께 든 햇살 / 75× 55cm / 연필화 / 2019-2020

송주웅 작가의 '삶의 흔적'이다. 작가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모습을...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삶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역병이 창궐하고 있는 요즘, 소소한 일상이 소중함을 더욱 더 느낀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삶의 흔적'  / 102×59cm / 나무 위에 유채 / 2021 
'삶의 흔적'  / 102×59cm / 나무 위에 유채 / 2021 

김재홍 작가의 '학살'이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비극인 제주 4.3사건 당시 자행한 학살의 현장을 기억하기 위한 작업 "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학살 / ∅99cm /천에 아크릴 /2018
학살 / ∅99cm /천에 아크릴 /2018

김보중 작가의 '3가지 색의 한국 여인'이다. 작가는  "일제강점기부터 군사독재 시기까지 각 방면에서 조국의 독립과 해방 그리고 여권신장을 위해 일생을 바친 여인, 이화림 선생님은 청색으로, 권기옥 선생님은 황색으로, 박경리 선생님은 적색으로 표현했다 "고 이야기 한다. 

3가지 색의 한국 여인 / 53.0×45.5cm 3개 / 캔버스에 유채 / 2021
3가지 색의 한국 여인 / 53.0×45.5cm 3개 / 캔버스에 유채 / 2021

조순현 작가의 '세월 속으로'다. 작가는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우리를 지탱하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은 유년시절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입니다. 그 세월의 깊이를 캔버스 위에 담고 고기 잡던 산동네의 추억어린 풍경을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 라고 한다. 

세월 속으로 / 52 × 72× 10cm / 아크릴 패널 LED / 2020
세월 속으로 / 52 × 72× 10cm / 아크릴 패널 LED / 2020

이해균 작가의 '산-저항적 이미지'다. 작가는  "상상과 이상의 산 이미지- 저항적 또는 이념적 표상이다 "라고 말한다.

산-저항적 이미지 / 72.7×92.5cm / 장지에 아크릴 / 2021
산-저항적 이미지 / 72.7×92.5cm / 장지에 아크릴 / 2021

이기홍 작가의 '붉은 대숲'이다. 작가는  "우리 곁에 늘 친숙하게 삶을 같이 하는 대숲. 짙푸른 대숲이 붉디붉은 대숲으로 변할 때까지 오로지 인간다운 삶의 세상을 갈망하며 처절하게 싸웠던 127년 전의 기억. 오늘날까지 갈망하며 싸워가는 동학의 시원이다 "라고 한다. 

붉은 대숲 /∅90cm / 캔버스에 아크릴 / 2021
붉은 대숲 /∅90cm / 캔버스에 아크릴 / 2021

변사무엘 작가의 '봉오동'이다.  "봉오동 전투가 있었던 장소를 부조로 표현하였다. 아름다운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고 우리 조상님의 땀과 피로 승리를 거둔 곳이다. 작품에는 아름답고 평온한 자연만을 담았다 "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봉오동 / 20×70×3cm / 한지부조에 한국화  /2021
봉오동 / 20×70×3cm / 한지부조에 한국화  /2021

마지막으로 두시영 작가의 '아리랑-지구의 눈물'이다. 작가는  "일찍이 현대사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전 지구적 코로나 19 펜데믹 시대를 맞아 지구가 마스크를 쓰고 눈물을 흘리는 이미지로 지구인들의 고통을 형상화하였다. 또한 봉화불을 피워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은하수와 북두칠성으로 전 지구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자 하였다 "고 말한다. 

'아리랑-지구의 눈물' / 91.0×72.7cm / 캔버스에 혼합재료 / 2021
'아리랑-지구의 눈물' / 91.0×72.7cm / 캔버스에 혼합재료 / 2021

김윤수 선생의 '시대정신'은 작품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현실주의(리얼리즘) 미학 정신 찾아가기’를 새롭게 선언했으며 그 출발을 분명하게 알리고 있다. 이어질 다음 전시가 더욱더 기대된다.

* 참고자료 : ‘김윤수 선생 3주기 추모-현실주의(리얼리즘) 미학 정신 도록
* 본 글 일부는 
(사)민족미술인협회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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