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완전비례제’는 이낙연이 주창하는 의원내각제와 같은 맥락
‘기초의회 완전비례제’는 지자체 의원 ‘간선제’ 추진과도 같은 맥락에 있어
지자체 장, 의원 줄세우는 정당 공천제도 없애야
정당 중심 정치 아닌 시민 민초 직선제의 풀뿌리 민주 지향해야

사진출처: 한겨레, 2008.2.20) https://www.hani.co.kr/arti/PRINT/270763.html
사진출처: 한겨레, 2008.2.20) https://www.hani.co.kr/arti/PRINT/270763.html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정당명부식 완전비례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달 5.10일 김두관을 비롯하여 김성주,배진교,용혜인,조정훈 등의 공동주최로 '지방정치 대전환, 완전비례제로 디자인하자'라는 제목의 토론회 개최(가야일보, 2022.5.10.)에 연이은 후속타이다.

'정당명부식 완전비례제'란 기초의회의 기존 지역구 구조를 없애고, 또 인물 별로 투표하는 방식을 폐기하고 정당별로 투표하여 그 득표 비례에 기반하여 의석수를 배분하자는 것이다. 기초의회 의원의 총 정수는 기존의 공직선거법대로 유지하되, 각 의회 의원 정수는 해당 자치구‧시‧군 <의원정수 확정위원회>가 7인이상 35인 이하의 범위에서 정한다는 것.(가야일보, 2022.6.26.)

개정안 발의 취지로, “유권자의 의사를 다양하게 반영하기 위해 정당 의석 득표 비례를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공감을 이뤄왔고”, “승자독식과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는 현행 선거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회와 광역 의회부터 정당 득표에 기반한 의석구조 확립이 필수적”, “기초의회부터 소수정당의 진입기반을 만들어 풀뿌리부터 의회를 통해 다양한 의사가 표출되는 건강한 정치생태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당리당략을 넘어 정치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개혁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며“민주당이 다수당의 책임의식과 진정성을 가지고 정치개혁의 의제를 끝까지 관철할 필요”등이 거론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취지 자체에 부정합의 논리상 괴리가 있고, '정당명부식 완전비례제' 개정안 발의 취지와 정반대로, ‘풀뿌리 민주’를 그 뿌리부터 근절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 위험은 '정당명부식 완전비례제'의 ‘완전비례’에서 나온다. 시민이 직접 사람을 두고 뽑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당에 투표하면, 정당이 사람을 골라서 줄을 세우겠다는 뜻이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정당이 추천하는 비례명부에 들어가기 위해 갖은 인맥, 학맥, 돈줄이 다 동원되지 말란 법이 없다.

위 개정안 발의 취지에서는, “유권자의 의사를 다양하게 반영”, “풀뿌리부터 의회를 통해 다양한 의사가 표출되는 건강한 정치생태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현실은 그 반대로‘완전비례제’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정치생태계가 가중될 전망이다.

정당이 줄 세우기 하는 비례명부는 유권자 의사가 직접 반영이 되지 않을뿐더러, 정당은 다소간 비례명부를 둘러싼 밀실 거래나 추악한 이해관계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 막론하고 지금도 끊이지 않는 지방선거 공천잡음, 당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계파 싸움이 그 같은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차제에, '정당명부식 완전비례제'를 통해 정당중심 정치에 혹을 또 하나 더 늘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 정당이 중심이 된 지자체 장 및 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파기해야 하겠다.

“승자독식과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는 현행 선거구조를 타파”, “소수정당의 진입기반을 만들겠다”등의 명분을 내걸었으나, 현재 같은 정치 풍토에서는 소수당이라고 해서 딱히 거대 양당과 다른 생리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양당이나 다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그들만의 연대(리그)에 몰두하여 적당히 타협하고 ‘놀이(게임)’하는 정당들이 “당리당략을 넘어 정치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논의”를 할 것 같지 않고, “책임의식과 진정성을 가지고 정치개혁의 의제를 끝까지 관철”할 것 같지도 않다. 지금까지도 그러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불문가지(不問可知).

민초의 권리는 안중에 없고 그저 권력 잡는 데 혈안이 되어, 어렵사리 민초가 갖게 된 직접 선거권도 구슬러서 빼앗아 가려고 이리저리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한다. 이낙연 등이 줄기차게 주창하는 의원내각제(지금 대통령 권한을 대거 총리에게 넘기고, 그 총리는 국회에서 뽑자는 것)나, 지금 직선하는 지차제 장 및 의원을 아예 간접선거제로 바꾸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에 있다. ‘정당명부 완전비례제’도 그 아류이다.

‘정당명부 완전비례제’는“풀뿌리부터 다양한 의사가 표출되는 정치토양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풀뿌리 민초의 의사를 질식시키고, 그 자리에 정당정치를 대입하려는 꼼수이다. 더구나 “시군구 지역구 구조 없애고, 기초의회에 거대양당 기득권 내려놓아야”한다는 말은 논리에도 닿지 않는다. 기초의회에서 소수 정당 출신 몇 명 끼어든다고 해서 거대양당이 기득권 내려놓을지는 완전 미지수이다. 오히려“시군구 지역구 구조 없애는 것”은 십중팔구 풀뿌리 민주정치의 싹이 뿌리째 고사(枯死)시키게 될 전초 작업 같다.

‘정당명부 완전비례제’ 발상은 딴 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승자독식을 막기 위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 소선거구에서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의원 수와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수가 원칙적으로 동일하다. 정당명부 비례대표는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보충적 제도일 뿐,그것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의 의사를 개무시하고 민초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완전비례“제도 같은 것은 거기에 없다.

더구나 정당명부 완전비례제를 실시하는 덴마크에서는 정당에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투표 난이 두 개로 나뉘어져, 왼쪽은 정당, 오른쪽은 사람 이름이 나열되어 주민이 선택한다. 정당뿐 아니라 그 정당에서 누가 의원이 되는지도 유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다(개방형 명부방식). 이 같은 제도에서는 정당에서 후보자를 줄 세우기 하는 데 따르는 밀실공천 같은 폐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시민은 정당에만 투표하고 그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의 순번을 정하도록 하는 김두관 의원 발의의 ’완전비례제‘(폐쇄형, 고정형 명부방식)는 이 같은 폐단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