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선생이 덕·체·지 삼육, 무실·역행·충의·용감, 실력양성, 인격개조 등으로 표현되는 교육을 중시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다. 그런 교육사상의 전거는 무엇일까? 그 단서는 안 선생이 또 하나의 이름으로 스스로 지은 ‘도산’이다. ‘도산’이 내포하는 바는 주역 괘 제4번 산수몽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산수몽의 주제는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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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안창호 선생이 당신의 호를 ‘도산’(島山)으로 한 내력은 어떠할까?

제1설은 대동강 도롱섬(현 평남 남포시 천리마구역)이다. 안창호 집안은 대대로 평양 동촌(東村)에서 살았으나 아버지 때 대동강 하류 도롱섬으로 옮겨왔다. 아호인 도산(島山)은 도롱섬에서 따서 지었다(우리역사넷). 도롱섬은 대동강에서 마치 산처럼 도드라져 보였을 터이니, 도롱섬을 도산으로 의인화하여 불렀음 직하다.

제2설은 태평양 하와이섬이다. 이태복의 <도산 안창호 평전>에 따르면, 안 선생은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려는 영일동맹이 체결됐던 1902년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일본 도쿄, 미국 하와이, 캐나다 밴쿠버 등을 거쳐 미국 시애틀에 들른 후 기차로 샌프란시스코에 1902년 10월 14일 도착하였다. 몽골리아 호가 망망대해에 우뚝 솟은 하와이섬 근해를 지날 때 도산(島山·섬 봉우리)이라는 호를 지었다(안창호 전기·www.ahnchangho.or.kr). 당시 절체절명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동포에게 우뚝 솟아올라 희망과 용기를 주자는 뜻에서다. 어렴풋한 기억인데, 대학 시절에 읽은 안창호 선생에 대한 어떤 책은 안 선생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배를 타고 가다가 저 멀리 보이는 섬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산을 본 후 ‘바다 가운데 섬에 솟은 산’이라는 뜻을 담아 그렇게 호를 지었다고 서술했다.

                                                                                                           출처: 흥사단
                                  출처: 흥사단

제3설은 도봉(島峰)섬이다. 안창호의 출생지는 대동강 하류의 도봉섬(혹은 도봉리)이다. 당시에 ‘호’는 대체로 자기가 태어나거나 오래 거주한 마을 이름을 변용하여 취했다. ‘島山’은 ‘섬 뫼’(섬 메), ‘섬 봉우리’의 뜻으로서, ‘도봉’(島峰)과 일치한다. ‘島山’과 ‘島峰’은 서로 뜻이 같다. 이는 신용하 선생이 지은 <도산 안창호 평전>(pp.14-15)에 나오는 내용이다. 제1설과 제2설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설명으로 다가온다. 참고하건대, ‘후광’(後廣)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생지는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後廣里)다.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출생지는 경남 거제도(巨濟島)다. ‘거산’은 ‘거제도’를 우아하게 변용하여 취한 표현으로 보인다.

당시 동북아 정세는 우리에게 엄혹한 상황이었다. 1894∼1895년간 교전당사국의 땅이 아닌 조선 땅에서 치러진 청일전쟁의 결과 조선은 외세의 필요에 따라 청나라의 종주권에서 벗어났으나 일본제국주의의 침략 대상으로 바뀌었다(우리역사넷). 1894년 16세의 안창호는 청일전쟁으로 파괴된 역사와 전통의 도시 평양을 목도하고 충격을 받았으며(우리역사넷), 더구나 그 전쟁터가 청나라도 일본도 아닌 우리나라이고 우리 동포가 살육의 대상이었음에 분개하였다고 한다.

글자대로, 도산은 ‘대동강 가운데 섬’이든 ‘섬 봉우리’이든 ‘바다 가운데 섬에 솟은 산’이든 큰물을 아래에 둔 산이다. 안 선생이 자기의 출생지 대동강 도봉섬, 혹은 자기가 자란 고향 대동강 도롱섬, 혹은 태평양에 자리한 하와이 근해의 어떤 섬 봉우리를 보고 아호를 ‘도산’이라고 지었다고 하지 않는가. 즉 도산은 큰 강 또는 큰 바다 가운데의 어떤 섬 봉우리다. 큰 바다 洋은 {羊, 水}로 풀어지고, 양수(羊水·amniotic fluid)는 엄마 뱃속의 태아를 기르는 생명수다. 또한, 큰물은 사람이 활동하는 무대가 크고 넓은 곳을 비유하는 말이다. 큰물이기에 때로는 어느 인간을 단련시키는 감당하기 어려운 풍파도 일어나리라. 요컨대, 도산은 물을 아래에 둔 산이다. 이를 표상한 주역 괘는 산수몽이다.

무지몽매(無知蒙昧)는 앎이 없으니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는 뜻이다. 몽(蒙)은 어리석다는 뜻으로 풀어진다. 중고시절 듣고 배운 용어 ‘계몽주의’(啓蒙主義)를 어리석음에서 깨어나자는 의미로 얼추 이해했다. 계몽은 영어로 enlightment니, 빛(light)을 어리석은 상태 안으로(en) 넣어 비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알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이_수고본_격몽요결(李珥_手稿本_擊蒙要訣).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이이_수고본_격몽요결(李珥_手稿本_擊蒙要訣).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조금씩 공부하면서 학창시절에 들은 몽(蒙)의 전거가 주역 괘 산수몽(山水蒙)임을 알았다. 한문 공부와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인 분이라면, <동몽선습>(童蒙先習)과 <격몽요결>(擊蒙要訣)은 한 번쯤 들어봤을 옛날 책이다. 후자는 율곡 이이(1536~1584) 선생이 글을 처음 배우는 아동의 입문교재로 저술하였다. 전자는 조선시대에 초학 아동이 <천자문> 다음 단계에서 학습하였던 아동교육 교재였다. ‘동몽’과 ‘격몽’은 각각 산수몽 괘의 제5효와 제6효를 풀이한 효사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104년 12월 02일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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