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우상을 경계하다
문재인과 김경수는 전능한 신이 아니
촛불정부가 초심 지켜 국민개헌만 했더라
국회가 똥무더기 되려고 의원내각제 개헌 한다고
똥무더기 있는 곳에 똥파리 날아들어 개혁 못
똥파리 없애려면 똥무더기부터 치워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060141.html?_ga=2.92729883.723480487.1664841728-1018222648.164439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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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지사 박완수(국힘당)가 ‘부울경 특별연합’ 대신 ‘부울경 행정통합’을 주창하고 나선 가운데,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 18명이 경남도의 부울경 특별연합 탈퇴 및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 지지 기자회견을 했고,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로 ‘부울경 특별연합 340만 도민실익 있는가?’ 하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 도의원은,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근거인 규약은 지난 2월 14일 제11대 국민의힘 도의원들이 실제적 추진 주체가 될 제12대 도의회가 구성된 이후 하는 것이 맞다며 졸속 추진을 강력히 반대했지만,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도의원들이 다수의 힘으로 의결을 강행하면서 탄생한 것이 옥상옥의 불완전한 조직인 지금의 부울경 특별연합이다”, “규약 내용 중 경남의 의원수가 월등(경남 64명, 울산 22명, 부산 47명)함에도 부울경 통합의원 정수 27명을 3개 시·도에 공히 9명씩 배분한 의원동수 균등배정 방식은 표의 등가성에 위배되며, 청사 위치마저 경남이라는 표기조차 못하고 '부울경 지리적 중심'이라고 명시했다”, “도민이 원한다면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더 나은 길로 가는 것이 위민(爲民 민중을 위하는)행정이며, 경남도의회도 부울경 특별연합의 실체와 행정통합 등 정책에 대한 이해와 논의의 시간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언급한 초광역 지역 정부는 특별연합이라는 특정 형태만 단정한 것이 아니라, 여러 경우의 수를 포함하고 있다” 등의 주장을 개진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한상현 대변인은 ‘도민을 위한 밥솥 버리기에 동참하는 국민의 힘 경남도의원들, 박완수 도정 2중대인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도민 의견을 여러 경로로 수렴해 2년 넘게 진행된 일을 뒤집기 위해 (경남도가) 2개월간 ‘졸속’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졸속’으로 입장을 냈다”, “이미 수년간 각종 연구와 법적 절차까지 밟은 상태였고, 중앙정부가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좋은 기회를 활용하여 그때 출범시키지 않았다면 메가시티를 향한 실무협의체 모델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을 것”, “지난 민선 7기 도정과 11대 도의회가 특별연합을 출범시킨 것은 도민의 실익을 위한 것이다” 등 취지의 반박문을 냈다.

인구비례로 특별연합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3개 시·도가 공동사무를 맡아 일하게 되고, 비용도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부담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인원에서만 경남이 더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인원이나 세부 규약 조정은 특별연합의회 구성 이후 수정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 청사 위치를 '3개 시도의 중심지'라고 표기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경남에 특별연합 사무소를 설치할 확률이 가장 높지만, 우리가 가져오더라도 일단 유연한 자세와 합리적인 표현이 필요하다. 그래서 '3개 시도의 중심'이라는 완화된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현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옥상옥’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부울경 특별연합이 마치 경남도정 위에 군림하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는데, 특별연합은 도민의 먹거리를 마련하는 수평적인 '밥솥' 개념일 뿐, 결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뉴시스, 2022.9.25.)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남도가 부울경 ‘특별연합’ 아닌 ‘행정통합'을 제안하는 근거는 지난 6-7월 졸속으로 자체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부울경 특별연합이 "실익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남도의 ‘통합’ 주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언급한 초광역 지역 정부”와 맥을 같이 한다는 사실이다.

