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팔이’하는 박영선의 주목적은 권력 쟁취  
‘팬덤(열성 지지자)’의 지지 방식을 문제 삼는 이는 정작 필요한 개혁 내용이 빈약
‘성도덕’에 집중하는 박지현의 이른바 ‘개혁’에 ‘제도’ 개혁이 실종
정치가 민초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민초가 위정자의 권력을 위해 존재해

박영선 (사진출처, 한겨레, 2021.3.7.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5762.html
박영선 (사진출처, 한겨레, 2021.3.7.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5762.html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이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청팀), 윤석열 대통령(홍팀)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근 이들 청·홍 팀의 이해 안 가는 발언“이 독단과 아집에서 비롯된 것”, “(여야 막론하고) 초심을 잃어가는 모습에 국민은 짜증 나고 힘들어하고 있다”, “민주당은‘문빠(문파)’나 이재명 등 어느 누구의 것 아닌 국민의 것”등 취지의 발언을 했다.(연합뉴스, 2022.6.25.)

박영선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 같은 비난을 한다. “청·홍 팀의 독선과 아집”과“초심을 잃어가는 모습”의 위정자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를 못 따라가는 줄 알면서도 앞서가는 국민에게 그 권력을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은 원래 위정자들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인데도 그러하다.

‘대의제’를 정당화하는 것은‘중우(衆愚 민중은 어리석다)’ 개념이다. 군상(群像)이 모이면 이성적, 합리적 판단력이 없어지므로, 현명하고 도덕적인 소수가 권력을 잡고 잘 이끌어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박영선이 지적했듯이 현실이 그렇지 않다. “청·홍 팀의 독선과 아집”앞에 오히려“국민이 짜증 나고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대의제 민주정치’가 아니라 ‘대의제 독재정치’가 된다. ‘중우’의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히려 위정자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못따라 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듯 대의정치의 이런 문제점을 자각하고 청·홍 팀을 싸잡아 비난하는 박영선도 절대로 그 권력을 원래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이 짜증나고 힘들어하는 줄 알지만, 그 권력은 여전히 대의제 위정자들이 행사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윤석열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아니라 박영선 자신이 나서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위정자가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의 진위를 떠나서 그냥 허사(헛소리)가 되어버린다. 정작 박영선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위정자들의 “독선과 아집”에도 불구하고 권력 전횡은 그대도 계속되어야 하고, 다만 이재명이나 윤석열이 아니라 자신이 그 권력을 가지고 싶은 욕심인 듯하다. 이 같은 욕심은 그 자체로서 국민을 배반한다.

사실 ‘국민 팔이’하여 스스로 권력을 잡고자 하는 것이 박영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에 목을 맨 채 민심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위정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민심에 민감한 이들이 그 민초 국민을 ‘중우(어리석은 군중)’의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역설(逆說)이다. 사실은 비이성적 ‘중우’가 아니라, 위정자들의 터무니없는 비이성적 권력욕이 ‘대의제 민주정치'라는 허울 아래 ‘대의제 독재정치'하고 있다. 박영선의 말이 그런 것을 증명하고, 또 그 박영선도 그 비이성적 권력욕에서 예외가 아니다.

약관의 나이에 졸지에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박지현도 박영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과 윤석열을 같이 비난하고 그 대신 자기가 권력을 잡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점이 그러하다. 민주당대표 선거에 나오려고 했고, 또 “민심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만 할 뿐, 그 권력 자체를 민초에게 돌려줄 생각이 추호도 없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박지현은 한편으로, “폭력적 팬덤의 원조는 이른바‘극렬 문파”, “폭력적 팬덤과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살려야 한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조금만 다른 발언을 해도 낙인찍고 적으로 몰아 응징했다”, “이들의 눈엣가시가 돼 온갖 고초를 겪은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재명 의원”, “최강욱,김남국 의원은 한동훈 인사청문회에서 당의 위신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선거 패인을 제공했지만 최소한의 공식 사과도 없었고 누구도 그들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이제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 민심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당 대표 선거를 팬덤 정치와 결별하고 민심 정치로 전환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선거 규정이 매우 중요하고, 팬심 아닌 민심을 얻는 후보를 대표로 선출할 수 있게 당규를 바꿔야 한다”등의 발언을 쏟아냈다.(MBC뉴스, 2022.6.24.)

