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의원의 ‘권역별 개방형 비례대표제’와 이상민 의원의 ‘대선거구론’
개헌은 국힘당과 협조해야 한다는 이상민 의원의 ‘대선거구론’
고민정의 치명적 오류는 장관 탄핵이 거대권력의 횡포를 막는 것과 다른 맥락에 있다고 본 것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팬덤(민초의 열성지지)’과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김두관(사진출처: 한겨레 2021.9.24.)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12575.html
김두관(사진출처: 한겨레 2021.9.24.)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12575.html

 

대선 당시 이재명(현 의원)과 김동연(현 경기지사)이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정치개혁 공약을 같이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파생되는 구체적 번안(飜案)이 세인들 사이에 다 같은 것이 아니고, 조금씩 편차가 있다. 겉으로 보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동상이몽이 되기도 하고,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반대로 가기도 한다. <한겨레>에 난 기사가 그 한 예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탄희 의원은 “풀뿌리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도 개정하겠다”고 했단다. <한겨레>는 이 같은 초선 이탄희의 각오가 5선 이상민 의원의 ‘오랜 꿈’과 같은 것으로 규정했다. 이것을 “이탄희와 이상민의 ‘정치개혁할 결심’”이라는 해당 기사 제목과 연계하면, 이탄희와 이상민이 같은 성향의 개혁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실은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다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상민은 소선거구제에서 대선거구제로 의원 선거구를 바꾸고 싶어 하는데, 이것이 다당제로 가는 방안이라고 한다. “국회의원 5선 하면서 보니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 동맹은 더욱 고착화됐다. 이를 깨고 경쟁을 도입해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의 선택 원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한겨레, 2022. 8.31.)

구체적으로 이상민이 말하는 ‘대선거구제’는 ‘비례대표제를 늘리는 방식’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상민에 따르면, 1) ‘비례대표 늘리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2) 국힘당이 관심을 갖는(선호하는) 대선거구제로 가야하며, 3) 민주당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그렇게 법안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렇게 보면, 이상민은 대선거구제는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 동맹’을 깨는 것보다 오히려 국힘당이 선호하는 것, 민주당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 등이 된다. 더구나 그가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 동맹’을 깨는 것, 혹은 ‘유권자 선택원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디까지 작동하는 것인지 사뭇 불명확하다.

그래서 <한겨레>의 “이탄희와 이상민의 ‘정치개혁할 결심’”이라는 기사 제목은 막연하기만 하고, “초선 이탄희의 각오가 5선 이상민 의원의 ‘오랜 꿈’과 같은 것”이라는 논평도 다소간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이상민이 추구하고 국힘당이 선호하는 ‘대선거구제’가 이탄희가 지향하는 바, “풀뿌리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도 개정하겠다”는 취지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위 같은 한겨레의 기사 제목 및 양자 간 차이를 홑이불로 덮어 가리고, 이탄희에게 이상민의 옷을 억지로 덧대어 입히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이상민은 한편으로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 동맹’을 깨고 ‘유권자 선택원리’가 작동하도록 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비례대표를 늘리는 데 반대했다. 그러나 그 같은 취지를 표방하면서, 이상민과는 반대로, 비례대표를 강화하고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민주당 내에서 막 발의된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김두관 의원이 개정 발의한 ‘권역별 개방형 비례대표제’가 그것이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경남 양산시을)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특정 정당 지역 싹쓸이를 막으려는 취지의 권역별 개방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일명 ‘허대만법’)을 발의했다. 이것은 기존 전국 단일 선거구였던 비례대표를 6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또 개방형 비례대표 명부로 선출하도록 한 것이다. 개방형 비례대표 명부란 기존 정당에서 순서를 정하는 폐쇄형 명부에서 벗어나, 시민이 스스로 선택하고 각 후보의 득표에 따라 당선되는 ‘개방형 명부’로 전환하여 유권자의 선택권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선데이타임즈, 2022.9.1.)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이미 2015년 선관위에서 제안된 바가 있으며, 정치권 및 학계에서도 충분히 숙고 된 내용이다.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독식을 막고, 소선거구제로 인한 대표성 왜곡을 보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권역별 비례제의 도입이 필요하고, 또 정당의 중앙당이 공직 인물 배분을 독점하고 줄 세우는 중앙집권적 체제를 최소한 권역 수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선데이타임즈, 2022.9.1.)