연구용역으로 말한다면, 그 결과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수로 나타날 수 있다. 경남도의 ‘행정통합’ 제안에 부정적인 울산시는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을 따로 추진 중이라고 하니, 그 결과는 경남도에서 끌어댄 연구용역 결과와 다를 수 있고, 또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경남도가 그 두 달간의 졸속 용역 결과를 ‘도민이 원하는 것’인 양 치부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더 나은 길로 가는 위민(爲民)행정”의 기준으로 삼는 점이다. 경남도지사 박완수 및 국힘당 의원들의 눈에는, “도민 의견을 여러 경로로 수렴해 2년 넘게 진행된” ‘특별연합 구상’이 졸속으로 보이고, 그것을 뒤집기 위해 경남도가 2개월간 ‘졸속’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졸속’으로 입장을 낸 것은 도무지 ‘졸속’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남(타자)에게 ‘내로남불’한다고 욕하면서, 스스로 ‘내로남불’하는 것은 안 보이는 짝눈이 분명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남도의 ‘행정통합’ 추진이 우연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초광역 지역정부’ 구상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그냥 지역정부가 아니라 ‘초광역 지역정부’. 이것은 지금까지 여러 경로로 추진되어오던 지역자치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서, 지역차원에서 행정을 광역으로 통합하여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로 줄 세우겠다는 뜻이다. ‘통합’도 그 자체로서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이 여러 가지 내용이 담길 수 있겠으나, 적어도 윤석열이 원하는 통합은 획일적 독재체제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옥상옥’을 줄이겠다는 말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숙의(熟議: 오래 천천히 생각함) 민주의 과정을 생략하고, 획일적인 명령계통의 시스템(체제)을 구축하겠다는 말이다. 그래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윤석열 혹은 윤정부가 원하는 대로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효율은 민의를 수렴하기보다 위에서 주어지는 명령의 실행을 뜻한다. 그렇게 영빈관 신축도 6일(공휴일 빼면 3일)만에 결정해서 공표할 수 있고, 국회를 개무시하고 시행령으로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여 경찰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획일적 행정명령체계의 수립 시도는 중앙과 지역 차원에서 공히 총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 아닌 ‘행정통합’은 그 큰 그림의 일환일 뿐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폐지하고 대통령이 주관하는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하겠다는 것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지역의 다양성과 지역의 발언권, 창의력을 무시하고 중앙에서 시시콜콜하게 골목골목을 다 간섭하겠다는 뜻, 한마디로 독재의 통제 ‘시스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차제에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옥중 서한을 받아 그 내용을 공개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부울경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을 최종 목표로 하되, 특별연합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전 지사는 손수 토대를 놓은 부울경 특별연합으로부터 박완수 지사가 탙퇴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근심이 깊어 보였다”, “박완수 경남지사의 행보는 경남과 부울경의 미래를 회복하기 어려운 암흑의 터널로 끌고 가는 잘못된 결정이다”, “우선 김 전 지사가 제안한 경남도당 내 실무지원단 구성과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제안도 검토하겠다”, "어렵게 만들어놓은 기초를 이대로 무너지게 두지 않겠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겠다”등 의지를 개진했다.(프레시안, 2022.9.26.)

그런데 문제는 ‘특별연합’은 그 자체로서 성립하는 것이지 ‘통합’을 향하는 도입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경수가 처음 ‘특별연합’을 구상할 때 ‘통합’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서, 그것을 ‘공자말씀’으로 여기고 그대로 추종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김경수가 전능한 신도 아니고, 허점이 있을 수 있다. 그 허점은 옆에서 수정하고 메꾸어가야 한다. 지금 ‘통합’이 독재체제 구축에 악용되려 하는 전망이 눈앞에 훤히 펼쳐지는데도, ‘연합’다음에 ‘통합’이 와야 한다고 믿는 것은 ‘머저리’에 버금간다. ‘극장의 우상’, 봉건적 인물 중심의 영웅주의는 탈피해야 하고, 서로 감시하고 협조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고(故) 박원순 시장이 주택정책 같은 것은 지자체에 넘겨서 지역 형편에 맞게 다양하게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런 요구에 귀를 닫았다. 그러고 보면, 박원순은 획일적 ‘통합’에 반대하고 지역자치체제의 독창성을 옹호하는 기수였다. 이렇듯 대가 옹골찼던 그는 어찌어찌 오명을 뒤집어쓴 가운데, 황망히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다. 저 북한산 기슭, 어느 외국 대사관 근처에서 목매달아 죽은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만 들렸을 뿐이다.