그러나 타인을 비난하는 박지현의 이 말에는 모순이 있다. 민주당을 살리는 것이 “폭력적 팬덤과 결별”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팬덤(열성 지지자)’이 폭력적이라고 규정한 평가의 자의성 혹은 타당성 여부는 별도로 하더라도, 박지현은 민주당을 살리는 것이 어떤 개혁의 내용이 아니라 ‘팬덤’이라는 지지의 방식에서 찾고 있다.

박지현이 정작 스스로 말하는 ‘민심 정치’로 돌아가려 한다면, 그‘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런데 박지현은 그 ‘무엇’의 내용을 타진하기보다, 그 ‘무엇’을 표출하는 방식으로서의 현상인 ‘팬덤(열성 지지자)’을 문제 삼았다. 다시 말하면, ‘팬덤’이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내용으로서의 제도 개혁이 아니라, ‘팬덤’이라는 민초 지지의 한 형식을 없애려는 것이다. 여기서 박지현은 지지‘방식(팬덤)’과 지지 내용을 혼동했다. ‘팬덤’은 형식일 뿐, 정작 민심이 간절히 원하는 내용이 아니다.

다른 한편, 박지현이 원한 것은 제도 개혁이 아니라 성도덕의 개선에 있는 것 같고, 민심도 민주당의 성도덕을 주로 개선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아니면, 자기 전공이 성범죄자 때려잡는 것이라, 자기가 잘하는 전공의 눈으로 민심을 이해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로 성범죄 여부에 관심을 집중할 뿐, 잠재적이 아니라 이미 가시권으로 들어온 검찰공화국의 위협 앞에 겁박당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다. ‘짤짤이’인지 ‘딸딸이’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최강욱을 매도하고, 검찰개혁의 기치를 높인 ‘처럼회’를 없애야 한다고 한 것이 그러하다.

이렇듯, 위정자들이 ‘민심’, ‘국민의 눈높이’ 등을 파는 목적은 스스로 권력 잡는 데 주요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여론조사가 정책이 아니라 주로 사람에 대한 상대적 인기도를 묻는 것으로 진행되는 것이 그 증거이다. 민초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서 그 편의를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 하는 것을 묻는다.

피곤한 민심은 오직 위정자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위정자들은 그 ‘사랑’을 받아 권력 잡는 데 혈안이 되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건져주기를 기다리는 다수 민초를 두고, 철없는 국회의원, 자기 밖에 모르는 위정자들은 오히려 그 ‘민심’의 사랑을 더 ‘우려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가 민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초가 위정자의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꼴로, 주객이 전도되었다.

염치없는 위정자들을 더욱 부추기는 데 빠지지 않는 것이 언론이다. <부산경남대표방송KNN>에 따르면, 최근 김두관 의원(양산 을)이 “성찰과 반성에 기초해서 영남 민주당이 어떻게 또 시도민(市道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그런 토론회”를 가졌다고 한다.이에 덧붙여, KNN은“‘이 밖에’부울경 시도지사를 국민의힘이 석권한 이후 흔들리고 있는 부울경 특별연합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적극적인 대응도 제시됐다”고 평가했다.(부산경남대표방송KNN(2022.6.28.)

KNN의 이 보도에서 내용의 중요도를 보자면, “영남 민주당이 어떻게 또 시도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부울경 특별연합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적극적인 대응”보다 후순위이다. 후자가 “이 밖에”라는 표현을 통해 부수적인 것으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KNN의 보도만 놓고 본다면, 김두관이 “부울경 특별연합 이슈에 대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오히려 “영남 민주당이 어떻게 또 시도민의 사랑”을 받아낼 것인가를 우선으로 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KNN의 이 같은 보도는 정작 김두관의 본의를 왜곡하여 본말을 바꾸고 주객을 전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박영선은 위정자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못따라 온다고 하고, 박지현은 ‘민심에 따른 정치’를 해야한다고 한다. 거기다 언론까지 나서서 ‘시도민(市道民)의 사랑’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민초를 어리석은 ‘중우(衆愚)’로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만일 그랬다면 결코 ‘국민 팔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권력만은 자신들을 포함하여 ‘독단과 아집’에 가득한 위정자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고, 국민 민초에게 돌려주면 안 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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