차제에, 오랫동안 지역 정치에 도전했던 허대만 전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의 별세를 계기로 ‘허대만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의원도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찬성의 뜻을 밝힌바 있고, 내년 4월까지 정치개혁안을 관철하겠다는 결의안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나아가, 김두관에 따르면, “국회의원 비례대표 뿐 아니라 지방의회에도 득표 비례에 따라 정당 비례를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한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이 채택됐다고 한다. 거기에 “권력구조 개편을 중기적으로 추진하겠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적 대통령제로 바꾸겠다” 등이 들어있다. 그러나 권력구조의 개편은 대통령 권한의 분산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권한 운운 하면서 그 권력을 국회로 가져오려 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작 국회와 정당의 권력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우선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째, 중앙의 국회가 지금 가진 권한도 쓰지 못하고 무용지물로 미적거리고 있으므로, 거기다가 대통령의 권한까지 빼앗아 더하려 할 것이 아니라, 되려 국회 자체의 기능 및 권력을 빼앗아서 지역 및 주권자 시민 민초에게 돌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의 권한을 ‘제왕적’이라고 매도하며, 그것을 쪼개어 다른 데로 넘기려 할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는 무능한 국회의 권력을 다른 데로 넘겨서 효과적인 견제 방법을 마련해야 하겠다.

둘째, 위 김두관의 개정 발의안 취지에서 보듯이,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독식을 막고, 정당의 중앙당이 공직 인물 배분을 독점하고 줄 세우는 중앙집권적 체제를 지역으로 안배, 분산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대통령 권력 자체가 아니라, 국회의 무능함과 양대 정당의 독식과 상호 야합에 있다. 무능하여 가진 권력도 쓰지 못하고 행정부 견제의 본문은 팽개치고 오로지 몸보신에다 복지부동한 마당에, 더 많은 권력을 끌어와 더할 생각만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무능한 자신을 탓할 염은 추호도 없고 자꾸만 대통령 탓만 하는 것은 못난 목수가 연장 나무라는 꼴이다.

대통령 등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한 국회 무능의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민주당 대표위원으로 막 선출된 고민정이 “지금은 당헌 개정이나 장관 탄핵과 같은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 거대권력 횡포에 휘둘리고 있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뉴시스, 2022.8.31.) 등의 발언을 했다.

여기서 고민정이 범한 오류는 당헌 개정과 장관 탄핵이 거대권력의 횡포 및 약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과 다른 맥락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국민 민초를 권력의 횡포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의원으로서 치명적인 오류이다. 고민정은 본류를 간과하고 지류에 얽매여 있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고민정이 말하는 “쌍용차, 하이트 진로, 거제조선소 하청 노동자 손배소 문제”,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배로 인해서 노동3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정당한 파업권 보장은 물론이고 과도한 민사소송 남발을 막아야 할 것”, “당뇨를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가 이루어졌지만, 정경심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혹하리만치 형집행정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 등의 문제는 행정부 견제 없이는 그 어느 것도 실현 불가능하다.

행정부 견제의 핵심을 비켜가면서 지류에 매달리는 오류를 범하는 이는 고민정뿐만이 아니다. 박용진 의원이 제기한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우려(국제뉴스, 202.8.26.) 및 “끼리끼리 정치 배격”(한경, 2022.8.27.), 조응천 의원이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및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에 대해 “함부로 핵버튼 누르면 안 되는데 계속 ‘우리는 핵버튼 누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뉴시스, 2022.8.31.), 또 “최고위원들 강성 발언 경쟁”, 이재명 신임 대표엔 “말로는 중도, 행동은 ‘개딸’ 청원 들어주기”(경향신문, 2022.8.30.)라고 한 것, 설훈 의원의 “동지들 몰아붙이는 팬덤정치 뒷배 이재명 대표되면 당위기 심해질 것”(한겨레, 2022.7.22.) 등이다. 하다못해, 전당대회 후 전 비대위원장 박지현까지 다시 등장하여, “이재명, 파티는 끝났다. 개딸 팬덤 벗어나야 성공"이라는 훈수를 뒀다.

이들은 내용과 형식을 혼동함으로써, 이중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내용의 혼동이란 행정부 견제의 본분을 망각하여 국회 본연의 목적을 이탈한 것이고, 형식상의 혼동이란 민초의 의사 발로의 형식을 ‘팬덤(민초의 열성지지)’으로 매도하면서, 소수 위정자가 자신의 판단과 독선을 우선하여 관철하려 하는 것이다. 전자는 담기는 내용이고, 후자는 절차로서의 형식이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팬덤(민초의 열성지지)’과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적지않은 국회의원들이 이상한 외래어 ‘팬덤’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특정인을 매도하는 데 골몰하고, 정작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행정부 견제 기능을 망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일천하고, 너나, 위정자나 민초를 가릴 것 없이 봉건과 독재의 전통이 강한 한국 사회의 한 풍속도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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