만일 박원순이 제안한 그 같은 안이 시행되었더라면, 중앙정부에 주어지는 위험부담이 훨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역차원에서 다양하게 추진되는 주택정책은 성공하는 곳도, 실패하는 곳도 있었을 것이나, 그 모든 잘못이 중앙정부의 탓인 것으로 돌아와 따발총 맞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권력의 집중은 다양한 창조와 시험의 길을 막는다. 현 윤석열 정부에서 목격하듯이, 한 인물의 선택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좌지우지되는 그 같은 질곡에 처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초심을 지키지 않고, 촛불정부 초기 약속했던 국민개헌의 약속을 헌신짝같이 저버렸다. 그때 국민개헌만 했어도,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갈팡질팡 내외에서 공히 야기하는 질곡에 대한 견제책, 출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정부 주변 인사들은 개혁을 위해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그 권력을 국민의 손(국민개헌발안권, 국민소환권, 사람 아닌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권)으로 돌려주기를 꺼렸다. 유신독재 때 빼앗긴 이들 권한을 문정부 내내 시민 민초의 품으로 안 돌려준 것 보면 그런 풍문이 딱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일이 마음같이 돌아가지 않았다. 집중된 권력은 똥무더기 같다. 그 똥무더기를 탐하여 태극기부대는 날이면 날마다 “문재인 빨갱이 물러가라”고 난리를 쳐댔고, 언론이 거기에 화답했고, 마침내 그 똥무더기 권력은 다른 데로 넘어가서 흉기가 되고 말았다.

그 권력에 따른 영광과 특권이 사람의 탐욕을 자극하여, 똥파리들이 그 똥무더기 같은 권력을 향해 달려든다. 그 똥파리에게 자신의 능력이나 자질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골(머리)이 빈 ‘골빈당’이다. 그 탐욕의 발동은 인지상정이라, 딱히 사람만 나무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똥무더기를 치우지 않는 한 똥파리는 앞으로도 계속 날아들 전망이다. 일회성이 아닌 것이다. 그 똥무더기의 권력은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에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에서 뽑는 총리(의원내각제)에게 넘기자는 말을 국회도 할 수가 없다.

스위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연방의회(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이 문제가 되면, 국민투표로 그 최종 가부를 결정한다. 스위스(우리 남한 2/3 정도의 면적)에서는 국민 3만 명이 서명하면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이라도 국민투표에 회부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가 번거로움을 파생시키는 일이 없다. 실제로 국민투표에 회부된 것은 전체 안건의 1.5%를 조금 웃돈다고 할 뿐이라고 한다. 국민이 든 칼자루는 번번이 들 필요가 없고, 그냥 들고만 있어도 의회가 정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파수꾼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연방의회 의원들이 스스로 보수를 올렸고, 국민이 이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부결시켰다. 스위스 의원의 보수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그 낮은 보수에도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의원들에게 스위스 국민은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고 한다. 이 같은 스위스 의회 풍속도는 한국 국회와 아주 다르다. 한국 국회 의원들은 스스로 보수를 올리고, 그 국회의원을 견제하는 제도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제멋대로 하는 국회는 독재 기관이다.

‘연합’은 ‘연합’으로 영속해야 한다. 그래서 구미(歐美) 여러 나라들이 연방체제를 구축하고, 통합하지 않는다. 독일도 연방(분트), 스위스도 연방(캔톤) 국가인데, 연방을 구성하는 각각의 주(州)는 독립공화국의 위상을 견지하고 중앙 연방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특한 헌법을 가지고 있다. 그 주(州)의 하부 행정조직도 마찬가지 논리에 의해 주(지방) 정부의 획일적 명령체계에 통합 종속되는 일이 없다. 각계각층의 행정조직이 느슨한 연합을 구성할 뿐, 명령체제에 획일적으로 포섭되지 않는다.

경남도 박완수 및 국힘당 도의원들이 그동안 일구어서 겨우 틔운 가녀린 지역자치 싹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윤석열 정부의 초광역 지역정부의 행정을 획일적 명령체제로 포섭하려 하고 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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