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몽의 효사(爻辭) 여섯 개 중 제3효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효사에 몽(蒙)이 보인다. 즉, 제1효사는 발몽(發蒙), 제2효사는 포몽(包蒙), 제4효사는 곤몽(困蒙), 제5효사는 동몽(童蒙), 제6효사는 격몽(擊蒙)을 각각 핵심으로 한다.

                                                주역 4번째 괘 산수몽
                                                주역 4번째 괘 산수몽

 

산수몽의 괘사는 동몽, 즉 아직 사리에 어두운 아이인 학생이 교육자(我·선생)를 찾아와 가르침을 청할 때, 그 교육자가 취할 태도는 바르게 함이라는 뜻으로 풀어진다. 이는 출가 수행자가 큰스님을 찾아 제자가 되겠다고 정중히 청할 때에, 여러 큰스님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예컨대,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현대 불교의 대선사인 만공(滿空·1871~1946) 스님이 출가하는 과정에서 찾아간 몇몇 스님은 자기가 감당하기에는 만공의 인물됨이 장차 큰스님 재목임을 알아차리고 자기보다 더 뛰어난 스님을 만공에게 소개하고 찾아가라고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고승열전>(1990년 불교방송 라디오 드라마)에서 그렇게 들었다. 괘사에 나오는 告는 전체에 걸쳐 알려준다기보다는 핵심인 정곡(正鵠)을 찔러 알려준다는 뜻이 강하기에 ‘곡’으로 읽는다.

제1효사는 어린이를 가르칠 때 처음에는 벌을 주며 엄하게 하지만 점차 벌 대신에 격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제1효(⚋):

제2효사는 몽매한 어린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포용하여 가르쳐 나아가면 그 어린이가 성장하여 장차 아내를 맞이하게 되리니 가정을 잘 이룬다는 뜻으로 보인다.

출처: 흥사단
출처: 흥사단

제2효(⚊):

제3효사는 돈을 우선시하는 여인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니 많은 사람이 경계하며 꺼린다는 뜻으로 보인다.

제3효(⚋):

제4효사는 선생의 도움 없이 독학하거나 가정형편이 곤궁하여 고학하는 어린 학생이 재물을 지나치게 아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곤궁(困窮)에 처한 어린이는 사실상 강제된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제4효(⚋):

제5효사는 인군(人君)이라는 높은 자리인데도 공손하게 스승을 찾아 공부하니 길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산수몽 괘사는 동몽이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청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옛날 초학 아동이 공부한 <동몽선습>(童蒙先習)의 제목은 문자대로 ‘동몽은 미리서 먼저 익힌다.’로 풀어진다.

제5효(⚋):

재6효사에서 격몽은 '몽매하여 따르지 않는 자를 (손으로) 쳐서 깨우치거나 징벌한다.'는 뜻이니 바른 교육의 방편으로 보인다. 어린 학생의 행실을 적절히 규제하여 바르게 인도한다는 뜻이겠다. 이에 착안하여, 이율곡 선생은 자기가 저술한 아동 입문서를 <격몽요결>(擊蒙要訣)로 지었음 직하다.

제6효(⚊):

산수몽 괘는 제1효에서 제6효까지 인간의 전 생애 발달 단계가 점증적으로 발몽, 포몽, 곤몽, 동몽, 격몽으로 나아감을 보여준다. 포몽에서 곤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제3효사는 ‘몽’을 나타내지 않은 채 돈과 여색(女色)에 대한 절제의 미덕을 은근히 드러낸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즉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는 배우고 가르치면서 서로 성장한다. 주어진 직분은 다를지언정, 어른이든 어린이든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는 사실상 교육자이다. 그 교육자가 견지할 자세와 심사숙고할 교육 방법에 대해 산수몽 괘의 괘사와 효사는 잘 보여준다.

도산 안창호 선생(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총장 시절). 출처: 흥사단
도산 안창호 선생(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총장 시절). 출처: 흥사단

요컨대, 안창호 선생은 교육을 중시한 민족 독립혁명가이다. 12세부터 14세까지 3년간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했기에, 영민한 안 선생은 자기 호를 ‘도산’으로 삼으면서 은연중에 교육자의 태도와 교육 방법을 내포한 산수몽 괘를 떠올렸을지 모르겠다. ‘도산’의 전거를 주역 4번 산수몽 괘로 봐도 좋겠다.

대한민국 104년 12월 02일

[참고 문헌]

고용호, <독학 주역>(미발간), 2021.4.

김석진, <대산 주역 강해>(하경), 수정판, 2009.

신용하, <민족독립혁명가 도산 안창호 평전>, 지식산업사, 2021.

이태복, <도산 안창호 평전>, 개정판, 2019.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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